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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스트 레지나 Aug 09. 2024

빨간 머리 앤 영어필사 -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

브로치를 훔친 벌로 방에 갇힌 앤

지인들과 함께 영어필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블로그활동을 하다보니, 의외로 필사하는 모임 혹은 개인들이 엄청 많다. 나처럼 영어책은 물론이고 어려운 고전부터 시나 수필, 그리고 좋은 글같은 것들을 각자 자신들 만의 방식으로 필사를 하고 있다. 캘리그라피를 이용해서 좋은 구절을 써놓는 것도 있다. 나는 영어책 필사, 필기체로 본문을 필사하고 인쇄체로 단상을 영어로 쓴다. 워낙 손글씨를 못쓰지만, 날것 그대로의 실제 모습을 올려본다.  요즘 친구들은 필기체, 인쇄체를 알려나?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있다. 




PART I. 파밀리아(Familia) : 단단한 쉼표가 되어주는 가족


PART II. 아미커스(Amicus) : 따뜻한 곁이 되어주는 벗


PART III. 메모리아(Memoria) : 성장으로 영글어가는 추억


PART IV. 아모르파티(Amor fati) : 운명에 대한 사랑




오늘 소개하는 필사 내용은 PART II  Day 36. 브로치를 훔친 벌로 방에 갇힌 앤



이 필사 책의 특징은 각 장 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 한가지 씩 있는데, 요게 신의 한수다. 본문 내용과 관련된 질문이다.

오늘의 질문은:


Q: 어릴 때 받은 벌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행동 교정에 효과적인 벌이 있다면?

영어로 쓴 것을 번역하면 이런 내용이다. 


A: 고등학교 3학년 때, 방과후에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있었다. 사실, 자율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어느날, 나를 포함한 3명의 학생들이 부룩쉴즈 주연의 끝없는 사랑 (Endless Love)을 보러갔다. 그것은 선생님의 허락이 없이 행해진 스릴있는 사건이었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있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살짝 쳤다. 나는 돌아보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이었다! 다음 날, 우리 세명은 하루종일 반성문을 써야만 했다. 나는 아직도 어두운 영화관에서 선생님의 얼굴을 보았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효과적인 행동교정에 관해서 나는 아이가 스스로 반성하고 행동을 고치기를 기다려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으로서, 혹은 어른으로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 뒤에 뭔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있어야 겠지만.  우선 학생은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반성하고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 과정을 위해, 선생님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이야기를 스스로  쓰게 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한다. 쉽지 않지만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위해 가치있는 일이다. 


앤은 마릴라의 브로치를 훔치지 않았지만 마릴라는 앤이 브로치를 훔쳤다고 확신하고  그 벌로 다음 날 예정되어있던, 앤이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소풍을 못가게 했다. 그것이 앤에게 주어진 벌이었다.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그 벌로 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벌일 수 있겠다. 


나는 숙제를 안해오거나 지각을 하거나 하는 학생들에게 벌을 주기 보다는, 숙제 잘하고 지각하지 않으면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다룬다. 그러면 아이들은 선물을 받기 위해서 숙제를 해오고 지각을 안하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게 사춘기 학생들이다 ㅋㅋ 그때그때마다 학생 학생 마다 다른 방법을 쓰지만 결국은 기다림이 답이다. 


토요일이라 가벼운 것을 포스팅하자고 마음먹은 것이 어쩌다 보니 무거운 주제가 되었다. 효과적인 행동교정, 내 자식, 그리고 학교 학원에서 다루어왔던 수 많은 학생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얻어진 경험에서 써봤지만 사실 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한 주제다. 토요일 아침, 커피 한 잔하면서 효과적인 행동 교정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선 내 아이들 부터? 아니면 내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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