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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도덕(道德)’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95

by 오석연

‘도덕(道德)’이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로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자발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 한자 ‘道’는 우두머리가 무리를 이끄는 모양새로 ‘길’이란 의미에서 점차 확대되어 근본원칙, 깨달음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한편 ‘德’‘마음이 가리키는 바를 천천히 따라가는 것’을 뜻한다. 학문적 도덕의 의미는 개인과 사회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선하고 악한지를 판단하고 행동을 규제하는 원칙, 가치, 규범의 체계라 할 수 있다.

유의어로 ‘윤리(倫理)’가 있는데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개념이다. 도덕은 개인이나 사회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내면적 원칙이나 가치관으로 주로 개인의 양심이나 문화, 종교 등에 기반을 둔다. 반면 윤리는 특정 집단이나 직업군에서 공유되는 행동 규범이나 체계화된 원칙으로 사회적 합의나 규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정립된 것이다. 쉽게 말해, 도덕은 개인의 내면적 신념에 가깝고, 윤리는 사회나 집단의 규범에 더 초점을 맞춘 개념이다. 도덕이 개인의 내면에 관한 학문이라면 윤리는 올바른 인간관계에 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도덕과 윤리의 경계는 깊이 파고들수록 모호해지기 때문에 단순히 개인적․사회적, 일반성․상대성 등으로 명확하게 분간하기는 어렵다.

한편 도덕과 법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도덕은 개인의 양심, 사회적 가치, 문화, 종교 등에 기반한 내면적·비공식적 규범으로 강제력이 없으며, 사회적 비난이나 양심의 가책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사회적 행동 전반을 포괄하며 문화와 개인에 따라 상대적이고 유연하다, 개인의 덕성과 사회적 조화를 촉진한다. 반면 법은 국가나 기관이 정한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규칙, 법률로 제정되고 벌금, 징역 등의 처벌로 강제 집행된다. 명확히 정의된 범죄 등의 특정 행동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보편적이고 고정된 규칙으로 사회 질서 유지와 공공의 이익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규범적 성격으로써 도덕은 행동의 기준을 제공하며, 개인이 따라야 할 이상적인 행동 방식을 제시한다. 이는 법률과 달리 강제적이지 않으며, 주로 양심, 사회적 합의, 문화적 전통에 기반을 둔다. 정직, 공정성, 타인에 대한 존중 등이 도덕적 원칙으로 간주 된다. 하지만 도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 종교, 역사적 배경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는데 이를 ‘도덕 상대주의’라 한다. 예를 들어, 일부일처제가 도덕적이지만 특정 문화에서는 다처(妻)제. 다부(夫)제가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한편 진화심리학에서는 도덕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협력과 생존을 촉진하기 위해 발달했다고 보고 있다. 도덕적인 평화로운 세상이 인간의 생존에 더욱 유리했을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논리다. 결국 도덕은 인간 행동을 인도하는 규범적 체계로,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맥락 등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되었을 것이다. 도덕은 단순한 가치 체계가 아니라, 인간 사회와 개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다양한 역할을 담당한다. 도덕의 주요 기능으로 첫째, 사회적 통합과 결속 강화한다. 인간 행동과 사회 구조를 유지·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여 공유된 규범과 가치를 통해 개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준다. 특히 ‘타인에 대한 존중’, ‘공정성’ 등의 도덕적 원칙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분열을 방지한다. 둘째, 행동을 규제하고 조절한다. 개인의 충동을 억제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장려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셋째, 갈등 해결과 정의 실현에 공정한 기준을 제공한다. 평등, 공정 등의 도덕적 원칙은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법적 시스템의 기반이 된다. 그 밖에도 도덕은 개인의 양심 형성과 죄책감을 통행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고 개인적·심리적 안정 제공한다. 또한 도덕은 법이 미치지 못하는 예의나 친절 등의 영역을 규제함으로써 사회적 질서 유지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도덕은 사회적 안정과 개인적 성장을 위하여 규제와 통합의 기능으로 기준과 변혁의 역할을 담당한다.

도덕은 개인과 사회의 행동을 규제하고 조화로운 공존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문화와 맥락에 따라 상대적이며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도덕은 규범과 가치의 체계로, 개인의 행동을 ‘옳고 그름’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서 필연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특정 행동의 금지나 권장으로 개인의 자율적 선택을 제한하여 개인의 삶과 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자율성과 갈등을 일으키고 억압할 수 있으며 사회적 합의에 따르지 않으면 사회적 비난, 배제, 또는 죄책감을 유발한다. 개인의 양심이나 가치관이 사회적 도덕과 충돌할 때, 개인은 자유로운 선택 대신 도덕적 규범을 따르도록 강요받을 수 있다. 낙태나 안락사에 대한 도덕적 논쟁에서, 개인의 선택이 사회적·종교적 도덕에 의해 제약받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자유가 제한된다.

도덕은 개인의 심리적·정서적 자유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덕은 개인의 양심을 형성하며, 이를 어길 경우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유발해 자유롭게 욕망을 추구하거나 비도덕적 행동을 탐구하는 것을 심리적으로 제한한다. 이렇게 도덕의 자유 제한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개인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보며, 도덕이 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유주의자의 주장과 도덕이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개인의 자유는 공동선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보는 공동체주의자의 입장이 있다.

결국 도덕은 사회적 질서와 협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규범적 강제, 사회적 압력, 심리적 억제, 문화적 상대성 등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는 행동 선택, 자율성, 심리적 안정,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도덕에 의한 자유의 제한은 항상 부정적이지는 않으며,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통해 사회적 공존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도덕은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행동 기준으로, 공동체의 조화를 유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러한 도덕적 규범은 때로 개인의 욕망과 본성을 억압하고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으므로 살다 보면 거추장스러운 ‘도덕의 옷’을 벗어던지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도덕의 옷을 벗어 던지는 자유로움은 도덕적 제약에서 벗어남으로써 개인의 억압된 욕망이나 창의성을 표현하여 자아 실현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사회적 규범을 초월한 작품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고 도덕적 얽매임에서 벗어나 기쁨이나 해방감으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면을 벗고 자신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는 솔직한 삶이 가능하게 한다. 한편 도덕적 규범을 위반했다는 죄책감과 불안이 생길 수 있고 사회적 비판이나 배척으로 고립감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도덕을 완전히 벗어던지면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자유로움과 책임 사이의 딜레마로 적절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도덕의 옷’을 벗어 던지는 자유로움은 개인의 본능과 욕망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사회적, 심리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상반된 면이 있다. 이러한 도덕의 옷을 벗는 자유로움을 건강하게 추구하려면 자신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재정의하며 선택적 접근이 필요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도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마음 챙김과 자기 성찰이 함께 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늘 도덕에 맞춰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때로는 도덕이 인간을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할 때는 도덕의 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기도 한다. 도덕도 인간을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 도덕이 절대화되어 인간을 거기에 끼워 맞춰서도 자유와 행복에 우선해서도 안 된다. 도덕은 이상향처럼 완벽하게 그곳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늘 그 이상향을 바라보면서 삶을 영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에서 도덕은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과 자신의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행동이 어떻게 해서 자신이나 남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지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자기 행동을 눈앞에 탐욕을 채우는 데 집착하지 말고, 자신이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남이 네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라는 ‘도덕의 황금률’도 있지 아니한가.

자본가와 노동자,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정치가와 일반 국민의 도덕이 각각 다르지 않을 것인데, 그들의 언행과 책임지는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슬프고 씁쓸한 일이다. 하긴 법 위에 있는 사람들이 도덕이 보이겠는가. 우리 같은 보통 서민만이 가장 도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완벽한 도덕적인 이상향을 꿈꾸다 지치기보다는 적당한 ‘도덕의 옷’을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상향의 삶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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