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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Nov 22. 2023

Peep ShoW

미래의 경고

도시에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일사 분란한 동작으로 자신의 역할에 따라 움직였다.

빌딩과 도시 곳곳엔 화려한 불빛으로 이 상황을 알렸다. 

도심을 통과하던 고속 열차마저 속도를 늦춰 천천히 움직였다.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은 노인들의 그린존이었다. 

말은 그린존이지만 노인들만의 교도소, 노인들만의 유배지였다. 

그곳에서 젊거나 어린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밥을 하거나 청소, TV를 틀어도 전부 노인들만 나오는 세상이다. 

나이가 81세가 되어 생일이 지나면 이곳으로 옮겨진다.

모두 똑같은 유니폼의 옷을 입고 병실처럼 생긴 방안에 4명씩 생활한다.

시스템의 대부분은 모니터와 신체에 달린 센서로 전달되고 지시되었다. 

로봇과 드론은 수시로 우리들 사이를 다니며 이상 징후나

쓰러진 노인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것이다.


일말의 반항이나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게 되면 시스템은 노인을 정지시킨다.

아무 의식도 없이 쓰러지게 되고 한동안 그 노인은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때로는 영원히.


수 십여 년의 사이에 생긴 변화다.

어느 날부터 요양원으로 들어가는 노인들이 늘어났다. 

그 안에서 죽음에 이르는 날만을 기다리다 꽃이 지고 낙엽이 뒹굴듯이 그렇게 잊혀 갔다. 

사회는 노인들의 복지 및 의료, 생계 비용을 연일 불필요한 지출이라 비난했다. 

노인들이 세상에 적이 되고 암적인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그리고는 현재와 같은 노인들을 따로 분리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그 법안에 따른  시스템이 아주 빠르게 작동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게 헐떡 거림며 뛰었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뛰었지만 고작해야 수 백 미터 지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위치와 나의 정체는 드러날 것이고

나는 또다시 그곳으로 끌려갈 것이다.

' 준비한다고 운동도 하고 체력 단련도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먼. '


지나치는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존재도 나의 다급함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들도 나이가 들고 나처럼 노인이 될 테지만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현실과 노인이 되어 버려지기보다는

나라에서 그들을 관리하고 책임져 준다는 생각에 안도까지 하는 듯하다. 

나의 헐떡거리는 숨이 그들의 사회를  오염시키는 것처럼 그들은 나를 피하기 바빴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교육되고 세뇌된 상식과 기준, 인간성은 그들에게 없었다.

늙은이들의 추악함과 비사회성과 아집, 찌들고 비틀어진 외모만큼이나 썩은 관념의 단면만을

그들에겐 지속적으로 교육되어 왔으니까.

가족이란 단지 나의 존재와 생명 탄생의 계보일 뿐, 그 어떤 감정과 동감은 없었다.


' 그냥 있을걸 그랬나 ' 

' 괜한 일을 벌인 건가 '

그린존 밖의 모습은 당황스러웠다. 

' 이렇게나 많이 변했다니 '

주변을 둘러봐도 갈 곳도 반기는 사람도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다.

난 죽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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