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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본 글이 너무 좋아서, 아껴 읽고 싶어서.

오랜만에 책을 읽는다. 한 주 넘게 온전히 책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몸도 바빴고 마음도 분주했다.

지난밤엔 새벽 두 시까지 공부와 일을 마무리하고 기분 좋게 잠들었다. 아침부터 내리 달렸었다. 깔끔히 마치고 메일까지 보내두니 후련했다. 꿀잠을 잤다. 예상과 달리 악몽 비슷한 걸 꾸었다. 오후가 된 지금도 꿈 내용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누군가 나에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사주 같은 게 있다고 안 좋은 소릴 하는 꿈이었는데 꿈에서조차 그 말을 크게 믿지 않았다. 악몽에 속하는 스토리였지만 개의치 않는다. 지금 떠올리기 전까진 생각지도 않았다.

고민되던 할 일들을 해치우니 마음이 편안하다. 책임이 따르는 할 일이 생기면 먼저 해둬야 편하다. 그러지 않으면 계속 마음이 불안하다.

오늘은 눈을 뜨니 9시 반, 아이 수업이 10시 20분인데 늦잠을 잤다. 차로 10~15분 걸리는 곳이니 평소의 두 배로 서둘렀다. 머리만 안 감으면 모든 것이 가능한 시간. 모자를 눌러쓰고 마치 안 감아서 쓴 게 아닌 듯 패션인 것처럼 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며칠 전 수오서재에서 받아둔 신간을 이제야 꺼냈다. 책표지가 포근하다. 언젠가 나올 내 책도 이런 느낌일까.

그렇게 아이 수업이 마치길 기다리며 40분, 집에 돌아갔다 다시 나온 지금 여기 롤러장에서 2시간 반을 꼬박 책을 읽었다. 롤러장의 분위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알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 소음들이 오히려 조금은 찢어지는 백색소음으로, 거칠고 모난 세상의 소리로 들렸고 그래서 더 좋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파릇한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음성 뒤 배경음악으로 꽤 적절했다.

책의 구석구석 마음에 와닿고, 글쓴이의 심정이 절절히 각인되는 구절이 많았다. 몇 년 전만 해도 피부까지만 겨우 닿았을까 싶은 내용들이 이젠 살을 뚫고 마음속을 파고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나이 들어 쓰지 않으려 했지만.. 불혹을 넘기니 오히려 세상 여러 가지에 현혹되지 않는 게 아니라 더 많이 휘둘린다. 불혹이 불혹이 아니라 오히려 유혹이다.

그렇게 유행가요와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 묻혀 혼자 눈물지었다 웃었다를 반복하며 실컷 책을 읽었다. 아직 뒷이야기를 다 못 봤지만 오늘 내에 다 읽을 것 같다. 모자의 애틋한 이야기가 부디 이 봄바람처럼 살랑거리며 웃음을 남겨주길. 끝까지 그래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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