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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Dec 17. 2024

182. ‘여가(餘暇)’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82

“행복이란 여가에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

     

여가(餘暇)’는 일이 없어 남는 자유로운 시간으로 식사, 수면, 세면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말한다. 한마디로 남는 시간인데 역설적으로 일과 여가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적당한 여가와 휴식이 있어야 생산성도 높아지므로 일하는 시간에는 꼭 쉬는 시간이 요구된다.

여가는 휴식을 겸한 다양한 취미활동이 포함되는 경제 활동 이외의 시간으로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다. 여가는 직장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이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활동으로,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균형을 위해 필요한 활동이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생활의 여유가 증가하게 되면, 여가 활동 역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사회는 직장과 가정을 분리하였을 뿐 아니라, 일과 여가 역시 분리되었다. 따라서 주말과 휴가, 근무 이후의 시간 등을 이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이렇게 여가는 직장과 생활의 분리가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산업사회 초기보다는 산업사회가 발달하면서 근로 시간의 축소, 소득 증가의 뒷받침으로 늘어나고 있다. 직장의 업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아 그에 몰입하고 자신이 즐기는 일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기 충전을 하며 자기 능력을 재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1일 8시간 노동제, 주5일제, 휴가제도의 발달 등은 여가 시간을 제도적으로 증가시켰다. 사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소비적이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가생활은 상류와 일부 중산층에 한정된 문화였다고 한다면 20세기 중반부터는 광범위한 중산층까지 확산하였다. 따라서 20세기 중반 이후 노동 생산 중심에서 여가 소비 중심으로 생활양식으로 변모하게 되었고, 과거가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워커홀릭이 환영받는 시대였다면 이제 베짱이처럼 여가를 즐기는 시대이다. 여가를 즐길 수 없는 워커홀릭은 부끄럽다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먹고 살기 이해 꼭 저렇게 일에 매달려야만 하나?’라며 생존경쟁에 뒤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기분 전환, 스트레스 해소, 자기 충전과 개발을 위한 여러 목적이 있는 여가 활동에는 등산·낚시·골프·수영·사이클링·배드민턴 등 각종 스포츠, 여행·사진 촬영·음악·영화·그림·요리·식도락 등 취미생활, 바둑·TV 시청·경마 등 오락, 독서·명상 등 자기 충전, 봉사활동·시민단체 활동 등의 사회참여 활동 등 매우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불건전한 여가 활동도 많은 편이다. 경마와 경륜, 전자 도박, 도박 등 사행성 여가 활동이 적지 않은 편이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 외에도 화투나 폭음 등 불건전한 여가 활동들도 있다. 혼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기도 하지만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도 하고,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어울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여가 활동에서 행복과 재미를 느끼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것이 보통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러한 여가 시간을 즐기기 위한 각종 체육시설과 공원들을 많이 만들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 여가 산업, 레포츠 산업의 발달도 각종 놀이 시설과 조직이 발달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단연 TV와 모바일 콘텐츠 시청으로 가장 많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는 TV 앞에, 밖에서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 보는 것이 매일 하는 여가 활동의 전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밖에서 하는 여가 활동의 으뜸은 음주로 나타났다. 음주 횟수가 일주일에 평균 2회 정도인데 사람을 만나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주로 음주라는 얘기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괄목하게 증가하고 있는 여가 활동은 단연 등산이다. 20여 년 동안 등산 인구는 급증하였고 많은 사람이 등산을 즐기고 있다. 또한 도박성 여가 활동(경마, 경륜 등)과 중독성 여가 활동(게임)이 증가하는 추세고 여가 산업에 의한 환경파괴 등도 문제다. 골프장 난립에 의한 환경 훼손이 적지 않고, 낚시에 의한 수질 오염, 스키장 건설에 의한 산림 파괴 등이 그 예이다.

한국에서는 청소년-청년기에는 공부와 취업 준비, 중장년에는 꽉 짜인 직장생활 등으로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은 노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육체적 고통으로 남아도는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남는 시간에 주로 TV 시청(51.4%), 인터넷 및 SNS(11.5%), 게임(4.0%) 등과 같이 실내에서 하는 소극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늦은 저녁 시간대만 여가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만이 주말을 이용해 집 밖에 나가 스포츠 활동, 예술 행사 관람(영화, 연극, 뮤지컬 등)으로 적극적으로 여가를 즐긴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인들 대다수가 술을 마시며 텔레비전 보는 게 여가 활동의 전부라는 거다. 한국인은 집안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을 선호하며, 스포츠 활동은 물론 연주회나 전시회 같은 문화 행사도 잘 즐기지 않는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가 활동의 압도적 1위는 텔레비전 시청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가족이나 많은 사람과 함께 자기 계발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여가 문화가 잘 발달하지 못한 편이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건전한 오락, 자기 계발을 위한 여가 활용 방법, 봉사와 정치참여 등 사회참여 방법 등이 개발되고 발전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누구든 일할 권리도 있지만 시대가 갈수록 게으를 권리가 더 중요하게 되었고 가히 게으름을 찬양하고 미덕인 시대다. 특히 느림에 대한 미학의 출현으로 슬로우 푸드, 슬로우 시티, 슬로우 라이프 등이 등장하여 일상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얻을 수 있는 느리게 사는 삶, 섬세한 삶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웰빙’과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인간의 뇌를 쉬게 하겠다는 ‘멍때리기’도 모두 같은 이유이다. 우리가 놀고먹고 마시며 즐기는 3차 서비스 산업의 대부분은 여가 관련 문화 산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산업 영역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서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우할 정도다. 가히 레저 천국이라 할 만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여가를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여가에 있다라고 했고, 소크라테스도 여가는 인간의 소유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 칭송했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을 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했고 쇼펜하우어도 『행복론』에서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보낼 생각만 하지만재능 있는 사람은 시간을 활용한다.’라고 하면서 여가는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중요한 원천이라 했다. 여가는 새로운 삶의 근본이다. 특히 자기 계발과 자아 확장의 기능을 지닌 여가는 우리 삶의 신천지를 열어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여가는 우리의 삶이 더 나은 의미를 지니게 하고, 삶의 방향성과 선택지를 넓혀줄 것이다.  

   

잘 놀아야 행복하다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오늘도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떠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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