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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스트 레지나 Aug 09. 2024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을 읽으며 추억에 빠지다

이탈리아 로마 in 1989 ,스페인광장 나보나광장 콜로세움

지난 4월, 이천 시립도서관 독서의 취향 프로그램으로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북라이프)을 읽었다. 


☆5일차 (104~125쪽)


*발췌


- 행복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소화가 될 무렵이면 늘 같은 질문이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듣고싶은 말은 정해져 있지만 오답일 확률이 크다

외면하고 싶지만 정답은 '다시는 못 올 것이다'


이곳은 다시 없다

사람이 변하고 빛이 변하고 풍경이 변하고

무엇보다

내가 변한다


어제의 밝았던 이 도시는 오늘 없다

어제의 초낙관론자인 나는 오늘 사라졌다


고대 소피스트가 이미 진리를 설파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여행에 있어서는 나도 소피스트가 된다

같은 도시에 두 번 도착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지금을 남김없이 살아버리는 것

다시 없을 지금, 여기

다시 없을 내가 있다.


♧단상


다시 없을 지금, 여기

다시 없을 내가 있다


이 구절이 

나를 찡하게 한다

가슴이 저려온다

나이가 들어가나보다...


1989년 이탈리아 로마에 갔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헵번이 젤라또를 먹으면서 올랐던 스페인광장 

그 계단에 앉아 나도 젤라또를 먹었었다.

그때 나이 26살, 첫 아이를 출산하고

한달 만에 출장을 갔었던 때였다

다시 올 수있을까

꼭 다시 와야지 남편이랑...

 

결국 다시 못갔고

그때 태어났던 딸이

신혼여행으로 그곳을 다녀왔다.

 

다시 그곳에 간다면

26세의 나는 다시 없을테지만다시 없을 지금의 내가 있을것이다.


1989년 11월 1일, 이탈리아 로마에 갔다. 첫 딸의 생일이 4월 6일이니까, 출산한지 6개월만에 출장을 간 것이다.


정확히 35년 전,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었으니, Fuji 자동카메라로 필름사진을 인화했던 것을 다시 찍어 올리니 화질이 별로다.  새삼스레 스마트폰의 사진기능이 얼마나 편리한가를 깨닫는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다. 


1989년, 홍콩에서 국제 NGO단체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홍콩에서 14시간 동안 비행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오전에 도착, 짐정리를 한 후, 저녁 무렵에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로마인들의 평화로운 공원 일상에 빠져버렸다. 지금이야 우리나라도 이러한 일상이 흔한 광경이지만 35년 전,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해할까? 


워크샾 일정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고, 그 이후에는 자유시간이라 근처에 산책을 나가거나 쇼핑하러 다녔다. 

연인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밀비오 다리,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플로렌스 (지금은 피렌처로 더 불려진다)를 가기 위해 기차역에서...

로마 바티칸궁, 교황이 사는 곳이다. 당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였다. 로마 북서부에 위치해있는 교황청이 통치하는 가톨릭 국가이다. 인구와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에버랜드보다도 작은 면적이다. 바티칸 광장 전체적인 모양은 하늘에서 볼때 열쇠 구멍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베드로의 상징물이 열쇠, 정확히는 천국 문의 열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티칸 돔을 오르기 위해 나선형으로 나있는 좁은 계단을 300여 개 쯤 올라간것 같다. 바티칸 박물관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가서 설명을 들으면서 보면 정말로 좋은 곳이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 

로마의 상징인 거대한 건축물, 콜로세움!!! 영화 글래디에이터-전쟁 포로인 검투사와 맹수의 전투 경기가 벌어졌던 원형경기장이다. 영화 벤허의 박진감 넘치는 전차경기가 벌어졌었던 곳이 근처에 있다.

로마, 스페인광장 계단 앞,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햅번이 젤라또를 먹으면서 그레고리팩을 만나는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다.  

사방이 다 볼거리 작품들로 둘어싸여 있다. 다니다 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다. 유럽여행의 특징이다. 성당 건축물 투어를 하다보면 천장에 있는 모자이크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고개를 들고 다녀야한다. 그러다가 넘어지기 일쑤 ㅋㅋ조심 또 조심!!!

숙소 근처에 작은 천이 있었다. 필리핀 친구들과 함께 ~

워크샾중 브레이크~ 페루, 스리랑카에서 온 참가자~

한 달 일정 중 거의 마지막 날, 브라질, 독일, 페루, 볼리비아, 필리핀에서 온 참가자들과~~ 지금은 이름도 다 까먹었다. 아시아, 유럽, 남미쪽에서 온 친구 들이다.  



3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필름 사진에 날짜가 찍혀 있어서, 그것을 참고 삼아 정리하며 기억을 떠올려 봤다. 1989년 이탈리아 로마여행을 떠올리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처음 경험했던 것

2. 도로에 오래된 최소 20년 된 소형자동차들이 많았던 것

3. 대부분의 가게들이 시에스타(낮잠시간)를 가지는 것

4. 치즈종류가 거의 천 여 가지 된다는 것

5. 아침식사 때에도 테이블에 와인이 주어진다는 것 

6. 와인가격이 3~4천원으로 엄청 싸다는 것 (근사해 보이는데도)

7. 숙소 화장실에 변기와 비데가 따로 있었는데, 비데가 뭔지 몰라서 거기에  발닦았던 것. 


그 당시에 내가 경험했던 새로운 문화였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26세의 내가 밝게 웃으며 오롯이 서있다.


다시 없을 지금, 여기

다시 없을 내가 있다.


다시 없을 그때 거기

다시 없을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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