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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리 Feb 20. 2024

6개월도 안 된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를?

주변에 그런 시선도 간혹 있긴 했다. 6개월도 안 된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하고 싶다고 외치는 나를 욕심이 과하다.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럴 때 내 안에서 올라오는 반골기질. "왜 안 돼?" 사람에겐 모두 성장욕구가 있는데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욕구를 모두 다 내려놓지 않아도 되잖아? 나도 전처럼 독서도 하고 이것저것 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몸통박치기를 했다. 




그러곤 울었다.




 전과 달라진 상황을 인지 후 목표를 수정했어야 했는데 달라진 상황은 인지하지 않은 채 목표는 너무 높았고 현실과 괴리가 확연하게 존재했다. 그러니 내 마음속에서 올라온 생각 "이래서 주변사람들이 엄마는 공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었나? 망했다..."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내 머릿속에서 이상적 회로는 이렇다. 

신생아 시기가 지나고 100일 정도가 지나면 아이는 통잠을 자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나도 질 좋은 수면을 하곤 낮잠 잘 때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아주 큰 착각이었다. 

우리 아이는 통잠을 몰랐다. 100일의 기적이 아닌 100일의 기절... 그건 바로 나를 위한 말이었다. 원래도 3시간마다 깼던 아이는 갑자기 2시간 30분마다 깨고 그러다가 2시간마다 깨기도 하였다.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여긴 어디지? 



 나는 목표를 분명히 수정했다. 1일 1 포스팅을 마음먹었지만 그건 무리였고 3일에 포스팅 1개를 해야겠다. 앉아서 공부를 1 시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30분으로 줄였다. 그렇게 줄였는데 실패하는 날이 생겼다. "어라... 나 많이 줄였는데... 이것도 못한다고? 이게 정말 내 욕심인가?..." 

그러곤 우울해졌다. 그러곤 날카로워졌다. 퇴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남편에게 날카로운 말을 뱉었다. 억울했다. 왜 나의 상황만 달라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내 손목은 왜 아직도 너덜거리는 것이며, 나는 언제쯤 6시간을 통으로 잘 수 있으며, 내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변한 것이며, 공부 시간을 줄여서 줄여서 줄였는데 왜 이마저도 할 수 없는 것이며, 호르몬은 왜 이리 날뛰어서 남편에 대한 서운함만을 토로하는 짜증스러운 내가 된 것이며, 복합적이고 혼란스럽고 우울했다.




 쉽지 않았다. 


 워낙 목표지향적인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이었고 목표를 낮추기보단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것이 몸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목표를 낮춰라. 줄여라.라는 조언을 들으면 내 머릿속에서 바로 튀어나왔던 생각 "네가 뭘 알아. 말이 쉽지. 목표를 낮추라는 조언은 다 할 수 있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내 남은 삶은 너무나 길다. 2번이고 3번이고 10번이고 목표를 수정을 하고 성장을 할 수 있다면 목표 수정, 목표 낮추기를 해야만 한다. 실패가 아니라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다. 매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게 20분 - 길게 40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줄이고 줄였던 목표로 세웠던 공부의 양은 1시간의 분량이었다. 이것도 집중력이 좋았던 예전일 때 1시간이었다. 내가 공부를 할 수 있는 양은 작고 더 사소해도 된다. 매일 하는 것, 멈추지 않는 것에 대해 포커스가 옮겨가야 한다. 이 간극부터 줄여야 했다.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성장을 멈추지 않을 수 있고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육아를 하는 상황임에도 기울기는 완만해졌지만 결국 우상향 하는 그래프가 나올 것이다. 



독서를 했던 나는 독서의 방향성을 바꾸기 시작했다. 매일 1장이라도 읽는 것으로 바꾸었다. 1장을 읽고 생각하고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더 갖기로 했다. 나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휴식이 필요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독서를 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지만 1장 읽기라는 방향성으로 바꾸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독서를 집중해서 최소 30분은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줄이고 줄였던 목표는 10장이었다. 10장 읽는 것은 어느 날은 되었지만 어느 날은 절대로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기도 했다. 나의 최소치를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 1장이라도 읽으면 그걸로 되었고 그런 날엔 문장 하나를 뽑아서 하루종일 생각하기를 반복했다. 비록 1장이라는 목표치였지만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그전보다 많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사색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다 보니 조금씩 바뀐 것들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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