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하트시그널 발 민들레 역주행. 그리고 여름과 나, 민들레

by Kim lyn

이 노래가 슬픈 노래라고 생각한다는 티비 속 누군가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 있었어요. 짝사랑의 마음을 담은 노래라고 해도 슬프게 느껴지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리고 이 노래 앨범 소개를 정독했습니다.

‘사랑은 핸드폰을 보며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길가에 핀 민들레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찌 보면 촌스러울 수 있는 이런 사랑을 저는 여전히 꿈꾸고, 살아오면서 받은 크고 작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앨범 소개를 보고 저는 이 노래를 행복한 노래라고 정의 내렸어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너무 애틋하고 좋아 보였거든요. 짝사랑도 여러 갈래가 있다면 이 노래는 상대방을 위한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어요. 이런 단어들이 촌스러운 사랑에 포함된 거라면 저는 영원히 촌스럽길 바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이 노래를 여름에만 듣습니다. 여름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여름을 너무너무 좋아해요. 아무리 무덥더라도 여름만 보고 느낄 수 있는 생생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 노래는 여름용 부적 같은 느낌이랄까요… 뭔가 좋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요. 생생함 X2 되는 느낌.

여름은 미화용 계절이라고 다들 말하곤 하잖아요. ‘여름이었다…‘ 같은 인터넷 밈도 그런 느낌이고요. 짜증만 가득하다고 느꼈던 계절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행복한 기억을 선물해 준다는 게 너무나도 좋지 않나요. 절망 속에도 항상 행복은 있었다는 걸 알려준다는 게 이 계절이 가진 힘 아닐까요.

제가 무더운 여름에 이 노랠 듣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낭만이라는 배만 찾는 것 같나요… 그렇지만 진짜인 걸 어떡합니까. 여름을 너무나도 좋아하지만 어쩔 수 없이 예민해지고는 하잖아요. 모두가 조금씩 더 예민해지고 안으로 숨어드는 여름에 이 노래만큼은 전혀 예민하지 않고, 숨지도 않거든요. 오히려 어서 오라고 기다린다는데 이 노래를 마다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밀당 없이 직진하는 사랑이라니. 정말 촌스럽고 좋다.​


그렇지만 노래가 미지근한 사랑을 얘기하냐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지 않나요? 저는 이 노래가 딱 여름 같은 사랑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자우림이 최근 공연에서 그런 말을 했죠

“여름에는 사랑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끈적끈적한 사랑을”

(사실 정확히 기억 안 남. ㅋㅋ 근데 이런 류였음)

여름이야말로 사랑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깨닫기도 좋은 계절이고요. 조금이라도 살이 닿기 꺼려지는 날씨에 사랑은 손 잡기 좋은 이유가 되고, 쨍한 날씨에 찌푸리다가도 예쁜 풍경을 보면 미소 지으면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게 되잖아요.

딱 민들레처럼만 간절하고 애틋하게, 마음을 다하는 사랑을 해야겠다고 매 여름마다 다짐하고는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 여름이 조금은 더 편안해지거든요. 여름 햇빛처럼 강렬하게 사랑하고 시원하게 웃게 되는 게 이 노래가 제게 건네는 또 하나의 사랑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 날씨에 누군가를 햇빛 아래서 기다리는 일이나 살이 스치게 되는 일은 제게 더 이상 아무 일이 아니게 됐어요. 그리고 예민해진 누군가의 언행에 예민하게 맞장구치지 않는 방법을 여름마다 배웁니다. 그럼 언젠가 저도 민들레의 가사처럼 따뜻하고 둥글게 사랑 앞에 지난 일 다 잊고 손 잡자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난히 무더운 올해 여름. 강렬한 햇빛 아래서 찡그리기가 무엇보다 쉬웠던 나날들 속, 고개를 들고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소 짓게 만들어 준 순간을 여러분께도 나눠드립니다. 남은 여름도 강렬하게 사랑하고 시원하게 웃으세요. 다들 작년보다 조금씩은 더 행복한 여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