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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Dec 16. 2023

마피아 게임이 진짜로 일어난다면?

<밤이 되었습니다>가 지닌 장점과 아쉬운 점

마피아 게임을 현실판으로 만든 <밤이 되었습니다>(임대웅, 2023)는 <이스케이프 룸> 같기도 하고 <배틀 로얄> 같기도 하고,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 <파리지옥>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드라마다. 


은근 잔인하다. 하지만 연출자가 <스승의 은혜>(2006)의 감독이라는 사실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설정은 간단하다. 수련회를 떠난 모 고등학교 2학년 3반 아이들. 그 안에는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일진이 있는가 하면, 수재 같은 학생, 리더십 있는 반장도 있다. 주인공은 탐정소설을 좋아하고 귀신이 보이는 아이. 여기에는 학생 간의 권력관계, 러브라인, 질투, 비밀 등이 숨어 있다. 


이런 2학년 3반이 도착한 수련관. 하지만 이들 외에는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고, 담임 선생님마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살인 마피아 게임이 시작된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건 기본이고, 통신도 두절된다.)


<밤이 되었습니다>는 그냥 보면 재밌다. 매일 밤 12시까지 학생들은 투표를 해서 1명의 희생자를 정한다. 다수의 표를 받은 아이는 스스로 자살하게 설정되어 있다. (마치 <해프닝>(M. 나이트 샤말란, 2008)처럼 말이다) 그리고 밤 12시가 지나면 모두 잠든다. 모두 잠든 사이에 마피아는 깨어나서 위협이 될만한 아이를 죽인다. 의사 롤을 받은 친구는 죽은 아이도 되살릴 수 있고. 


이렇게 마피아 게임에 등장하는 시민, 경찰, 의사, 마피아 캐릭터가 현실로 들어와 실제로 죽이고 살리는 일이 일어난다. 그 속에서 질투 때문에 누군가를 마피아로 몰기도 하고, 일진들이 권력을 잡고는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죽음 앞에서 비정해지는 인간관계, 약육강식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친구도 없고, 의리도 없다. 먼저 선동해서 누군가가 몰표를 받도록 해야 한다. 


그냥 보면 재밌지만 설정은 괴상하기 짝이 없다. 이 수련원에는 흰 선이 그어져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 선을 넘어가면 죽는다. 그리고 다른 이들로부터 마피아로 지목된 아이 또한 죽는다. 근데 그 죽는 설정이 독특하다. 갑자기 눈을 하얗게 뒤집어 까고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서 자살한다. 더 이상한 건, 이렇게 자살한 아이도 사전에 의사(마피아 게임에서는 의사가 죽은 이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가 스마트 폰 앱에서 회생을 클릭하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점이다. 


괴이한 점은 또 있다. 방금 전까지 친구였던 애들이, 아무리 투표를 하지 않으면 누군가 죽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마피아와 시민으로 나뉘어 서로를 죽여야만 산다는 상황에 금방 적응한다는 점도 이상하다. 결국 매일 같이 몇 명씩 죽이고, 잔혹하게 죽은 시체들 사이에서 그냥저냥 지내는데, 여러 모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이 드라마는 정말로 마피아 게임을 현실에서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순수한 의문에 대답하는 작품일 뿐이다. 


내 생각에 이 드라마의 이상한 설정이 논리성을 갖추려면, 마지막에 이르러 모든 게 꿈이었습니다, 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설정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아니면 이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게임 속 인물들이었던가. (생각해 보면, 1회 버스 안에서 주인공이 추리소설을 읽다가 잠에서 깨는 장면이 있는데, 드라마 마지막에서는 다시 그 장면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수련원에 도착하고 보니 역시나 1회의 설정처럼 아무도 없어서 놀란다든지...)


한 가지 재밌는 점은 1회부터 6회인가 7회까지는 미스터리 구조(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설정)로 진행되다가 그다음부터는 서스펜스 구조(관객은 범인이 누군지 아는데, 등장인물은 모르는 구조)로 바뀐다는 점이다. 이건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어느 순간에는 마피아가 누군지 밝혀져야 했으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친구인 수재 여학생이 마피아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 친구가 마피아라면 재밌을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의 깐부처럼 서로를 죽여야 살아나갈 수 있는 운명이라는 것은 아찔하니까.


관건은 12월 21일에 공개되는 9~12회(최종회) 일 것이다. 너무 많은 떡밥과 이상한 설정을 마지막 4회 안에서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 궁금하다. 해결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데, 적어도 꿈만 아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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