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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쓰는 엄마 Sep 25. 2023

어릴 적 교회에 가기 싫었던 이유

시간을 허투루 써보자


나는 모태신앙으로 초등학교 시절까지 쭈욱 교회를 다녔다. 일요일이면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무척이나 싫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빠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내게 사춘기가 찾아오 교회를 가기 싫어하자 자주 다퉜다. 내게 믿음을 강요하는 아빠의 태도에 더 삐뚤게 나갔고, 결국은 교회와 멀어지게 되었다.


주 6일제이던 시절, 모두들 일주일에 단 하루 쉬는 날인 일요일을 목 빠지게 기다렸지만 나는 아니었다. 평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교회에서 보내야 하는 일요일이 싫었다.


성인이 되어 주 5일제가 정착되고, 약속을 잡더라도 일요일 하루는 재충전을 위해 일정을 비워뒀다. 바쁜 일상을 멈추고  스스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그 시절 교회에 가기 싫어했던 것은 하나님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주말에 어딘가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아니, 어딜 다녀오는 건 차치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었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때였는데도 알게 모르게 휴식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 것 같다.


출처: unsplash.com


휴식이란 것이 별게 아니다. 잠시 내 일상을 벗어나 하는 것이면 다 휴식이었다. 그 시절 나에게 휴식이란 일요일 아침 TV에서 방영하던 디즈니 만화를 끝까지 보는 것이었다. 일요일마다 하던 만화를 오프닝만 보고 교회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되자 '야자'를 핑계로 교회를'공식적으로' 빠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휴식을 취할 수는 없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나는 일요일에도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나갔다. 지방 학교들은 인서울 대학에 몇 명을 진학시키느냐가 명문 학교를 판가름하는 지표였기 때문에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었다. 추석, 설날에도 예외가 없었다. 덕분에 2학년 때 잠시 다녀온 미국 고등학교 생활이 아니었다면, 쉼 없는 고등학교 3년을 보낼 뻔했다.


성인이 되고 주말 이틀의 자유시간이 생기자, 쉬는 방법을 몰랐던 나는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마음이 불편했다. 매 순간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렇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에 쉬는 것에 충실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현재가 있는 것이라 생각도 해보지만, 아이가 있고 정말 말 그대로 쉬는 시간이 0인 지금의 생활을 바라볼 때면 (나름) 근심 없이 쉴 수 있었던 그 시절,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내가 안타깝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 쉼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보려고 한다.

마인드 미니멀리즘. 런 거창한 이름까지는 붙이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바쁜 생활 속 잠깐 멈추는 즐거움을 느껴보기 위해 이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자기 계발을 하는 아침형 인간이 대세인 요즘, 그 흐름과는 반대로 '시간을 허투루'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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