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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리스의 바다 Apr 25. 2024

기생수 더 그레이

나는 이쪽이 더 낫다.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 더 그레이>(2024)를 만들고 있는지 몰랐다. <지옥 2>의 스태프였던 사람이랑 이야기하다 연상호 감독이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은 <기생수>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얼마 뒤, <기생수 더 그레이>가 나오는 걸 보면서 그냥 얼떨떨했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기생수> 스핀 오프가 좋다. <기생수>를 만화책으로 읽은 건 20년 전 즈음의 일이고 그때는 그냥저냥 한 일본의 괴수물, 촉수물의 하나인 줄 알았다. 설정만 기억날 뿐, 전체 스토리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괴물과 이들을 퇴치하려는 경찰특공대(쯤 되려나) 그레이 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아무래도 수인(전소니 역)과 강우(구교환 역)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 그리고 이정현 배우가 맡았던 준경 캐릭터는 이상했다. (특히, 앞부분의 브리핑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이상했다.)


전소니 배우가 맡은 수인 캐릭터는 묘하게 매력적이어서 오랜만에 배우가 누구인지 검색해 봤을 정도다. 강우 캐릭터는 딱 구교환 스타일이었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강우가 너무 망설이는 게 많았다는 점이 아쉽다. 아마도 캐릭터 설정이었겠지만, 드라마 속에서 지나치게 망설이고 뒤로 뺀다. 처음 몇 번은 그랬다 쳐도 나중에는 달렸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강우는 구교환 배우에게 잘 맞는 옷이었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구교환의 최고 캐릭터는 <D.P>의 한호열 캐릭터다. 아니면 독립영화 시절의 (<4학년 보경이> 속 남자처럼) 캐릭터든가. 나는 구교환 배우가 연기변신 같은 거 하지 말고 한호열 캐릭터로 쭉 밀고 나갔으면 한다. 그런데 이정현 배우가 연기한 준경 캐릭터는 어디서 걸까? 너무 이상해서 처음에는 준경이 혹시 기생 괴물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시작은 <기생수>에서 왔겠지만, 이 드라마는 기생수보다는 바디 스내처 영화의 전통에 가깝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변에 스며든 괴물들. 내가 아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은 외계인인 그 사람들. 실제로 <맨 인 블랙>처럼 그런 외계인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공포는 실제 현실에 근거한다. 어느 날, 내가 친하게 지내던 이가 낯선 사람처럼 보일 때, 혹은 그렇게 행동할 때 느끼는 이질감.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십중팔구는 (애인이라면) 애정이 식은 거고, (친구라면) 우정에 금이 간 것일 텐데. 이런 사람을 가리켜 내가 아는 사람,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근데 신기하게도 연상호의 넷플릭스 드라마는 제작비를 많이 들인 것 같은데-그리고 스케일도 큰 것 같은데-인물관계도를 그려보면 생각보다 좁은 세계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어쩌면 연상호의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비롯된 연상호 스타일일 수도 있고 단지 규모를 확장하지 않는 것(혹은 못하는 것) 일 수도 있다. 사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생각해 보면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더 치고 나가지 못해서 더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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