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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Jan 23. 2024

고단한 외국살이- 한국에서 얻어온 병

해외에 나와 산지 반년이 조금 지났을 때부터 내 몸이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유없이 피로하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싫고 무기력한 시간이 이어졌다. 왜 이렇게 힘들지. 외국살이한다고 신나서 너무 이것저것 경험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바쁘게 지냈나. 이것도 어느정도 맞겠지만은..아무래도 나를 든든히 지지하고 도와줄 버팀목인 가족 없이 아이 둘만 데리고 외국에서 산다는게 쉽지 많은 않았나보다. 나도 모르게 심리적 불안감과 체력적 부침이 있었을테니 말이다.


알수 없는 이유로 미열이 며칠째 이어져서 현지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했더니 백혈구 수치가 매우 낮단다. 독성 수치는 또 높아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란다. 며칠 비싼 수액을 맞아가며 좀 쉬웠더니 괜찮아지는가 싶었더니 또 피로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한의원을 방문했다. 내 진맥을 짚어보시더니 마음 속 깊이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셨다. 그 불안이 내 체력보다 크다보니 에너지를 뺏기고 피로해진다고 하셨다.

이제 복직하면 나의 커리어는 또 어떻게 되는거지....잠시 모른척 묻어두고 있지만 사실은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 그것이 내 발목을 잡고 있나보다.


그래도 체력이 바닥난 몸을 이끌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을때는 설렘이 너무 커서 아픈 것도 잠시 잊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아이와 놀러나가자며 약속하고 잠시 짬을 내어 혼자만의 휴식시간을 가졌는데...침대에 옆으로 누워 뒹굴거리며 핸드폰을 하다가 몸을 똑바로 돌리는 순간 목이 뻣뻣하게 굳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한 통증이 찾아왔다. 정말 단 1도도 목을 못 돌리겠고 일어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태어나서 처음 겪어본 고통이었다. 너무 무섭고 깜짝 놀라 패닉 그 자체였는데..몸에 대한 잘 아는 분께 전화를 걸어 여쭤보니 따뜻한 찜질을 해주고 조금씩 움직여보라고 하셨다. 장장 3시간에 걸쳐 온찜질과 꿈틀대며 움직이기를 반복한 결과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휴일이 끝나자마자 정형외과를 찾아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아주 심한 일자목에 목 디스크가 오기 바로 직전이란다. 게다가 근육이 너무 심하게 뭉쳐있어 엑스레이 상에서 목과 어깨 부근이 아주 뿌옇게 보이는 상태였다. 얼마 뒤 말레이시아로 돌아간다고 하니,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만이 답이라며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주사와 약만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돌아온지 2주가 넘었지만 여전히 목 통증에 고통받고 있다. 목은 너무 아프지만 해야할 일은 너무 많다. 말레이시아의 우기를 미처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3주간 집을 비우고 돌아와보디 패브릭 식탁 의자에 푸른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아니..태어나서 가구에 곰팡이 핀 건 또 처음보네. 심지어 신발장 속 아이의 버켄스탁 샌들에 곰팡이가 생겨있었다. 의자 스팀청소 업체를 수소만해 청소를 했다.

학기 초부터 아이 학교 행사 준비 및 참여로 학부모로서의 삶 또한 매우 바쁘다.

말레이시아 자외선 노출이 너무 강했는지 새까맣게 탔던 아이 얼굴에 흰 얼룩같은게 생겨버렸다. 잘하는 피부과도 알아보고 예약을 해야한다.


도와줄 가족도, 내 푸념을 들어줄 친구도 없고, 가끔 언어 소통도 너무 답답하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바로 알아보고 얻는게 쉽지 않다. 그래서 외국살이는 꽤나 고단하다.


그래도 월요일인 오늘, 네트볼은 쉴 수 없다며 운동을 나갔다. 영국, 프랑스, 홍콩, 호주,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엄마들과 땀 뻘뻘 흘리고 숨 헉헉 쉬어가며 신나게 운동을 했다. 불과 일년전만 해도 네트볼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스포츠였는데.. 그래! 또 이런 재미가 있지. 그래서 외국살이는 꽤나 고단하면서 또 매력적이지. 남은 일년 또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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