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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Mar 26. 2024

수능영어 일타강사의 추천으로 요즘 핫해진 이 책

문학과 비문학의 마법같은 연결고리

 

 수잔 바우어(Susan Wise Bauer)의 <The Story of the World>라는 역사책 시리즈가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핫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초등 엄마들 사이에서요. 수능영어 일타강사 조정식이 꼭 읽어볼 만한 영어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네요. 동네 엄마의 증언에 따르면 당근에 올라오기가 무섭게 팔린다는군요.




비문학을 싫어하는 너에게..


 요즘 아이 키우는 치고 영어책 없는 집이 있을까요? 그림책부터 시작하여 리더스, 챕터북에 진입하기까지 아이의 영어 레벨에 맞춰 재미있는 영어책을 갖다대느라 엄마들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닌데요. 그런데 가만 보면 유독 이야기책만 좋아하고 논픽션 책은 거부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이야기 중심의 책만 읽다 보면 비문학 책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내러티브 중심의 서술 방식에 익숙한 아이는 비교나 대조, 원인과 결과 등 비문학 글이 흔히 갖는 구조를 어렵고 딱딱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혹은 아이가 스스로 파고들어 읽을 만한 관심 분야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요. 이런 아이들에게 역사는 비문학의 세계로 순조롭게 넘어갈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역사책은 때로는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은 흥미로운 사건들로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수잔 바우어가 쓴 <The Story of the World>는 이런 아이들에게 논픽션으로 가는 마법의 길이 되어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이야기책처럼 술술 읽을 수 있는 역사책입니다.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고대,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 역사의 큰 흐름을 균형 있게 짚어줍니다. 원어민 초등학생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챕터북을 자유롭게 읽는 아이라면 충분히 통독할 수 있어요. 세계사에 대한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는 아이라도 입문서로 읽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쉽고 재미있답니다.     


수잔 바우어, 누구?


 저자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면 이 책의 특징을 이해하고 책의 활용법을 발견할 수 있어요. 저자 수잔 바우어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세계사를 가르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교장 출신인 어머니의 지도로 초, 중, 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링으로 마친 저자는 17세에 대통령 전액 장학생으로 William & Mary 대학교에 입학했어요.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이 대학은 미국에서 하버드 다음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미국 대통령을 4명이나 배출한 문학, 언어 부문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입니다. 현재 모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라틴어, 그리스어, 아랍어, 프랑스어 등을 구사하며 한국어 실력도 상당하다고 해요. 20여년 전 출간된 이 책은 지금도 전 세계 가정과 학교에서 역사 교재로 활용되고 있어요. 아마존에서 15년 연속 홈스쿨링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역사 분야에서도 꾸준히 10위 안에 들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무엇이 그리 좋길래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강점은 엄마가 이야기 들려주듯 소리내어 읽기(Read-aloud) 방식으로 쓰여진 쉬운 문체입니다.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들도 한 편의 이야기처럼 버무려내는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는 이 책의 굉장한 매력이에요. 비문학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지식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듯이 접근할 수 있어요. 내러티브 방식의 서술이기 때문에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저의 큰아이도 문학책 편식이 심해서 논픽션은 왠만해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는데요. 이 책은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주자 며칠 안 되어 스스로 읽기 시작하더라고요.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냐고 하면서요.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어린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책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이 이름은 앞으로 자주 나오니까 기억해두는 것이 좋을 거야”, “앞에서 이런 내용을 살펴봤는데 혹시 기억나니?” 이런 섬세한 문장들은 마치 엄마가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려고 애쓴 흔적도 많아요. 네덜란드 독립전쟁을 이끌었던 빌럼 1세(William Ⅰ)에 관한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And Queen Beatrix, who rules Holland today, is William’s 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eat-grandaughter.” 


아이는 great이 도대체 몇 번 쓰였나 세어보면서 킥킥대면서, 네덜란드에는 지금도 국왕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지요.      


신화와 민담, 그 당시 사람들이 남긴 편지글, 관련된 문학 작품 등을 적절히 인용한 것도 아이들에게 역사책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13세기 영국 존 왕이 재위하던 시절, 높은 세금으로 인해 백성들이 고통받았다는 사실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로빈 후드의 이야기를 실었어요. 우리나라의 홍길동처럼 탐욕스러운 귀족들을 혼내주고 가난한 백성들을 도와주던 의적 로빈 후드에 관한 민담이지요.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벌어졌던 백년 전쟁을 기술하는 부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관련 희곡을 일부 발췌하고요. 태양왕이라고도 불리며 견고한 절대 왕정 체제를 유지했던 프랑스의 루이 14세를 설명할 때는 그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소개합니다. 권력이라는 것은 가질수록 더 원하게 되는 것이므로 애초에 남에게 나누어주면 안 된다고 단단히 경고하지요. 당시 옆 나라 영국에서는 청교도혁명이 일어나던 중이었거든요.




다음 글에서는 <The Story of the World>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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