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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땅 Nov 29. 2023

단 세 권의 책

기억과 추억의 중간쯤 기록

5,6년 전인가 싶다. 

어머님이 보관해 오시던 오래된 가족 앨범을 나에게 주셨다. 

" 이젠 아들이 보관했으면 좋겠네... "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 듯하였으나 이내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셨다. 


아이보리 바탕에 비닐로 코팅된 두툼한 두께의 표지를 펼치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부터 나와 내 동생의 사진들이 빼곡하게 

가득 차서 정리되어 있었다. 

분명 우리 가족의 모습인데 낯설고 어색한 사진들이었다. 

20여 년은 더 펼쳐보지 못한 과거의 흔적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변한 것이 있다면 이젠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것과

꽃처럼 젊고 이쁘장한 어머니가 많이 늙고 할머니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자식들이 먹고살기 바빠 사진처럼 함께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며칠을 앨범을 뒤적거리며 생각했다. 

무엇인가 남기고 싶고 어떻게든 기록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리 허망하게 창고 속이나 책장 한 구석에 꽂아 놓기에는 너무 아쉽고 죄스러웠다. 


그리고 나름 찾아낸 해결책이 포토북이었다. 

우선 사진들을 스캔하고 디지털로 저장하였다.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을 스캔하다 보니 사진 찍을 당시의 추억과 기억들이

내 주위에 가득 차고 그 냄새마저 내 코를 자극하였다. 


포토 북을 만드는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마친 후에 내가 만들 수 있는 

페이지와 레이 아웃을 결정하고 사진들을 시간별로 배치하면서 

나의 이야기와 추억들을 함께 편집해 나갔다. 


나의 돌 사진과 부모님의 약혼사진, 아버지의 모습을 앞쪽에 배치하고


질풍가도의 시절을 잡아 준 교회 이야기와 친구들과 선생님의 사진.

지금도 이 사진을 보니 마음 한 구석이 쿵쿵거리며 파릇파룻하다. 


내 청춘의 황금기다. 대학생활은 이게 전부처럼 생각되어진다. 

87년 88년 과 친구들이 닭장 같은 버스에 끌려갈 때에도 나는 딴따라가 되어 무대에 섰다. 

' 만약 내가 밴드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


이러저러한 테마로 묶어서 사진과 글로 묶어 보니 나만의 자서전 같은 포토북이 완성되었다. 


이 세상에 단 세 권의 책만 만들어 어머니와 아들들에게 주었다. 

만들고 나서 느낀 점은 아쉽다는 점과 역시나 나의 부족함이었다. 

조금 더 준비하고, 보완해서 만들걸 그랬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놓고 보니 나중에 나중에 내가 없어지더라도 나의 흔적은 하나쯤

남겨 놓았다는 생각에 만족하려 한다. 


만약에 또 다른 기회가 되어 다시 이런 포토북을 만들 시간이 되어진다면 외형이 아닌

내면의 생각과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기록하고 싶다. 


* 추신 : 늘 느끼는 바이지만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반응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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