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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오생 Oct 10. 2024

07. 여학생이 더 좋아요, 남학생이 더 좋아요?

우리 것으로 학문하기 (1) 

“선생님은 남학생이 더 좋아요, 여학생이 더 좋아요?” 


30년 넘게 강의를 하다 보면 이따금 별소리를 다 듣습니다. 어떤 교수는 남학생이 더 좋답니다. 여학생은 졸업하면 코빼기도 안 비춘다나? 글쎄요…, 그거야 사람 나름 아닐까요? 저는 어떤가 생각해 보았더니, 문득 엉뚱하게(?)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더군요. 



배우더라도 사색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지고

사색하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논어 · 위정爲政》



동아시아의 학문은 '지혜'를 얻는 공부입니다. 그 구체적인 공부 방법으로 공자는 여기서 ‘배움(學)’과 ‘사색(思)’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거죠. 


‘배움’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통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의나 독서 같은 것을 통해 얻지요. ‘사색’이란 또 무엇일까요? 스님의 참선처럼 ‘내면에서의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한 가지로만 공부하면 어리석어지거나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양자를 병행해야만 참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3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생각해 보니... 여학생은 어쩐지 ‘배움 파派’가 많고, 남학생은 ‘사색 파派’가 많은 것 같더라니깐요? 

      

여학생은 선생님 말씀을 열심히 듣고 열심히 받아씁니다. 시험 때가 되면 깔끔하게 정리된 노트를 깡그리 외우기도 하죠. 그리고는 시험지를 제출하는 그 즉시 깡그리 잊어버리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공자님 말씀대로라면 어리석어지기 쉬운 거죠. 쩝... 분노하시는 여성 작가/독자님들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죄송... 모든 여학생이 다 그런다는 것은 절대 아니니깐 부디 노여움을 푸사이다~ ^^;;


남학생들은 또 어떤가요? 남성 동지 여러분, 흘러간 그 시절 여러분은 어떠셨는지요? 특히 군대 갔다가 온 복학생들은 선생님 말씀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일쑤죠. 심지어 이따금 선생님을 가르치려고도 합니다. 취미는 수업 땡땡이. 그리고 술집에서 후배들 모아놓고 폼 잡으며 개똥철학 떠들기. 남 얘기가 아니라 바로 제 얘기였습니다요. 공자님 가라사대, 네 이놈! 그러면 위험해지기 쉽다니깐!!!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사실 ‘배움’과 ‘사색’의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운용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겠죠?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근데 만약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뭐가 더 우선일까요? 불초 소생 딸피 소오생, 아프고 나니까 무료했는지 별생각을 다하죠? 앗, 근데 이게 웬 열? 공자님도 저처럼 심심하셨던 모양이네요?     



하루종일 밥도 먹지 않고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생각에만 잠겨본 적이 있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배우는 것만 못했다.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 無益. 不如學也。

논어 · 위령공衛靈公



인생길에는 절벽이 무수히 많습니다.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1) 어리석든 말든 ‘배움 파’가 되어 가르쳐준 대로 올라가는 것. 

(2) 위험하든 말든 ‘사색 파’가 되어 혼자 힘으로 올라가는 것. 


생각하며 배운 대로 올라가면 가장 좋겠지만, 만에 하나, 그게 안 된다면 어떡하죠? 

혼자서 절벽 루트를 개척한다는 건 떨어져 죽을 확률이 99%! 

너~무 위험합니다. 

떨어져 죽으면 말짱 꽝 아니겠어요? 

북한산 인수봉. 혼자만의 사색의 힘으로 절벽 루트를 개척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다! 절대 금지! 




공자는 말합니다. 

‘학문’은 ‘배움’과 ‘사색’을 병행하는 것. 

그게 어렵다면, 잘난 척 개똥철학자가 되느니 조금 어리석더라도 겸손한 ‘배움 파’가 백배 더 낫다고요. 

결국 여학생이 좋다는 얘기네요? ^^


하지만 우리 브런치 글벗 작가님들께서는 

오늘도 ‘배움’과 ‘사색’의 병행으로 멋진 글쓰기에 임하고 계시는군요! 

진심 멋있습니다. 물개 박수 보내오니 계속해서 모두 모두 파이팅 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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