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뒷모습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나는 타인으로부터, 상대로부터 가볍게 꺼내기 어려운 말들을 쉽게 왕왕 듣곤 한다.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테지만
자주, 그리고 다수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나의 타고난 운명인 건지, 아니면 나의 재능인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ㅇㅇ아, 내가 누군가로부터 우울하고 어두운 얘기를 꺼내게 하는 건 나의 탓인 걸까?'
깊게 생각했다.
어둡고 진지한 대화로 시작하지 않은 대화에서도
너무나 깊은 자기 개방으로 분위기가 무거워질 때가 있었다.
교육봉사로 만난 초등학교 친구부터 가까운 지인, 심지어 가족, 친척들 까지도.
나의 직업과 관련해서는 타고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만 가끔은 말한 자신 스스로도 소화할 수 없는,
또는 나의 인간관계 바운더리 안에 깊숙이 들어온 대상이 기저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토하듯 꺼내놓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무게를 떠안은 나는,
과연 그는 자신의 어두운 내면과 수치심을 개방하고 난 후에 나와의 관계에서 스스로가 나를 피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자신도 소화하기 힘든 내용을 타인에게 꺼내고 나면 우리는 방어기제가 발동하고 타인으로부터 저항하는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나와 사적관계로 묶인 사람들 간의 관계에선 이러한 나의 재능이 가끔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여겨지곤 한다.
가끔은 나는 바라지 않았지만 선행자이자, 상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라지 않는 관계에서의 치료적 관계는 부담스럽고 가끔은 나에게 폭력적이다.
더 나아가서,
내가 모든 학생, 세계의 청소년을 다 책임질 수 없고,
그러한 책임을 갖는 것 또한 오만과 허황된 자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도움의 손길을 건넸을 때, 깊이 있게 도움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다.
실습기간 담당 선생님께서 학교에 있는 모든 학생을 책임지고자 하는 부담감을 내려놓아라는 말씀을 하셨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항상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건넨 도움의 손길에 응하지 못하였을 때 미안함과 죄책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