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중학교 3년의 과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학생들을 만나는 특강시간이었다. 어찌 보면 마무리라는 단어보다 새로운 시작이란 단어를 쓰는 게 더 어울리는 아이들이다. 무슨 영화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생각하다 떠오른 영화가 바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였다.
마코토와 치아키, 고스케 세 친구의 우정과 그보다 조금 진한 사랑, 그리고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참 인상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다시 보며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7월 13일 나이스데이 아침이다. 일본어로 7은 나나, 1은 이치, 3은 사ㅇ이다. 이들 앞 글자를 따면 발음이 나이스와 비슷해서 나이스데이다.
나이스한 날인데 마코토는 운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갑자기 쪽지시험을 보고, 가사시간에는 튀김기름을 엎어 불을 낼 뻔했으며 운동장에선 다른 친구들의 몸장난에 깔리기까지 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노트를 갖다 놓으려 과학실에 간 마코토. 거기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고 그것이 몸에 닿는다. 호두처럼 생긴 물체의 이름은 타임리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치다. 이때부터 마코토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하굣길에 아무 생각 없이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전거를 타고 가다 건널목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했으나 마코토가 날아오르며 사고를 면한다. 이 장치로 인해 시간을 거슬러 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이모에게 이야기하며 타임리프의 존재를 알게 된다.
달리는 행동이 시간을 되돌리는 방법임을 알게 된 마코토는 날짜를 7월 13일 아침으로 되돌려 정말 나이스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쪽지시험에 백 점을 받고 가사시간엔 다른 친구와 조를 바꿨으며 모르는 친구들의 몸장난이 있었던 장소를 피한다. 동생에게 뺏긴 푸딩도 찾아오고 노래방에선 열 시간이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때마다 타임리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하지만 마코토가 시간을 되돌려 행복을 느낄 때마다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가사시간에 조를 바꾼 학생은 마코토가 저지른 실수를 대신하는 바람에 왕따를 당하게 되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소화기를 피하려다 친한 친구가 대신 다치는 일이 생긴다. 또 고스케에게 여자친구가 생길 것 같으니 우리도 사귀어 보자는 치아키의 용기 있는 고백에 (셋의 우정을 잃는 것이 두려워) 시간을 되돌려 그 순간을 없.었.던. 일로 해 버린다. 타임리프를 이용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의 혼란스러움 속에서 타임리프의 사용 횟수를 나타내는 팔뚝에 새겨진 숫자가 줄어들수록 치아키에 대한 마코토의 마음은 조금씩 진해져 간다.
7월 13일 오후로 다시 돌아간 그날, 마코토의 자전거 브레이크가 고장 나 있던 바로 그날. 고스케와 여자친구가 마코토의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날 위기에 처한다. 이미 타임리프를 다 써버린 마코토의 절규에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치아키가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이다. 그리고 마코토에게 이야기한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미래에서 왔다.어떤 그림을 보기 위해서. 근데 너희 둘을 알게 됐고 같이 자전거 타고 같이 야구하는 것이 즐거워 미처 돌아가지 못했어. 그러던 중에 타임리프를 잃어버렸고 그걸 네가 주웠던 거야. 이제 내 능력은 여기까지. 과거의 사람에게 들킨 이상 이젠 너희와 있을 수가 없어. 우리 시대의 규율이야."
사고를 멈추게 한 치아키가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마코토는 진심으로 치아키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모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마코토. "넌 나와 성격이 달라. 늦게 오는 친구가 있으면먼저 마중 나가 기다리는 게 너잖아"라는 이모의 조언에 힘을 얻어 기적처럼 다시 한번 찾아온 타임리프를 사용해 치아키를 만난다. 그리고 마지막 대화를 주고받는다.
치아키 : "미래에서 기다릴게."
마코토 : "응 금방 갈게. 달려갈게."
영화 제목이 시간을 되돌리는 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이 아닌 '달리는'이 된 이유다!
중3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치아키의 마지막 대사를 만들어 보자고.
"나 없어도 잘 먹고 잘 살아. 아프지 마. 추억 잘 간직해. 꼭 다시 만나자.
만약에 타임리프 또 얻게 되면 너무 막 쓰지 마. 너를 만나 좋았어. 고마워." 등등.
누군가를 만나 즐거웠고 그래서 그에게 감사하고~
정이 사라지는 사회이고 인공지능이 판치는 사회라지만 영화를 통해 본 아이들의 마음은 따뜻했다. 이 세상에 타임리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현.실.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고 뭣보다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