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영화들을 보다가 든 생각
며칠 전부터 1960년 즈음의 한국영화를 보고 있다. 그러다가 영화 속 아버지들이 비슷비슷하게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녀>(김기영, 1961)의 동식은 가정을 지키고 싶어 하지만 하녀의 유혹에 넘어간 뒤, 하녀에게 끌려다니고 <오발탄>(유현목, 1961)의 철호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김진규 배우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빠빠>(신상옥, 1960), <삼등과장>(이봉래, 1961), <마부>(강대진, 1961), <돼지꿈>(한형모, 1961)의 아버지들은 전통적인 아버지상으로 등장하지만 권위가 없고 사회의 변화에 무기력하게 대처한다. (이들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김승호 배우다.)
근데 우리 영화에서 아버지가 멋있게 나온 영화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있겠지? 하지만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부분 집에서는 외톨이고 직장에서는 외톨이다. 심지어 <남자는 괴로워>(이명세, 1994) 같은 영화에서는 집도, 아내의 모습도 등장하지 않는다. (목소리만 들렸던가?)
보통 영화 속 아버지는 이미 거세되어 무기력한 남성이거나 너무 강력한 남성성을 지녔기에 제거의 대상이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거세된 남성으로서의 아버지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것은 직장 내의 입지 약화 혹은 실직과 관련이 있고. 가족 사이에서는 꼰대거나 아재다.
그렇다고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 정면승부! 로봇아빠의 역습>에 나오는 "아빠, 최고" 체조라든지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상한 아버지 연합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아니다) 다만 캐릭터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엄마들은 다르다. <고령화가족>(송해성, 2013)의 엄마(윤여정 배우가 맡았던)나 <나의 아저씨>의 고두심 배우가 맡았던 엄마처럼 자식들 밥이라도 먹이려는 모습은 나이와 상관없이 근사한데 말이다.
아버지들은 이런 의미에서 또 반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아버지 캐릭터를 만드는 이들도 딱 그 정도의 아버지거나 아버지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