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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Jan 15. 2024

소중함과 두려움은 쌍둥이

감정에 관한 고찰

우리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 광활한 자연 등을 보면서

경이로움과 함께 상기된 감정과 감격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 뒤로 동시에 서늘한 소름이 돋기도 하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삶에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소중함을 느낄 때 두려움도 함께 태동한다.


이런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 순간은 나와 나이차이가 꽤 많이 나는 귀엽고 순둥순둥한 막내 동생이 태어났을 때였다.


더없이 소중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느낌. 잃어버릴까 봐,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나의 무지로 위험에 빠뜨릴까 봐, 나로 인해 아프거나 상처받고 다치게 할까 봐 등등.. 너무나 귀하기에 겁이 나고 걱정하고 작은 잘못에도 자책하며 곱씹어보된다.


할머니를 보내드리고 나서는 가족이라는 나와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들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 세월이 흘러 나이 든다는 게 무서웠다. 언젠가 올 이별의 순간이 최대한 늦게 오길, 오늘 하루도 무사하길 매일 기도하게 됐다.


소중한 존재들은 가족들 뿐만 아니라 타인 중에도 있다.


내가 우울에 허덕이며 관계에 서툴렀던 순간에도 쭉 옆에 있어준 친구는 전학 온 지역에서 새로 사귄 베프다. 성격이 좋아 주변에 친구들이 많을 텐데도 내가 초라했던 모든 순간에 이해와 참을성을 놓지 않아 준 좋은 사람이다. 올해로 벌써 11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어 그 인연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젠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모습에 감정이 상하거나, 인내심이 동이 나서 떠나가버리진 않을까 이따금씩 두렵기도,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만나는 순간 그런 걱정들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즐거움으로 마음이 가득 찬 채 집으로 돌아온다.


학원에서 만나 선의의 경쟁을 하고, 지금은 같은 계열로 진학하여 공통의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도 만나면 심신에 안정감을 준다. 대학에서의 비즈니스 관계가 아닌,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에서 만난 일부 좋은 친구들도 존재하지만 함부로 말을 옮기며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날 가능성, 본의와 다르게 곡해할 여지가 있다는 게 관계의 진척을 어렵게 한다)


내가 몸담았던 학교에서 내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선생님들, 교수님들도 해당된다. 그래서 원래도 대할 때마다 긴장되고 어려웠지만 실수할까 봐 조심스러워서 맨날 뚝딱거리게 된다.


행복의 순간에도 언젠가 불행이 닥치지 않을까 불안을 느끼는 것처럼. 소중한 게 생기면 나는 두려웠고 현재도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밤에 찾아온 어둠에 몸서리치며 겁을 먹듯, 내게 소중함이란 불확실성에서 오는 감사하면서도 마음을 시리게 하는 존재다.


매 순간 확인하고 싶은, 다음날에도 무사한지 알고 싶은 존재.


소중함의 이면에는 두려움이 있다.

둘은 쌍둥이다.


두려움이 있기에 소중함이 배가되고 소중한 게 있기에 두렵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속성과 유한함이 순간에 가치를 부여한다. 가끔은 겁이 나서 숨통이 조여오더라도 계속해서 놓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간직할 수 있는 무형의 영원함을 꼭 끌어안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도 행복과 감사함을 고스란히 느껴도 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소중한 존재에 더 다가가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껴보자고 오늘도 다짐해 본다.


에필로그.

엄마 옆에서 낮잠을 자려 누우며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새삼스럽게도 전보다 나이 드신 엄마를 응시하며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을 조여왔다.


이젠 영락없이 다 큰 성인으로, 독립하고도 남았을 나이가 된 나를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챙기는 엄마가 너무나 소중해서 두려웠다.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마음 한 켠이 시려왔다. 나는 이 아늑한 행복을 놓치기 싫어 이내 이불을 끌어안는다.


밤이 오지 않길 바라면서, 해가 저물지 않길 바라면서,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면서.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글 속에 오늘의 사색을 새겨본다.


사랑하는 엄마께서 편찮으시지 않길. 평안하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내 곁에 오래 존재하시길. 그리하여 이 평화로운 나날들이 지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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