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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자유에 대한 오해

by 삽질

여러 커뮤니티에서 경제적 자유에 대한 글과 댓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제적 자유는 돈을 (아주) 많이 벌어서 일 안 하고 편하게 쇼핑하고 여행 다니는 삶을 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돈(물질)이 목적이 되는 경제적 자유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욕심은 욕심을 부르고 소비는 소비를 부르니까요. 악순환이 될 뿐입니다. 경제적 자유는 오히려 정신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수행과 유사한 행위입니다.

아무런 재산이 없는 스님과 돈 욕심에 끝이 없는 자본가 중 누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일까요? 자산이 별로 없지만 돈 쓰는 데 흥미가 없는 사람과 자산이 아주 많지만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사람 중 누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일까요?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자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돈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가 되어야만 합니다. 스님과 일론 머스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의 크기가 다른 것이지요. 반면에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은 오로지 더 많은 돈을 원할 뿐입니다. '돈'만 있으면 원하는 대로 될 거라는 착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당장 로또에 당첨되어 20억을 얻었다고 해봅시다. 여러분은 그 돈으로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만들어 나가실 건가요? 만약에 돈 이야기를 듣고 쇼핑 리스트가 먼저 떠오른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헛된 경제적 자유를 꿈꾸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내가 생각해왔던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싶은지 떠올릴 수 있다면 경제적 자유에 이미 한 발자국 가까이 간 것이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부'는 사실 '소비'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보고 질투하는 많은 것들은 보이는 '소비'일 뿐 실제적인 '부'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습니다. 그 '부'는 본인의 은행 잔고나 마음가짐 그리고 정신에 담겨 있는 것이지요.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하나인 워런 버핏이 검소한 생활을 하는 이유나, 로마의 최고 부자였던 세네카가 돈을 노예로 보라고 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경제적 자유를 위해 돈(물질)을 생각하기 전에 내 '삶'을 먼저 탐구해야 합니다. 나는 돈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누구와 함께 살고 싶으며, 내 삶에 어떤 향기와 색깔을 입히고 싶은지를 알아가야만 합니다. 내 그릇의 모양과 크기를 알아야만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부분은 전부 비슷한 향기와 색깔로 덮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소비패턴, 비슷한 사고방식, 비슷한 욕망, 비슷한 패션 감각, 비슷한 맛집, 비슷한 교육관, 비슷한 경쟁의식, 비슷한 여행 코스처럼 말입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보이는 것, 물질과 쾌락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인 요소들이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 있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돈을 선택한 유일한 나라 아닙니까.

만약에 제가 맹목적으로 더 높은 곳을 꿈꾸고 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라면 저는 제 자산을 보면서 실망하고 좌절하고 조급해하며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매우 단순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 안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한정된 자본 안에서 더 자유로운 삶을 만들 수 있는 선택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선택을 도와줄 수 있도록 자본을 불리는 방법도 공부하면서 말이죠.


자유라는 말은 얽매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경제적 자유는 말 그대로 물질(돈)에 얽매이는 걸 포기하는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돈은 필요 없고 정신만 추구하면 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맹목적으로 돈을 좇고 있다면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정한 부를 좇는다면 분명 경제적 자유에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여기에 돈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은 꼭 필요할 테고요. 그리고 그 여정은 죽을 때까지 진행되겠죠. 마치 수행자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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