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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차별(差別)’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92

by 오석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 통치 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

‘차별(差別)’‘차등을 두어 구별한다’라는 뜻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그들의 특성(예: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불공정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실생활에서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대상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하는 행위이다. 또한 평등한 기회나 권리를 박탈하거나, 편견과 선입견에 기반해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포함하고, 특정 대상에 이익을 주는 것도, 불이익을 주는 것도 모두 차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로 특정 대상에 불이익을 주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한다. 차별은 법적,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개인의 존엄성을 해치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차별’은 기준에 공정성이 없을 때 발생하여 불공정·불평등을 내포하지만 ‘차별화’는 새로움을 내포한다. ‘차별화’라는 단어는 완전히 다른 것,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하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쪽에서는 ‘차별화’를 ‘고급화’의 다른 말로 쓰기도 한다. ‘역차별’은 기존의 차별과 정확히 반대의 방향으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하고, ‘무차별’이란 단어는 차별은 없지만 ‘무차별 공격’, ‘무차별 살인’ 등과 같이 뒤에 붙어있는 단어들의 부정적 의미를 강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별은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구조적 차별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눈에 보이는 ‘직접 차별’은 특정 집단에 속했다는 이유로 명백히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으로 어떤 회사가 채용 공고에서 ‘남성만 지원 가능’이라고 명시하여 여성을 성별로 배제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간접 차별’은 형식적으로 제한·배제·분리·거부 등 다르게 대하지 않지만, 차별당하지 않는 사람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차별 계층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에서 근무 시간 규정으로 ‘야근 필수’를 요구한다면 겉으로는 모든 직원에게 동일한 규칙이지만, 육아 책임이 있는 특정 집단(주로 여성)에 불균형한 부담을 지우므로 간접 차별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차별’은 사회 제도나 시스템이 특정 집단을 체계적으로 불리하게 만드는 것으로 공공시설에 장애인 접근 시설을 하지 않아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누구나 차별에 대한 본능을 감추고 가면을 쓰지만 무심코 내면의 우월감과 선민의식, 개인주의, 반사회성 등이 반영되어 말, 행동, 생각에서 차별을 가할 수 있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사회에서 차별의 기준은 수없이 많지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정하는 차별은 성별, 종교, 신체 조건 등 19가지가 있고 차별금지법상 처벌 대상으로서의 차별 조건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차별의 주체는 모든 사회적 집단이 되며 차별의 객체는 사회적 소수자 집단인 경우가 많다. 다만 차별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컨대 교사나 교수를 뽑을 때 그에 합당한 자격증이나 학력 및 지식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 회원제 클럽이나 가게에서 비회원을 거부하는 것 등은 타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차별금지법에서 말하는 차별행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환경 및 자격 문제, 재산 문제, 특정 범죄 연루 문제, 기타 실질적 평등과 사회 질서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 등의 합당한 이유로 인한 차별은 차별이 아니다.

차별은 일반적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과는 거의 무관하고 차별 대상이 되는 집단에 대한 혐오와 편견에서 시작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은 증오 발언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확산시키고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편견을 정당화한다. 나아가 증오와 부정적 편견이 주류문화로 자리 잡고 전승되면 법과 정책 등에 반영되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까지 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제도적인 차별은 합리적인 차별로 여겨지거나 아예 차별로 인식하지 못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알게 모르게 많은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종에 대한 차별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백인우월주의는 황인, 흑인, 히스패닉에 대한 차별하는 습성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나이와 학벌 등으로 채용이나 결혼 시장에서 차별이 매우 강해 문제가 되며 인종에 대한 차별도 극심하다. 세계적으로 처벌 규정과 범위가 강화되는 추세로 차별 조건에 대한 증오, 인격 모독, 타인에 대한 비방 등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형사적 처벌까지 하는 국가가 많아지고 있다.

한편, 개인의 취향에 따른 호(好)불호(不好)를 차별과 구분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개인의 취향이 극단적이지 않다면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상이 사람일 때 취향은 인종 차별의 수준으로 옮겨가기 매우 쉽다. 예를 들어 ‘나는 흑인 여성은 내 취향이 아니라 사귀지 않아’라는 말은 취향인가, 차별인가? 개인의 기호에도 차별이 적용될 수 있을까? 명쾌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위의 문장을 한 단어만 바꾸어 ‘나는 달콤한 카페라테는 내 취향이 아니라 마시지 않아’라고 말하면 지극히 일상적인 표현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취향에 대한 발언도 대상이 물건일 때와 사람일 경우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저 취향일 뿐 싫어하는 것이 존재할 수 있지만 물건에 대한 취향이 사람에 대해서는 차별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보통 취향은 어느 정도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내적 기호이고 차별과 취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차별을 논할 때 사적이고 미시적인 차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적이고 미시적인 차별은 단순 취향에 따른 것인지, 악의, 증오심에 따른 것인지, 그것이 무조건 나쁜 것인지 사람마다 기준이 자의적이고 모호해서 의도, 맥락 등을 복잡하게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취향과 맞는 사람을 환영하고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거부하는 행위가 차별로 볼 수 있는가. 그것이 차별이라 하더라도 꼭 나쁘게만 볼 수 있는가의 문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쉽지 않다.

UN, IOC, FIFA 등의 국제기구에도 특정 민족, 국가, 인종, 집단 등을 폄하하고 차별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삼가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상대방의 국가, 민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선의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정과 신뢰를 쌓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다양한 형태의 차별이 존재한다. 인종, 장애인, 성소수자, 특정 종교, 특정 국가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아직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피해자들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준비되고 있다. 이러한 ‘차별금지법’은 의료 윤리, 표현과 신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 사회의 평등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법안이다. 차별을 방지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열매를 맺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별은 누군가에게 인종이나 피부색을 이유로 그를 공공의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 때, 그가 당연히 느낄 모멸감, 좌절감, 수치심의 문제이다. 특히 인종 차별과 사회적 차별은 자존감을 짓밟아 차별받는 사람이 열등하고 멸시당할 정체성을 가졌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그래 ‘차별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라는 프랑스 격언도 있다.

나아가 다양한 차별의 결과는 개인적으로 자존감 저하, 정신적 스트레스, 기회 상실 등의 영향을 줄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집단 간의 갈등과 불평등 심화시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성 존중 교육, 포용적 정책 추진을 통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고 개인적으로도 편견을 자각하고 공정한 대우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겠다. 또한 차별은 단순히 개인적 편견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사회적·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차이’를 밝혀 차별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눈으로 포용과 배려의 미덕을 발휘하는 삶으로 나아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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