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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라 Mar 27. 2024

영어와 세계사를 한큐에 잡는 법    

<The Story of the World>를 읽는 네 가지 방법 

"내가 처음에 CNN과 같은 국제 뉴스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이유는 역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영어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에다 이치조는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 도서를 집필한 영어교육 전문가입니다. 그가 국내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는군요. 우에다 이치조는 수십 년간 영어사전 수십 권을 통째로 암기하고 100편이 넘는 영화를 받아쓰는 등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해왔어요. 의사소통이 막힘없이 되는 수준까지 올라왔음에도 마지막까지 그를 가로막고 있던 벽은 지구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부재였음을 깨닫고 세계사를 공부했다고 해요. 


 영미 문화권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영어 실력을 진정한 고급 단계로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문화적 뉘앙스와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표현들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단계 말입니다. 마침 수능 일타강사 조정식의 강력 추천으로 요즘 초등학생들이 영어로 쓰인 세계사 통사를 많이 읽고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서 인문학을 강의하는 수잔 바우어의 <The Story of the World>가 바로 그것입니다. 영어와 세계사를 한큐에 잡을 있게 해주는 역사책 시리즈로 미국 아이들즐겨 읽는 스테디셀러이기도 해요. 이 책의 활용법을 몇 가지 소개할게요.




챕터별 요약 


 비문학 독서에서 요약하기는 핵심적인 독서 기술입니다. 글의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서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는 것은 모든 학습의 기본이 되는 능력이니까요. 동화책 읽듯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그렇다고 계속 책장만 넘기다보면 앞에서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어요. 워낙 비슷한 인명과 생소한 지명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고요.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긴밀히 연결되는 역사책이므로 챕터마다 주요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면서 읽으면 점점 독서에 가속도와 흥미가 붙을 수 있어요.


 <The Story of the World>는 특히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소설을 요약하듯 인물, 사건과 배경, 또는 육하원칙에 따라 요약하도록 지도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핵심어에 동그라미를 그리도록 해보세요. 다 읽고 나면 표시한 부분으로부터 중요한 단어나 어구를 활용하여 두어 줄 정도로 줄여보라고 해보세요.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자신의 언어로 요약하도록 격려해 주세요. 한글로 쓰기 시작해서 점차 영어로 바꾸어나가도 좋습니다. 


 <The Story of the World>는 Vol. 1~4까지 총 네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권이 동일하게 42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요. 한 챕터는 3장 반에서 4장 정도로 길지 않아요. 주말 제외하고 하루에 한 챕터씩 읽으면 두달 가량 소요됩니다. 방학을 이용하여 하루 분량을 두 챕터 정도로 늘린다면 더욱 집중적인 독서가 가능하지요.      


섀도잉과 흘려 듣기        


 책의 전체 분량이 상당함에도 책 전권의 오디오북이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인데요. 게다가 성우가 CNN으로부터 격찬받은 바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토리텔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듣기 활동을 꼭 곁들이길 추천 드려요. 이 책을 녹음한 Jim Weiss는 역사와 문학 고전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198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0여 년간 소명 의식을 품고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 코넌 도일 등 거장들의 작품을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즉 작품에 대한 별다른 이해나 열정 없이 앵무새처럼 녹음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음원을 들어보면 영혼을 다해 한 줄 한 줄 읽었음이 느껴진답니다. 특히 <The Story of the World>의 입말투 문체를 그대로 살려 연기하듯 읽었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듣는 재미를 한껏 느낄 수 있어요. 책에 자주 나오는 낯선 고유 명사를 발음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요.


 이 책의 텍스트를 일부 활용하여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출판된 책이 있어요. <The Story of the World 세계 역사 이야기 영어 리딩 훈련>이라는 제목의 이 책에 음원 CD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한 윌북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요. 유튜브 등을 검색해보면 <The Story of the World> 책 본문을 소리 내어 읽은 음원과 그 밖의 관련 자료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 있어요. 이 책의 높은 인기와 활용도를 엿볼 수 있답니다.


 한 챕터를 듣는 데 대략 20분 정도 걸립니다. 성우가 워낙 드라마틱하게 읽기 때문에 소리의 강약 조절, 인토네이션 등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듣기 훈련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연표 참조   


 다산 정약용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연표에 손때가 까맣게 묻도록 공부하는 것이 역사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라고 일러준 바 있어요. 중국 왕조의 연표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하면 큰 줄거리를 파악하고 시대의 앞뒤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하였지요. 


 아이들이 역사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큰 줄거리 파악 없이 역사적 사건들을 파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 이름만 부지런히 외우는 거에요.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개별 인물과 사건, 연대 등의 정보가 통합될 때 비로소 아이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고 의문점도 갖게 됩니다.     


 <The Story of the World>의 저자는 책을 쓰면서 의도적으로 연대를 최대한 생략한 듯 보입니다. 이야기 같은 매끄러운 서술을 위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연대 기술은 최소화한 대신 부록에 상세한 연표를 제공하고 있어요. 독서를 하면서 이 연표를 적극적으로 참조하기를 권합니다. 책을 읽었으면 해당 챕터의 연표를 보고 주요 사건을 시간의 흐름대로 연결하도록 장려해 주세요. 인과 관계를 찾아 말로 설명해보면 더욱 좋습니다. 막히는 부분은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읽으면 이해가 더욱 촘촘해지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1447년경 활판 인쇄기 발명에 성공한 구텐베르그는 1452년부터 독일어로 성경을 대량 인쇄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은 일일이 필사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값이 무척 비쌌을 뿐 아니라 성경은 라틴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읽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제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모국어 성경이 그것도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거에요. 1517년 마틴 루터가 비텐베르그 95개조 반박문을 교회 문 앞에 붙임으로써 시작된 종교개혁의 횃불은 급격하게 독일 전역과 유럽으로 퍼져나가며 이후 역사를 바꾸었는데요. 그것은 비텐베르그 95개조 반박문과 모국어 성경이 인쇄술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었던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주장도 로마 카톨릭의 권위가 약화되어 가는 이러한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될 수 있겠지요? 종교개혁으로 촉발된 구교와 신교의 극렬한 대립은 이후 30년 전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신성로마제국은 실질적인 힘을 잃게 됩니다. 샛별처럼 등장한 프로이센이 이후 근대 독일 탄생의 기초를 다지게 되지요. 역사책에 전후 사정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건은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연표를 보면서 스토리텔링하듯 말해보면 책에서 읽은 내용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됨을 경험할 수 있어요.     

 

   

역사책 병행 독서       


 비문학 책은 연계 독서로 이어질 때 그 효과가 놀랍게 배가될 수 있어요. 뇌의 시냅스가 연결되듯 해당 분야의 배경지식이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동시에 깊어지게 됩니다.       


 수잔 바우어의 책처럼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 스토리텔링식으로 기술된 역사서가 있어요. 다산 에듀에서 출간된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1, 2>는 <The Story of the World>의 한글 버전인가 싶을 정도로 결이 비슷한 서양사 입문서입니다. <The Story of the World>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럽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루고 있어서 수잔 바우어의 책과 병행 독서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에요. <The Story of the World>에는 곧잘 생략되어 있는 연대가 꼼꼼히 표기되어 있어서 시간의 흐름을 짚어가며 내용을 반복 학습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두 책을 읽다 보면 분명 같은 사건을 다루지만, 지면의 한계나 관점의 차이 때문에 한 책에서는 생략된 사건의 배경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다른 책에는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한 책만 읽고 끝내면 얻을 수 없는 입체적이고 심층적인 이해를 병행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어요.  




 비문학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세상에 대한 앎인데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인식은 인류가 살아온 역사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층이 켜켜이 쌓여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지표면을 형성하듯 현재의 세상은 인류의 수많은 발자취가 축적된 결과니까요. 그렇다면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마치 박물관에서 지층을 수직으로 잘라놓은 모형을 관찰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의 이 박물관 견학에서 <The Story of the World>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지층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친절한 도슨트가 되어줄 것입니다. 도슨트가 원어민이라서 영어 공부까지 겸해지는 것은 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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