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희 이름은요
뭐? 이름이 뭐라고?
찬 바람이 불던 어느 계절. 한 여행지에서 펼쳐진 일이었다. 덩치 큰 8명의 사람들이 좁은 카라반에 옹기 종이 모여 앉아 취기를 빌려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을 때 S가 꺼낸 질문이었다.
"저희 이름은 꿀꺽하우스입니다."
"뭐, 꿀.. 뭐?"
"왜요? 전 아주 멋진 이름인 것 같은데요?"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J가 S의 말을 반박했다. 꿀꺽이라는 이름이 귀에 잘 박히고 뭔가를 삼킨다는 느낌이 잘 전해진다는 이유였다. 그의 말에 H는 요즘 이름은 힘을 빼거나 이거 뭐지? 하는 느낌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또 다른 의견을 냈다. 약 1시간가량 분명 그 자리엔 우리가 있는데 우리가 없이도 대화가 오고 갔다. 이름 하나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정말 이상하리만큼 묘한 가슴 벅참이 밀려왔다.
사실 오랜 기간 그 이름을 고집해야겠다는 이유는 하나였다. 꿀꺽- 정말 익숙하면서도 단순한 소리지만, 술을 경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는 술을 추앙, 아니 추앙할 만큼 높이 잔을 치켜든 적이 많다. 그만큼 술을 가까이하고 애정 한다. 그 시작은 술과 함께 하는 사람들.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주류 업계의 종사자로서 혹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술이 맛있다는 걸 알기 위해선 '꿀꺽'하고 직접 경험을 해야 하고, 그 경험을 이끌게 하고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지도 모르겠다고. 직접 만든 술과 우리 색깔이 뚜렷한 공간에서, 또 좋아하는 음악, 영화, 환경,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을 매개로 하여. 그래서 꿀꺽하우스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어찌 보면 꿀꺽 삼키는 모양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끝까지, 때로는 유연하게 우리 공간에 흘러 보내보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의 전제는 바로 '우리술'이다. 이 말에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술 - 쌀, 물, 누룩과 지역에서 난 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술.
우리의 술 -우리만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현대와 전통의 교차점에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가양주 문화'를 써 내려가는 것.
맞다. 경계 없음이 또 하나의 정의일지도 모를 우린 우리술이자 우리의 술을 만들며 새로운 존재감으로 우뚝 서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야망이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피어나 꿀꺽하우스를 이루는 초기 구성원은 어느덧 4명이 되었다. 나이와 성별, 직장과 관심사가 모두 다르지만 각자의 색깔에 맞게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양조장 문을 활짝 열어 사람들을 맞이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카라반에서 1시간 동안 대화가 오고 간 것처럼 사람들에게 얼마나 또 새로운 존재감으로 다가갈까? 모쪼록 꿀꺽- 하고 우리가 만든 술을 삼키고 경험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채워지고 비워지길 바란다.
꿀꺽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인생의 행복인 어디에도 없었던 우리술 양조장 이야기. 일층과 삼층 사이. 부산 광안리 해변을 끼고 황령산과 금련산을 마주하는, 지금 우리가 바로 선 이곳에서 꿀꺽하우스의 드라마가 곧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