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저씨의 저 찡그린 표정이 왠지 좋음
<알카트라즈 탈출>(돈 시겔, 1979)을 봤다. 그전에도 몇 번인가 봤다. 이런 경우 좋아하는 장면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예를 들면 교도소장이 모리스(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불러다가 잘난 척 설교하는 장면이 그렇다. 평소의 모리스라면-아니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면-교도소장에게 이죽거릴 만도 한데, 웬일인지 이번엔 얌전하다. 하지만 이유는 곧 밝혀진다. 모리스가 나가고 난 뒤, 만족스러워하는 교도소장 책상 위에 놓여있던 손톱깎기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
나는 이런 모리스가 좋다. 하지만 <알카트라즈 탈출>의 모리스만 그런 게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대부분의 영화에서 늘 그렇다. <석양의 무법자>가 그랬고 <더티 해리>가 그랬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나 <그랜 토리노>에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늘 못마땅한 표정으로 악당을 바라본다. 나는 그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삐딱함이 좋다. 마음껏 삐딱할 수 있는 체질이 부럽다.
이번에 <알카트라즈 탈출>을 보면서 느낀 건데 <쇼생크 탈출>(프랭크 다라본트, 1994)과 닮은 점이 많았다. <쇼생크 탈출>의 앤디와 레드처럼, 모리스도 잉글리시라는 죄수와 친해진다. (백인 vs 흑인이라는 구도도 비슷하다. 참, 여기서 모리스와 잉글리시의 대화씬도 인상적이었다. 잉글리시가 옆에 앉지 않고 서 있는 모리스에게 말한다. "이 계단에 앉지 않으려는 사람은 두 가지지, 검둥이를 싫어하거나 겁쟁이거나." 그러자 모리스가 잉글리시 옆에 앉으며 말한다. "난 검둥이가 싫어." 지금은 크게 문제가 될 'n'으로 시작되는 단어를 내뱉으며 잉글리시 옆에 앉는 모리스. 결국 두 사람은 친구(까지는 아니지만)가 된다.)
도서관이라는 장소가 나오는 것, 책에 손톱깎기를 숨기는 것도 비슷했다. (<쇼생크 탈출>에서는 망치 같은 것을 성격책에 숨긴다) 벽을 파고 탈옥하는 것이라든가 벽을 파낸 흙을 몰래 숨기고 나와 산책을 하면서 슬슬 버리는 것도 닮았다. 그리고 <쇼생크 탈출>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에게 육체적으로 접근하는 남자 죄수가 등장한다. (<쇼생크 탈출>과는 달리 <알카트라즈 탈출>에서는 모리스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다. 당연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니까)
초반에 모리스가 리트머스를 처음 만났을 때, 스파게티 국수를 얻어서 쥐에게 먹이는 장면은 <쇼생크 탈출>에서 브룩스가 앤디의 밥에서 나온 벌레를 얻어서 새에게 주는 장면과 같았고 (이 브룩스와 닮은 그림 그리는 박사라는 인물이 나오기도 한다) 독방 형태와 2층 복도식으로 되어 있는 교도소의 공간 구조도 <쇼생크 탈출>과 비슷했다. 그밖에도 교도소라는 공간, 탈옥이라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 클리셰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영화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스와 쇼생크 탈출』을 영화화했고 원작 소설은 1982년에 나왔으니, 아마도 <알카트라즈 탈출>이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라본트 모두에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 시겔 아저씨 대단하다.)
(처음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퉁명스러운 표정 때문에 글을 쓰려했는데, 영화 비교로 끝나고 말았군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