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94
“가장 큰 착각은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착각(錯覺, illusion)’은 ‘인간의 인식 과정에서 실제와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지각하거나 해석하는 현상’으로 외부 자극이나 정보를 인간의 감각기관과 인지 체계가 실제와 다르게 해석하거나 왜곡하여 발생한다. 이는 감각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뇌가 외부 자극을 잘못 해석하거나, 기존의 경험, 기대, 맥락, 또는 인지적 편향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착각은 단순한 시각적 오류에서부터 복잡한 인지적 왜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착각’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시각적 착각인 착시(錯視)가 떠오른다. 착시 그림에 익숙한 탓이다. 그러나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시각만이 아니다. 기억도 착각에 취약하다. 일반적으로 생각도 착각에 취약하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해 자신이 잘 아는 통찰력이 있다고 믿는 경향, 즉 자기평가를 할 때 자기관찰에 의한 통찰의 비중을 과다하게 높이는 이런 현상을 ‘내성 착각’ 또는 ‘자기관찰 착각’이라 한다.
착각은 인간의 감각과 인지 시스템이 복잡한 환경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착각은 인간만 아니라 오감을 통해서 외부 정보를 느끼는 다른 생명체에서도 발생한다. 감각기관 자체가 굉장히 불완전․불확실하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 입력된 정보는 혼란이 일어날 여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실제와 다른 잘못된 믿음이나 인식의 착각은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현상으로 작용하고, 우리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 해석함으로써 생기는 믿음이나 인식이 개인의 감정, 결정,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착각의 원인은 여러 가지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생리적 요인으로 감각기관의 한계, 신경적 처리 과정의 오류 등이 있고 심리적 요인으로 기존의 경험이나 믿음에 의한 기대와 선입견, 선택적 인식, 인지적 편향 등이 있다. 마지막 환경적 요인으로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과 배경, 시각에서의 조명과 색상 등에 의해 발생한다.
착각의 유형으로 시각, 청각, 촉각 등의 지각적 착각(perceptual illusion)과 확증편향과 같은 판단, 추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착각(cognitive illusion)으로 나눌 수 있다.
착각의 긍정적 효과는 특히 자기 인식과 동기 부여에서 두드러지는데,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 - 약효가 없는 약을 먹어도 효과가 있다고 믿으면 실제로 건강이 나아지는 경우), 자기효능감(Self-Efficacy -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착각은 실제로 더 나은 성과로 나타남), 낙관적 편향(Optimism Bias - 미래가 긍정적일 것이라는 착각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목표를 향한 동기를 강화) 등으로 나타난다. 한편 부정적으로는 과대망상(Overconfidence -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잘못된 판단이나 실패로 이어질 수 있음), 오해와 갈등(타인의 의도나 행동을 잘못 해석하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길 수 있음), 현실 부정(Denial - 심각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착각에 빠지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음) 등으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착각의 힘은 잘 활용하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지만, 조절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특히 극단적 착각은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자기 계발, 스포츠, 경영 등에서 긍정적 착각을 활용해 동기를 높일 수 있는데 운동선수가 “나는 최고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믿으며 불리한 경기를 기적의 역전승으로 이끄는 경우다. 이렇게 긍정적 착각은 동기와 자신감을 북돋아 목표 달성에 이바지하지만, 부정적 착각은 잘못된 판단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와 자기 성찰을 통해 착각을 점검하고,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은 겉으로는 ‘누구나 착각할 자유가 있다’라는 뜻이지만, 속뜻은 다소 비판적이거나 풍자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 표현은 누군가가 현실과 동떨어진 믿음이나 잘못된 생각을 고집할 때, 이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동시에 그 착각이 어리석거나 터무니없음을 은연중에 비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터무니없는 자신감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행동할 때, ‘착각은 자유’라고 말함으로써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야 네 마음대로지, 하지만 그건 현실과 다를 뿐’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명목 아래, 그 생각이 틀렸음을 넌지시 지적하는 뉘앙스가 포함된 표현이다. 이 말은 맥락에 따라 다정하게 놀리는 투로 쓰일 수도, 날카로운 비판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므로 상황과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말이다.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착각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착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감각적 착각보다 정신적 착각(생각의 착각)이 훨씬 크다. 그중에서도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대표적이다. 결혼 후 부부 관계만 보더라도 가장 큰 비극은 서로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애할 때는 어떤 커피를 가장 좋아하는지, 어떤 옷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곳을 싫어하는지, 어떤 영화를 싫어하는지 시시콜콜 묻는다. 매일 만나는데도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뭐했어? 밥은 먹었어? 누구랑? 맛은 있었어?” 등 속속들이 묻고 답하느라 휴대 전화가 쉴 새가 없다. 그러나 결혼하고 1년만 지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이상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관심이 없고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끊임없이 나에 대해 알려주고, 상대방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결혼생활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연인이든 부부든 상대에 대해 무엇이든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고, 서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고 확신하는 것으로 사랑이 이루어지고 지켜지고 지속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거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당신이다. 그리고 나다. 당신과 나, 우리는 자신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수많은 감정 기복에 둘러싸인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다지 잘 알지 못한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확증편향에 빠진 오류투성이 인간’이 우리 인간이고 바로 나인 것이다. 이러니 거만해질 수밖에.
어떤 초로의 할머니가 속절없이 늙어가는 아쉬움에 연지곤지 곱게 단장을 하고 외출했다. 생선가게 앞을 걷고 있을 때 ‘같이 가 처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뒤를 돌아보니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하고 생선가게 주인이 외치고 있더란다. 착각이 만들어낸 재밌는 이야기다. 살다 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착각 속에 얽힌 일화는 수없이 많다. 히말라야에 사는 토끼도 자기가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크다는 착각을 하고 산다 하지 않던가.
어찌 보면 우리는 착각의 세상에서 ‘제 잘난 맛’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말 중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속담이 있다. 해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미리 넘겨짚어 무엇을 바라거나, 원하는 것을 다 얻은 것처럼 경솔히 행동한다는 뜻이다.
착각하지 않고 온전히 제정신으로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적당한 착각으로 자신이 제일 잘 난 듯, 제일 예쁜 듯, 제일 똑똑한 듯 살아가시길~! ‘착각은 자유’라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