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 해외에서 결혼 준비하는 법
"우리 계속 함께 하면 좋겠다."
여자 친구가 결심을 한 듯 얘기했어.
여자 친구가 한국에 들어갈 날짜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3년 반의 롱디가 우리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었어. 그 시간을 되짚어보니 여자친구도 나도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 우린 그날 양가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결혼을 하겠다고 얘기를 드렸어.
지금 와서도 미안한 게, 당시 여자친구한테 프러포즈도 안 했는데, 결혼을 결심하고 하게 된 거야. 물론 결혼식 전에 전혀 서프라이즈하지 않은 프러포즈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미안함이 남았어.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결혼해서 함께 미국에 있을게요."
우리의 결정을 양가 부모님께 알려드렸어. 양가 부모님은 정말 쿨하게,
"그래라"
라고 해주셨어.
그날 밤에는 둘 다 잠을 이루지 못했어.
'뭘 먼저 준비해야 하지?'
한국이라면 누구한테 물어보기라도 하겠는데, 미국에서는 내 주위에 결혼한 친구는 없었어. 심지어 한국에서도 결혼한 친구들은 여자 친구들 몇 명뿐이었어.
우리는 설렘과 막연함이 공존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열심히 인터넷으로 서치를 했어.
일단 결혼식을 해야 하니까 결혼식장을 정해야겠다고 가장 먼저 생각이 들었어.
여자 친구는 집이 성남이었고, 난 전주였어. 연애하면서 여자 친구 친척들을 만나 인사한 적도 있었는데, 대부분 성남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계셨고, 우리 친가와 외가 쪽 친척들 대부분이 전주였어.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과 이야기해야 하는 내용인지라 한국 시간이 아침이 되길 기다렸어.
양쪽 부모님께 여쭤보니, 사람이 더 많은 쪽으로 잡자고 의견이 모아지고, 여자친구 쪽 가족들도 적은 수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압도적으로 우리 쪽 가족들의 수가 많았어. 예비 장모님은, 인원수를 알아보고 알려주신다고 하셨고, 거기에 우리 대학교 동아리 사람들 수도 포함 하기로 했어 (다시 얘기하면, 와이프랑 나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나서 교제를 시작했어)
결혼식장은, 우리가 원하는 장소는 무슨, 어디든 괜찮다고 했어. (솔직히 살짝 걱정은 했지만) 우리 쪽 부모님이 계신 전주에서 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주에 있는 결혼식장 중에 한 군데에서 하기로 했어. 결혼 날짜도 예식장 되는 날 잡고 (무슨 친구 약속 잡듯 그냥 날짜 잡았어) 청첩장도 식장에서 해주는 서비스 신청해서 받기로 했어.
한번 더 여자친구에게 미안했던 건, 내가 방학 중에 (와이프가 미국으로 왔을 때) 한국으로 돌아가 결혼식과 신혼여행까지 끝냈어야 해서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어. 그러다 보니, 웨딩 촬영, 본식 촬영, 웨딩드레스등 많은 것들을 여자 친구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없었어. 우리는 한국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와는 다르게 한국에 신혼집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혼수품도 필요하지 않았어. 현재 내가 미국에서 자취하고 있는 원룸 아파트에서 내가 살고 있는 그대로 같이 살자고 했거든. 여자 친구의 결혼에 대한 로망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평생에 한 번 하는 결혼인데 ( 헤어지지 말자 ㅎㅎ) 그녀에게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게 당시 내내 마음에 걸렸어. 여자 친구는 그래도 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미소 지어주는데, 당시 내가 어려서 그랬는지, 생각이 깊지 못했는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니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고.
결혼식장과 청첩장, 결혼사진, 버스 렌트를 한국에 있는 가족들한테 맡기고 나니 (이외는 모두 생략), 마지막 남은 건 신혼여행이었어. 여자 친구와 나는 그때부터 매일 집에서 가까운 카페로 랩탑을 가져가서 신혼 여행지를 찾기 시작했어.
여자 친구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어.
당시 여자친구와 내가 결혼을 준비하려고 매일 출근했던 카페 - White Rock Coffee. 지금도 전여자 친구(현 와이프)랑 몇 년에 한 번씩 들리면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