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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용 Feb 25. 2024

형이상학을 생각하고,중단된 시를 이어쓰는 꿈의 계절이길

그녀의 쓰리콤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이렇게 말했다.

“젊음은 세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번득이며, 한밤중에 종소리를 듣고, 마을과 나라에서 일출과 부흥을 보고, 형이상학을 돌아보고, 중단된 시를 쓰고, 불을 보기 위해 1마일을 달려야 하는 시간이다.....”      


스무 살의 나이란 부모의 둥지를 떠나 거대한 자유를 앞에 두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는 중요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이 되자 부모는 모래에도 꽃이 피는 청춘의 행진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3가지 약속을 독려했다.


첫째,

소록도에서 낮은 삶을 살고 계신 한센인들께 겸손한 마음으로 노력봉사를 할 것.


둘째,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받은 매는 전액 기부할 것.     


셋째,

미래를 약속한 반려자가 생기면 보육원에 가서 잠시나마 그들의 부모가 되어줄 것.  

       

그녀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고 첫 번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모가 건넨 빈 노트를 들고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 녹동항으로 출발했다.     

한센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봉사를 하는 동안 그들의 삶을 스케치하고, 시간을 서술한 노트의 여백이 줄어들자 15일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 후로 부모는 현해탄을 건너간 그녀 생각에 자면서, 깨면서 눈이 빨간 호수가 되었다.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도록 배우고, 또다시 배워 남을 무시하지 않게 될 때쯤 그녀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 H사에 취업해 첫 월급을 받게 되었다.     

어설프게 익은 첫 열매를 소록도 노인정, 보육원, 장애인 시설에 기부를 시작으로 그녀는 나머지 약속을 실천하며 긍정의 행동반경 지름을 넓히며 전진했다.     


두번째 월급을 탔을땐 해외여행으로 부모님의 은혼식을 서프라이즈로 만들며 아들 부럽지 않은 외동딸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젠 취미생활과 여행으로 노년을 즐기라며 제2의 인생을 뒷받침 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은 그대의 머릿속에 씨앗을 심어주는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주는 것이다'라는 밀알같은 명언을 꺼내며 나이가 들어도 배우고, 즐기는 취미를 가질 수 있게 부모님을 써포트 해주었다.


입버릇처럼 결혼하면 아빠같은 남자를 만나 엄마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며 처진 어깨를 위로해 주는 기특한 그녀는 해외 출장길에 오를때마다 어렵게 가르쳐준 부모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며칠 후 부모의 눈을 빨간 호수로 만들었던 그녀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새로운 출발을 한다.   

   

우린 서로의 그림자를 밟고 살다 보면 시련이 닥치기도 하고 위기가 찾아와 방향을 잃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에 담긴 묘책처럼 외로운 섬에서 스케치한 인생의 노트가 지혜로운 삶의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린 누군가의 염려와 기도 속에서 살고 있듯 그녀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따듯한 나눔과 함께 형이상학을 생각하고, 중단된 시를 이어 쓰는 꿈의 계절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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