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의 영목항
이 작은 어촌 마을은 나의 고향이다. 바닷바람이 항상 불어오는 이곳에서 나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영목항은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고단한 삶이 있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마을을 감싸고, 소금기 어린 바람이 늘 우리의 피부를 스쳤다.
우리 가족은 모두 8명. 가부장적인 집안의 장남으로서 나는 남동생 둘과 여동생 셋을 두고 있었다. 아침이면 어머니는 새벽같이 일어나 부둣가에 나가셨다. 부둣가에는 언제나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가득했고, 어머니의 손은 늘 차가운 물에 젖어 있었다.
영목항에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버지는 매일 집에서 막걸리를 드시며 한량처럼 세월을 보내셨고, 어머니는 매일 새벽 고깃배에서 물고기를 받아 손질하며 6남매를 키우느라 여념이 없으셨다.
"기태야, 엄마 일 다녀올게. 동생들 잘 챙기고 있어." 어머니는 늘 같은 당부를 남기고 새벽어둠을 뚫고 부둣가로 나가셨다. 나는 잠에서 덜 깬 눈을 비비며 일어나 동생들을 돌보았다. 내 어린 마음속에는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우리 가족은 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아버지가 술에 빠져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머니 혼자 바쁘게 일하시며 가정을 지탱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어린 나이부터 나는 가정의 큰 짐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장남으로서 동생들을 돌보는 일은 내 일상이었지만, 나는 그 책임을 단순한 의무로만 여기지 않았다. 동생들을 챙기고 그들이 나를 따르게 하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지혜와 영향력을 키워갔다. 나는 동생들을 이끌면서 나의 입지를 다졌고, 그 입지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루어갔다.
"형, 배고파." 동생 중 하나가 투정을 부리면 나는 미리 준비해 둔 음식을 주며 말했다. "너희가 잘 따라줘서 형이 고마워. 그런데 다음엔 형이 시키는 일 더 열심히 해줄 수 있지?"
나는 동생들에게 단순한 보상을 넘어서, 그들의 충성을 요구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다루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동생들이 내 말을 잘 따를 때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쓰다듬었다. 반대로 동생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냉정한 표정으로 엄하게 다루었다.
나는 마을에서 제일 부자인 홍사장네 아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나도 언젠가는 홍사장 아저씨처럼 부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교실에서도 항상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며 내가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애썼다.
"기태야, 넌 정말 똑똑한 아이야. 나중에 큰 사람이 될 거야." 선생님들은 종종 나를 칭찬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칭찬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나는 내가 특별한 존재임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종종 동네 아이들을 이용해 내 일을 대신하게 했다. 작은 거짓말이나 약속을 통해 아이들을 조종했다. "너희들, 내 숙제를 도와주면 나중에 내 비밀 기지에서 놀게 해 줄게." 아이들은 내 말에 속아 내 일을 도와주곤 했다.
나의 사람을 다루는 능력은 동생들을 돌보는 데에서도 드러났다. 동생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나는 조금 더 쉬거나 공부할 시간을 벌었다. 가끔은 동생들에게 거짓말을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며 어머니는 가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 결심했다. '나는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 나는 성공할 거야.' 내 마음속에는 강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많은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교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친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특히, 부유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그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기회는 내게 큰 자산이었다.
"기태야,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생일파티 하는데 올래?" 부유한 친구가 물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꼭 갈게."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더 많은 기회를 모색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더욱 영리해졌다. 학업 성적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내 영향력을 넓혔다. 학교 내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했다.
"기태야, 넌 정말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많은 걸 다 할 수 있냐?"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속으로 그들을 경멸했다. '너희가 모르는 것뿐이지. 나는 너희와는 달라.' 내 눈에는 냉소가 서려 있었다.
대학 입시에서 나는 탁월한 성적을 거두었다. 서울의 명문 대학에 입학하며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 나는 이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러나 살아온 환경은 어쩔 수가 없는지 기회주의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서울에서의 삶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했다. 대학 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더 큰 기회를 모색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고, 목표는 분명했다. '나는 성공할 거야. 반드시.' 내 눈에는 강한 결의와 열정이 불타올랐다.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고된 노동,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언제나 영리함과 기회주의가 숨어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내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