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질문에서 연결을 발견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부랴부랴 어린이집에 있는 두 아이를 하원 시켜
데려오자마자 분주하게 준비한 저녁밥상..
오늘은 만가닥버섯과 루꼴라를 넣고 볶은 오일 스파게티가 오늘의 메인이다!
이제 막 한숨 돌리면서 포크를 드는 순간 막내 아이가 포크로 툭툭 면을 건드리면서 말을 한다
-근데 손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있어?
갑자기 스파게티 먹는데 웬 손이 없는 사람이 나오는 건가 싶지만 한술 더 떠서 성의껏 대답을 했다.
-그렇지 손만 없나? 팔도 다리도 없는 사람도 있어~
-엥?! 그럼 어떻게 밥 먹어?
-누군가 먹여주거나 아니면 엄청난 노력으로 먹는 사람들도 있어.
-진짜? 너무 힘들 거 같은데.
-그렇지. 밖을 나갈 때도 우리는 우리 발로 신발 신고 나가서 계단도 내려가고
차를 타고서 편하게 나갈 수 있는데. 손발 다리가 없으면 밖을 나가는 것이 정말 힘들지.
근데 손과 팔다리, 발이 없으면 밖에 안 나가고 싶을까?
놀이터 가서 놀고 싶지 않을까? 너희도 어딘가 다쳐서 엄마가 집에 꼼짝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어떨 거 같아?
-엄청 놀고 싶지. 다른 애들처럼 나도 놀고 싶지.
-맞아. 근데 놀이터만 해도 미끄럼틀 타려면 어떻게 올라가지?
-....
옆에서 둘째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계단을 올라가.
-맞아. 계단이 있잖아. 근데 몸이 불편한 친구들은 어떻게 올라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쉽게 올라갈 수 없어.
만약에 올라간다고 해도 정말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
근데 우리 예전에 전철 타고 농부시장(마르쉐) 갔던 거 생각나?(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갑작스러운 주제 전환에 아이들 눈빛이 반짝거린다.
-응. 기억나. 야채도 많고 막 놀이터 있던데!
-맞아, 거기에 놀이터가 있어서 놀았었지~ 거기 미끄럼틀 어땠어?
과연 한번 가봤던 놀이터와 공간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음... 특이한 게 있었나?
-ㅎㅎ 사실 거기 놀이터는 미끄럼틀에 계단이 없어. 그냥 완만한 언덕으로 돼있었어~
-아!! 올라가기 편하게!! 우와 나 이제야 알았어 맞아 계단이 없었네 대박.
(그래도 기억해줘서 고맙다.)
-그래 맞아 시소도 그랬어. 휠체어 탄 친구들도 시소를 탈 수 있어서 재미있게 놀이터에서 놀 수 있어.
여기에서 끝낼 수도 있던 이야기에 또 이어서 질문을 해본다. 나도 참 끈질기다.
-근데 우리 동네에 그런 놀이터가 많아?
-아니 다 계단이지.
-맞아.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너무 적어. 적으면 그만큼 이용하기에 어렵다는 거지.
버스도 그래. 아직도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고. 계단 없는 버스도 많이 늘었지만 우리 동네 마을버스만 해도 계단은 있지.
전철은 특히나 지하 깊이 들어가다 보니 계단도 많은데 이동할 수 있는 기계들이 너무 부족해.
그러다 보니 어딜 가려면 진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위험하고 힘들겠지.
너희 학교도 몸이 불편한 친구가 다닌다고 생각해봐.
-뭐 불편한 게 많이 없는 거 같은데.
-계단 많잖아. 후관 가려면 계단 엄청 많잖아.
-그러네. 계단도 많고. 엘리베이터도 없어. 그럼 그 친구들은 학교 어떻게 다녀?
-맞아. 그만큼 배우는 것도 어려워. 그런 시설이 되어있는 학교에 가야 되는데 많지도 않고 멀고..
엄마처럼 그 친구 엄마도 일한다고 생각해봐. 더 쉽지 않지. (엄마의 노고에 대해 어필하기..ㅋㅋ)
결국 오고 가는 것도 쉽지 않고, 배우는 것도 어려워.
-난 진짜 생각 못했어. 나는 괜찮으니까 불편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힘들겠다.
-맞아. 우리만 행복할게 아니라 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잖아. 모두가 행복해야지.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나는 참 독하다.
-우리도 장애인이 될 수 있어.
-응??(동공 지진 대혼란)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도 어떤 사고나 재난으로 심하게 다치면 장애를 가질 수 있어.
라라(둘째)도 태어나자마자 어려운 심장수술을 했고 지금도 약 먹으면서 잘 자라고 있지만
심장수술받은 친구들 중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게 불편하고 어려운 친구들도 있어.
갑자기 첫째가 둘째 가슴에 손을 살며시 올려본다. 둘째는 첫째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그래. 우리가 우리 주위를 좀 더 잘 살펴보면 그 친구들의 살아가는 것들을 보게 되고
그 친구가 겪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 그 마음을 알았다면 우리도 그 친구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보태줘야 되는 거야.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까.
-응...
-이제 스파게티 빨리 먹자ㅋㅋ
이야기하기 전만 해도 아직 해가 있었는데 이야기하고 나니 해가 졌다. >ㅡ<
더불어 함께 살아감을 배우는 진지하고 심각한 저녁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서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