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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수 Jul 30. 2023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제일 중요하다

엄마가 없어진다면 - 김희숙 단편 아동소설 「엄마는 파업 중」 초5여

    


  대부분의 동화는 분리 불안과 기아(棄兒, 아이를 버림) 공포를 다룹니다. 유아기를 지배하는 정서는 엄마와의 유대감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잘 맺어지지 않으면 아이는 자존감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를 어려워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요즘 엄마들은 대부분 직장 생활 때문에 젖먹이 아기 때부터 아이를 때어놓게 되는데 이런 육아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여러 문제를 낳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헬리맘(헬리콥터처럼 아이 주위를 맴도는 엄마)이라는 유행어가 쓰일 정도로 엄마가 아이를 집중 케어(?)하는 바람에 아이의 정서 발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넘치는 건 모자람만 못한 법이잖습니까.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아이 기르는 엄마는 제 아이가 다른 애에 비해 뒤처질까 노심초사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잔소리가 심해지고 닦달을 하게 되지요. 그러니 요즘 아이들은 기아 공포보다 너무 많은 엄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와 너무 가까워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되지 않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겁니다.     

  늘 풍족하게 자라 빈곤을 겪어 보지 않은 요즘 아이들이 그 무엇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모습을 볼 때면 옛 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할머니가 벽장 속에 꿀단지를 감춰두고 손주한테 가끔 한 숟가락씩만 맛보여 주는 모습이 겉보기에 참 인색해 보이지만 그 속마음에는 꿀맛을 잃지 않게 하려는 참다운 손주 사랑이 담겨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행복은 외부 자극의 강도에 비례하는 게 아니라 미미한 자극이라도 잘 느낄 수 있는 감수성에 비례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엄마가 너무 많아 엄마와의 정다운 교감을 잃게 되었다면 엄마를 줄여보는 게 어떨까요. 엄마한테 버림을 받는 무서운 이야기가 너무 자극적일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도 이런 염려 때문입니다. 강한 자극에 많이 노출되면 감수성이 둔해지거든요. 『엄마는 파업중』은 공포를 느낄 만큼 강한 자극의 위험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행복해지고 아이도 행복해질 적절한 거리 두기 아이디어로 안성맞춤이겠다 싶었습니다.       

  엄마는 매일 집안 일로 시달리는데 가족들은 누구 하나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 합니다. 아이가 셋이나 되니 그 뒤치다꺼리가 얼마나 많겠어요. 애들 씻겨서 준비물 챙겨 학교 보내야지요, 아빠 출근하고 애들 학교 가고 나면 집안 청소하랴 음식물 준비하랴 쉴 틈이 없습니다. 일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치원 다니는 막내 데리고 와야지요. 애들 돌아오면 씻기도 숙제 챙기고 학원 보내고 그러다 보면 곧 저녁 시간이니 식사 준비하고 아빠가 집에 오셔서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나면 설거지 하고 애들 잠자리 돌봐주고 하다 보면 잠시 앉을 틈도 없이 하루가 다 갑니다. 엄마는 지쳤습니다. 해도 해도 일은 끝이 없고 나는 이 집안에서 뭔가 싶기도 합니다. 뭐라도 빠트리면 칭얼거리기나 하지 엄마가 얼마나 정신없이 바쁜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한가하게 빈둥거리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나 없이 한 번 살아봐라 작정을 합니다.     

  엄마는 애들이 올라가 노는 아지트, 뒤뜰 나무 위 원두막을 농성장으로 하여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엄마 파업 중. 청소, 요리, 빨래 등 집안일은 모두 안함.”라고 적은 피켓을 내걸고 말입니다. 맏이가 엄마를 좀 쉬게 해드려야 한다고 동생들을 달래면서 집안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요. 10년 넘게 해온 일이라 익숙한 엄마도 힘들어 하는 일을 애들이 어떻게 감당하겠어요. 아빠도 일찍 들어오셔서 된장국을 끓인다 밥상을 차린다 하시지만 여기저기서 애들은 불러대지 혼이 빠질 지경입니다. 그제서야 가족들은 엄마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지내셨구나 알게 됩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파업 중인 엄마와 협상을 해서 농성을 풀어야겠습니다.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소중한 것이라도 늘 곁에 있으면 귀한 줄 모릅니다. 음식 투정 같은 것이 그런 것이잖아요. 굶어본 사람이 음식 투정을 하겠습니까. 저는 행복이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족해서 불만인 게 아니라 넘쳐서 불만인 게 아닐까요. 넘치면 귀한 줄 모르고 귀한 줄 모르면 행복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족한 게 없도록 애지중지 돌보는 건 행복을 앗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엄마 마음이야 자식이 곤궁해지는 건 참을 수 없겠지요. 그런데 자식을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엄마는 파업중』 출판사 ‘푸른책들’

작가 소개 ; 김희숙 - 1958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셨고 광주교육대학에서 공부하셨습니다. 1995년 ‘새벗문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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