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대의 공학대 전환 논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에 대해 모 정치인이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는 "비문명의 끝을 보고 있다”며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은 ‘공학 전환’이라는 가상의 사실을 만들어 놓고, 학교 측이 공들여 준비한 취업박람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공학 전환 논의를 환영하는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겁박하고, 교수를 조롱하며 교직원을 감금하는, 불법을 넘나드는 시위를 벌이는 일은 엄연히 비상식적이고 비문명적”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일보 2024. 11. 15)
여대를 나온 나와 공학대를 나오거나 다니고 있는 식구들의 식탁에서는 이해가 된다는 의견과 안 된다는 의견 또한 혼재했다. 여대가 공학대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중 여고 여대를 경험한 나로서는 공학대를 갈 걸 그랬다는 후회가 조금 있었는데, 남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심을 감추고 사회적 동물의 진면목을 행사할 때면 저 인간들은 제 승리를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장하는 데 선수구나, 싶기도 했고. 맹목의 사랑으로 교문 앞에서 식음을 전폐한 채 짝사랑을 기다리다가 끝내 기절하는 인간을 보며 어리석은 소년들이군, 철이 언제 드나 싶기도 했다. 그들이 예스, 할 때 그게 진심인지 또 노, 할 때도 그게 진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것은 여대를 다녀서가 아니라 대상을 면밀히 감각하지 못한 나 자신의 인지부족일 뿐이었다. 지금 이 논란에 대해 내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누가 저 여대생들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이해했는가 하는 점이다. 저 정치인의 확고부동한 비난에는 스스로 말하는 비난이 고스란히 돌아가야 마땅하다. 그가 그들을 조롱하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도 않은"이라는 말로 집단행동을 벌이는 학생들의 태도를 무지하고 유치한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실재하지도 않은 문제를 갖고 난리법석을 벌였을까. 은근한 자세로 비집고 들어서려는 행위, 정식안건이 되기 직전의 은밀한 작전 중의 하나라는 명백한 인식에 의한 분노는 아니었을까. 물론 감금과 불법적 행위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발화의 시작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느 쪽이 맞다 그르다를 떠나 기본적으로 여대생들을 폄하하려는 그 정치인의 자세에 분노하게 되는 건 내가 여대 출신이기 때문일까. 그야말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