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결혼 이야기 (5)

뜻대로 되지 않은 계획, 예상치 못한 선물

by Moses Sung

"오빠 하와이 어때?"


당시 한국에서 결혼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신혼부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하와이였어.

여자 친구와 나는 동남아부터 남미, 유럽, 북미까지 여러 곳을 찾아봤는데, 여자 친구가 물어봤던 하와이가 가장 좋아 보였어.


그래서 일단 신혼여행지는 하와이로 정하고, 비행기와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지.


그때 당시 결혼은 앞뒀지, 그 힘들었던 롱디는 끝이 보이지, 어떤 신혼여행지를 보든, 어떤 날짜를 정하든 우리에게는 모두 앞으로 일어날 행복한 일처럼 느껴졌어.


신혼 여행지를 하와이로 결정한 그날, 우리의 계획은 바로 무산 됐어.


우린 결혼식 날짜를 최대한 빨리 잡고 싶었어. 우리가 미국에서 만났을 때는 이미 나의 학기 방학이 시작된 이후였고, 벌써 3주가 지났었어. 게다가 나는 미국 학생비자(F1) 신분이었고, 결혼을 하면 아내는 학생비자의 디펜던트 비자(F4)를 받아야 했어. 그 비자를 받으려면 혼인신고가 먼저 필요했고, 당시에는 비자 인터뷰에서 결혼식 사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결혼식도 서둘러 치러야 했지. 그리고 비자 진행하는 시간도 필요했어. 그러다 보니 내가 이 모든 것을 2달 안에 끝내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학교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야. 거기에 우리가 정했던 결혼식장에서 가능한 날짜를 우리에게 알려줬는데, 학교 수업까지 한 달도 안 되는 날짜였어.

물론 결혼하고 바로 미국으로 같이 오기로 계획해서, 일반 신혼부부와는 다르게 집과 혼수 모두 준비할 필요가 없었어. (이 2가지를 빼니 결혼 준비하면서 싸울 일이 없었음) 아그래도 모든 걸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


우린 장고(2일) 끝에, 안전한 계획으로 수정하기로 했어. 신혼 여행지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 중의 한 곳인 제주도로 가기로 했어. 비자가 바로 나오지 않으면 (비자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리게 되면) 이리저리 꼬일 수가 있을 것 같아서 국내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했어.


여자친구와 나는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기로 했어.


아직도 당시에 여자친구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나.


"오빠, 우리가 원하던 하와이는 못 가지만, 어디든 둘이 가면 좋지 않을까? 어딜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중요하잖아."


나의 학교 일정 때문에 평생에 한번 있을 신혼여행을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해 미안했는데, 여자친구의 그 말에


'난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


라고 생각했어. 어쩜 이렇게 마음도 예쁘던지.



며칠 후,


"쿵쿵 쿵쿵"


잠결에..


'어.. 뭐지???'


졸린 눈을 비비며, 집 문을 열었는데, 엄청 열받은 내 친구들의 얼굴들이 보였어.

"야, 미쳤어?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너네 비행기 못타."


그날은, 우리가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날이었어.


유학 와서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나와 여자 친구의 결혼 소식을 듣고 공항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그날 새벽까지 결혼식 준비를 하느라 늦게 잠들어서 아침에 일어나질 못한 거야.


나와 여자친구는 정말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친구의 차를 탔어. 다행인 건, 전날 비행기 탈 캐리어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어. 혹시 몰라서 가방에 여권도 잘 챙겨놨었어.


제발 공항에 사람이 많지 않길 바랐고, 특히 시큐어리티 패스하는 곳이 막히질 않길 기도했어. 보통 인터내셔널 비행은 3시간 전에 도착해야 여유 있게 들어가는데, 시간을 보니, 보딩 타임까지 50분 밖에 남지 않았었어. 차 안에 우리 커플 말고 친구 3명이 있었는데, 다들 싱글들이어서 우리를 매우 신기해했어.


"결혼 진짜 빨리 하는 거 아냐?" (당시 내 나이 만 28세, 여자 친구 만 25세)


"결혼식 할 때, 사진 많이 찍어서 나중에 미국 돌아오면 보여줘"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무수히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하면서 웃다 보니, 공항에 도착했어. 아직도 그때 같이 있어준 친구들에게 너무 고마워.


달라스 공항은, 면적으로 따지면 미국에서도 2번째로 큰 공항이야. 공항을 들어왔는데도, 내가 타야 될 터미널까지 거리가 상당했어. 시간이 너무 빠듯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친구들과는 손 흔들며 헤어지고, 여자친구 손을 꼭 붙잡고 대한항공 카운터로 달려갔어.


"저희 늦지 않았나요?"


도착하자마자 항공사 직원에게 급하게 물어봤어.


"다행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제야 한숨 돌렸어.


체크인을 하려고 여권을 보여 줬는데, 우리를 안내해 주던 직원의 얼굴이 뭔가 곤란해 보였어. 그러더니 나와 여자친구를 보고 웃으며,


"신혼부부이신가 봐요?"


"저희 결혼하러 한국으로 돌아가요. 이제 곧 신혼부부가 될 거예요."


"우와~ 결혼 너무 축하드려요. 저희가 축하선물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와 여자친구는 서로 쳐다보고 다시 항공사 직원을 바라보며 '무슨 뜻이지?' 라며 다음 말을 기다렸어.


"두 분의 좌석을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해 드릴게요."



작가의 이전글유학생의 결혼 이야기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