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분마다 이야기가 바뀌는 영화
공포영화 <씬>(한동석, 2024)을 봤다.
(*스포 약간)
정보를 모르고 봤는데, 처음에는 (넷플릭스 첫 화면에 떠있는 걸 읽고) 영화 현장에서 일어나는 공포영화인가 보다 했다. 그렇다면 뻔하지. 영화 현장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거나 복수를 하는 이야기 아니면 모르는 장소에 가서 함부로 행동하다가 그곳에 묻힌 어떤 존재를 건드려서 화를 당하는 이야기겠거니.
아니다.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촬영 현장으로 시작했다가 홀연히 주술이 등장하고 좀비가 나오더니 범죄물이 되었다가 복수극으로 빠진다. 그리고는 악귀와 퇴마로 이어진다. 전제적인 내러티브는 복수극이지만 악령과 퇴마와 신파가 뒤엉킨다. 세상에 이런 한국영화가 있었나 싶다.
사실 10분마다 이야기가 바뀐다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퇴짜 맞기 일쑤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잔망함과 신선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견딘다. 그리하여 "예상치 못하게 변하는 영화"가 되었다. 좋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설명이 안 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만 이 정도면 요 몇 년 사이 충무로에서 만든 어떤 공포영화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공포영화라기보단 미스터리물 같다) 김윤혜, 송이재 같은 배우도 근사하고 이상아 씨의 연기도 좋다. 아니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