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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n Mar 24. 2023

그렇게 쿠바에 왔다

아바나, 아름다운 나의 도시-3

[26시간의 비행]


아바나의 첫 사진 ㅣ본인촬영 ㅣ 택시 안에서의 첫 사진. 겁먹었던 것들이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인천과 달라스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6시간의 노숙과 1시간 남짓의 비행을 거쳐 쿠바에 입국했다.

친절하지 않은 입국심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의 난관은 입국 신고서였다.

입국신고서는 모조리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고, 나는 심사관에게 [노 아블라르 에스파뇰, 잉글레스 뽀르 빠보르]를 외쳤다. 심사관은 [뚜 아블레스 에스파뇰] 당신 스페인어 하잖아? 하면서 영문으로 된 입국신고서를 주었다.  미국과 호주에 입국할 때 써보았던 영문 입국신고서와는 달리 처음 보는 영어단어들로 적혀있었으며(쉽게 써달라고!) 띄어쓰기도 안되어 있었다.

더욱 가관은 입국신고서는 A4용지가 아닌, 갱지 였다는 점이다.


쁘리메라, 큐바?

씨, 프리메라

데 돈데?

꼬레아, 꼬레아노

노르 데 수르 데?

수르데.

데 돈데 까사?

말레꼰.

말레꼰~ 무이비엔, 비비엔도 아바나


짧은 스페인어가 오갔다. 잔뜩 겁먹었던 쿠바의 입국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공항에서 환전하지마세요!]


나의 첫 까사, 숙소의 호스트인 제니는 영어가 유창했다. 입국하기 전부터 그는 이메일을 통해 각종 안내사항을 전해주곤 했다. 그중에는 달러 혹은 유로를 가져올 것.이라는 당부도 있었다. 나는 으레 팁을 받으려고 그러는 구만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환전소로 향했다.


2019년 방영작 JTBC의 트레블러, 쿡(CUC)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 화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자 지구반대편의 미수교국의 쿠바에 대한 정보는 몇몇 남미 여행자들의 브이로그가 전부였다. 나도 출발하기 전에 공부를 위해 JTBC의 <트레블러>를 열심히 봤는데 쿠바화폐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쿠바 화폐는 외국인 전용의 화폐인 쿡(CUC, 큐바커런트가 아닐까?)과 내국인 전용 화폐인 쿱(CUP, 큐바페소)이 있었다. 1 쿡은 10 쿱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외국인한테는 10배 비싸게 받는 소리이다.

(실제로 많은 쿠바 상점들이 메뉴판이 없다. 그리고 몇몇 식당들은 쿱을 받지 않는다)

나는 500달러를 주고 54,500 쿱을 받았다. 1달러당 109 큐바페소인 것이다.


나는 호기롭게 공항의 환전소에서 쿡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직원이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대답했다. 그가 말하는 화폐의 단위는 1천 5백 1백 단위였는데, 쿡이 그렇게나 싼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차 물었다. 이 화폐가 외국인 용 화폐야? 직원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게 택시를 잡고 첫 번째 숙소, 까사로 가달라고 했다. 택시 기사는 달러만 받는다고 했다. 25달러에 흥정을 마치고 한국에서 입고 온 겨울 코트를 손에 쥐고 택시에 탔다.


* 공항에서 아바니 시내까지의 택시가격은 한결같다. 택시가 낡을 경우 20달러를 받지만 깨끗한 에어컨이 나오는 신형택시들은 30달러를 받기도 한다. 20~30달러 사이의 가격이라면 적정하다


오래된 택시와 드라이버 ㅣ 본인촬영 ㅣ 쿠바의 운전기사들은 자가정비가 필수다. 까사의 앞에서 찍었다.


[가장 현대적인 곳, 까사]


나는 그렇게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여독을 풀어주고 시차적응을 위해서 넓은 침대와 수영장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1860년에 지은 이 3층짜리 대저택은 대리석으로 만들었으며, 스페인시대의 고위관료가 사용했다고 한다.

까사의 외관 ㅣ 본인촬영 ㅣ 호스트 제니는 대문에서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과 샹들리에가 스페인 시대를 대변한다 ㅣ 본인촬영 ㅣ 이 집의 숙박료는 70달러, 우리 돈 8만 4천원이었다.


내가 첫 번째 한국인 손님이야? / 맞아 이 까사의 첫 번째 한국인 손님이야.

오오 쁘리메라 이츠 마이 플레저 / 아블라르 에스파뇰?

운 뽀꼬(조금만) / 노르데 수르데?

수르데.


나는 이어 환전에 대해 물었다.


난 쿡말고 쿱을 받아왔어. 왜 쿡을 안 줬던 거지? / 쿡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큐바페소 말고는 없어

좋아. 나는 1달러당 109페소를 받았어 이거 맞아? / 내가 보낸 이메일 안 읽었어? 환전하지 말고 달러 가지고 오라고 했을 텐데

달러도 충분히 있어 / 그럼 다행이야. 1달러는 140 큐바페소야.

으악 공항은 무척 비싼 거구나 / 우리 집은 140페소로 환전도 가능해 근데 다운타운에 가면 150에도 해주는 곳들이 있을걸?

고마워 택시비는 25달러를 냈어 그건 적절한 거야? / 그 정도면 적절하네


까사의 수영장 ㅣ 본인촬영 ㅣ 3년전 수영장을 짓고 까사(숙박업소) 로 등록했다고 한다

나는 이곳에서 짐을 풀고 약간의 수영과 밀린 잠을 잤다. 근처의 현지 레스토랑에서도 식사를 했고(이건 쿠바의 음식 편에서 자세히) 까사의 와이파이를 통해 한국에도 소식을 전했다. 그렇게 쿠바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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