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리 Mar 24. 2024

아기 엄마가 말이야. 아기를 두고

공부하러 오프라인모임에 갔습니다만

토요일 오전 오프라인 공부를 종종 하러 간다. 매주 가는 것은 어렵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려고 한다. 주말엔 새벽 5시에 기상해야 한다.(못할 때도 있다. 오늘은 아이와 같이 자서 아이와 같이 일어났다...^^꿀잠이라고 쓰고 게으름이라고 읽는다.)

공부도 하고 싶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고 싶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전날 조금 더 일찍 취침하는 것이다. 그래야 2시간의 공부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토요일 공부를 하러 나갈 때 아이가 엄껌(엄마껌딱지) 시기라서 남편과 007 작전을 펼쳤다. 내가 나가면 남편이 아이를 데리러 들어가라고 말이다. 그렇게 내가 나가고 현관문이 닫혔고 남편은 아이를 데리러 방에 들어갔다.


갑자기 엄청 다급하게


서리야 서리야 서리야!


라는 소리가 들렸고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바로 문을 다시 열고 봤는데 아기 얼굴에 피가 범벅이었다. 우선 물로 조심스럽게 닦아보았고 찢어진 건 아니었다. 침대와 이불에 묻은 피, 아이 입 주변이 모두 피로 묻어있어서 당황스러움과 놀람과 자책이 한 번에 몰려왔다.


시간을 보니 병원 접수가 가능한 시간이었고 급하게 아이의 상태를 의사 선생님께 전달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아이문제에 있어서 한 없이 감정적이다.


접수를 하고 나서 진료 시작 전에 준비를 하고 계시던 의사 선생님이 보였고 정말 죄송한데 라며 물었다.

아이가 자고 일어났는데 코에서 피가 범벅인데 큰 문제일까요? 

필요하면 당장 응급실로 데리고 뛰어야 했기에 여쭤보았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진료를 보는 게 좋고 감기 걸렸을 때 코 점막이 약해지며 코피와 콧물이 섞여서 나온 것일 거라고 하셨다. 큰일까지는 아니고 아이가 코를 팠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 (코를 파... 코를 왜 팠.... 니... 그걸 그렇게 세게 팠어야 했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신 외치며 나왔다.







남편과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전달했고 빠르게 옷을 입혀 병원 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께서 큰일이 아니라고 하셨으니 가서 공부하고 오라'고 했다. 


알겠어


라고 대답을 하고 나서 많은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순간적인 생각들





아기가 아픈데 애기를 두고 애엄마가 어디를 가냐 


이기적


다른 엄마들이면 애기 옆에 있었겠지


공부를 굳이 지금 가야 하나




이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가는 길에 할 수 있는 짧은 휴식은 무엇이 있을까?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 완화할 수 있는 휴식말이다.


나에겐 전기자전거를 타는 것이 휴식이다. (thanks GCOO)


이유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시간이 정해져 있고 내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약간 쌀쌀한 봄날씨였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낮추기 위해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생각도 서서히 정리되기 시작했다.


공부를 영원히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아기가 아파서 일상생활을 못하는 상황이 아니고 아이 옆엔 아빠가 있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엄마도 좋지만 나 자신을 위한 일상도 필요하다. 

그게 나는 공부하는 것이니까 그 일상을 하러 가는 것이다.


심지어 12시부터 아이가 자기 전까지는 내가 볼 예정이다. 


당장 옆에 있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은 가지지만 내 할 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곤 자전거를 타며 했던 생각들을 일기장에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이 오지만 그래도 나는 한 발 나아간다. 


엄마가 되는 과정은 그 어떤 것보다 어렵다.






그렇게 공부를 하러 가선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나에겐 시간이 한정적이고 그 이후엔 육아를 해야 하니까


나를 위한 시간을 채우고 나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고 행복하다.

육아를 하면서 나를 잃어버리는 느낌이라는 글들을 보곤 한다.

육아를 하면서 무슨 말인지 너무 공감이 된다. 아마도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모두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어와서가 아닐까?

(아이는 예쁘다. 아이와 있으면 정말로 행복하다. 이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성장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꼭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육아를 하기 전과 동일 할 수는 없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하고 체력을 키워서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한 노력들도 엄청나다.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많이 생긴다.





하지만 육아를 하기 전보다 볼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기도 한다. 

연재 브런치북도 그 일환이다. 


엄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글을 마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hanktojiho













작가의 이전글 병원 오픈런을 하면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