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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구 Feb 13. 2023

후쿠오카, 누군가에게는 그리움

(구) 여행사 MD의 후쿠오카 이야기, 첫 번째

후쿠오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없는 그리움이 특유의 비릿한 바닷바람과 함께 밀려온다.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절, 나는 여행사에서 MD로 근무했다. 연극을 전공하며 어렵게 취업 준비를 시작했고, 어학 능력을 살려 여행사, 호텔 취업을 준비하던 중, 전공 연관성이 가장 적은 영업 부문에 지원했다. 운좋게 합격했고, 한 달간의 신입사원 연수 끝에 영업부서가 아닌, 생전 한 번 가본 적 없던 일본팀에 배치가 됐다. 일본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 운영하는 부서였다. 기본적인 상품 운영을 담당하는 OP역할을 수행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품 일정과 요금을 관리하는 MD가 됐다. 그렇게 가장 처음 담당하게 됐던 지역이 후쿠오카, 큐슈 지역이었다. 


2015년 1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출장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여행을 가더라도 꼭 후쿠오카행 항공권을 예매했다. 가깝고, 재밌고, 맛있고, 편안한 도시. 내가 느낀 후쿠오카의 첫 인상이었고, 약 20번의 여행 끝에 갖게 된 마지막 기억이다. 


종로에 있는 대형 여행사에서 새로운 후쿠오카 일정을 서치하던 나는 이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고, 그렇게 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길었던 코로나가 그래도 한 풀 꺾이는 시기가 드디어 오긴 왔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후쿠오카 여행을 부산스럽게도 준비한다. 후쿠오카만 5년 넘게 판, 고인물의 입꼬리가 참다 참다 터져버렸다. "제가 사실 전 회사에서 후쿠오카 담당을 했었어요! 저한테 다 물어봐주세요!" 


그렇게 많은 점심시간을 후쿠오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보내고 있다. 귀찮을 줄 알았는데 왠걸, 나는 천생 여행사 체질이었나보다. 너무 재밌다. 덩달아 신이난다. 그 좋다던 도쿄를 한 번도 못가본 촌놈이라 코로나 끝나면 후쿠오카는 그만, 꼭 도쿄에 가야지 결심했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다. 이어지는 후쿠오카 여행 상담 속에, 나도 모르게 3월 출발하는 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끊어버렸다. 잠시 후회도 했지만, 역시나 설레는 요즘이다.


때때로, 우리의 삶은 우리를 참 멀리도 데려다 놓는다. 하지만 어쩐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나는 후쿠오카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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