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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Nov 12. 2024

대장내시경 검사 전 이렇게 하니 덜 힘들어요

-  음식과 약 먹기 -

차곡차곡 일상


평균수명 100년을 기준으로 할 때 50이 넘었으니 반을 지난 건데 아직도 경험하지 않은 것들이 참 많다. 신기한 건 그다지 어린 나이가 아니니 처음 해 보는 것에 대한 겁이 덜어질 만도 한데 실상은 두려움이 더 커진다는 거다. 대표적인 것이 대장내시경 검사다. 


50 - 이제 쉰 살인데 뭘~

51 - 주위에서 한 명씩 하는구나.

52 - 남편 먼저 검사받게 하자.

53 - 보험 하는 친구까지 나서서 권한다. 네 건강 네가 지키라고!

... 그래도 계속 버텼다. 이유는 딱 하나. 무서우니까. (난 엄살은 부리지 않지만 겁은 좀 많다)




'근데 난 왜 대장내시경 검사받는 걸 무서워하는 거지?' 요즘 들어 든 생각이다. 

아마도 속이 메슥거린다는 약과 더불어 단시간 많은 양의 물 마시는 게 힘들다는 주변사람들의 얘기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음~요즘엔 알약도 있다 하고 물도 예전보다 잘 마시니 한 번 받아볼까? 마음 바뀌기 전에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번엔 도전정신이 두려움을 조금 이긴 것 같다. 


간호사의 주의사항이 길게 이어졌다. 

검사 3일 전부터 채소 안 되고 깨 안 되고 고기 안 되고...'안 되고'가 이어지다 되는 음식이 눈에 띄었으나 흰쌀밥과 흰 죽, 달걀, 감자 등만 가능하단다. 하루 전엔 흰 죽만 되고 그것도 조금만 먹으란다. 흰 죽을 정말 싫어나는데 걱정이다. 이어서 약 복용에 대한 설명이다. 

검사 전날 오후 5시 물약을 30분 안에 다 마실 것. 그리고 한 시간 안에 1.5리터의 물을 마시란다. 다음날 새벽 5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하고 오란다. 먹는 것 없이 내보내기만 하는 과정. 이래서 힘들다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장 반 두려움 반으로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이 환하게 반겨주셨다. 

"드디어 검사받으러 오셨네요 ㅎㅎ. 흰 죽 싫으면 바나나 하고 카스텔라 드세요. 그리고 내가 약을 종류별로 다 먹어봤는데 개수는 많아도 알약이 훨씬 나아. 속 뒤집히지 않아요." 

역시 10년 넘게 다니는 단골병원이라 죽을 싫어하고 물약에 대해 걱정하는 내 마음을 잘 알아주셨다. 

그리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3일 동안 먹을 양식과 약 복용법에 대해 궁리했다.




이제 대장내시경 검사 유경험자로서 나름의 노하우(?)를 이야기하려 한다. (이게 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처럼 겁이 많아 계속 미루고만 계신 분이 있다면 참고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병원에서 끄덕거리고 듣긴 했으나 포 떼고 차 떼고 나니 먹을 게 별로 없었다. 먹어도 되는 재료들을 모아봤다. 유튜브를 켜고. 거기서 배운 요리(?)를 소개한다. '어쩌다 바나나달걀  팬케이크'이란 이름을 붙여봤다.


1. 그릇에 바나나 한 개를 넣고 으깬다.

2. 거기에 달걀을 넣어 잘 젓는다.

3. 두부를 1/4모 으깨 넣는다. '전문가적인' 느낌을 주고 싶어 숫자를 썼는데 그냥 조금 넣으면 된다. 두부는 옵션이니 없으면 패스한다. 참고로 난 두부 안 들어간 게 더 맛있었다. 

4. 설탕보단 소금을 넣는다. (유튜브에선 설탕이나 꿀을 넣으라 했지만 지금은' 맛있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니) 게다가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설탕을 넣으면 속이 메슥거린다.

 5.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팬케이크처럼 굽는다.


이 음식으로 이틀 반을 버텼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생각보다 부드럽고 맛있어서 아침식사 대용이나 대장내시경 받을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단 이틀을 연이어 먹으면 좀 물린다는 게 단점이다.


다음은 약 복용법에 관해서다.

"뭐 약 먹고 다 비워내는 게 목적이니 너무 시간에 구애받지 마세요. 그러니 한 오후 2시부터 천. 천. 히. 알약과 물을 드세요. 급히 먹으면 토할 수 있어요. 알약은 한 병당 160알입니다. 뚜껑에 담길 만큼 나눠 드세요. "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160알 많기도 하지. 약병 뚜껑을 여니 조그마한 알약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한 열 번 정도로 나눠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뚜껑에 담아 3시부터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뚜껑에 담으면 기가 막히게 15~16알 정도가 된다. 제약회사에서 여기까지 신경 썼나 보다. 생각보다 술술 잘 넘어가더라. 천천히 먹어선지 약 성분이 업그레이드된 건지 다행히 속도 울렁거리지 않았다. 

여기서 잠깐! 난 보리차를 미리 끓여뒀다. 많은 양의 물을 마시기엔 구수한 향과 맛이 나는 보리차가 생수보다 나을  것 같아서였다. 약간 따끈한 정도가 마시기 편했다. 날이 좀 쌀쌀해서였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드디어 당일. 몸과 마음이 비워진 상태였다. 

이날 느꼈다. 나이 들수록 마음 비우기는 곧 채움이요 몸 비우기는 휘청거림이란 것을!

위내시경 하다 잠시 깼다. 끝난 줄 알았더니 좀 더 자란다. 아직 대장내시경 안 했다고. 다시 팔을 타고 뭔가 들어온다. 난 다시 스르륵~


수액이 다 비워진 걸 보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나 보다.

다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위와 대장에서 각각 용종을 하나씩 떼었단다. 위험한 건 아니니 걱정 말라고. 정기검진만 잘 하라고 했다.  단 용종 뗐으니 당일 금식이란다.


이런;;~ 3일 동안 못 먹은 거 다 먹겠다고 리스트 뽑아놨는데... 하루를 더 굶어야 하다니.  몸이 리프레시된 느낌이라 가볍고 좋긴 하지만 빵집 앞을 그냥 지나쳐야 함에 마음이 쓰렸다. 

평소에 좋아하지 않던 음식들까지 공중에 떠 다니는 어느 초겨울 오전이다.


* 오늘의 단어는 대장내시경

だいちょうないしきょう(다이쵸~나이시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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