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으며..
인생은 게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으며 퀘스트를 깨어가는 것이 인생같았다. 중고등학교 때 공부해서 대학가고 대학가서 또 공부하고 직장을 위한 취업준비를 하고 취업준비를 하고 취업에 성공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키우고 늙어가는 것.
그래서 내 인생에 '아이'가 없는 삶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아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아이를 가지는 것이 어려운 질 몰랐다. 2년간의 난임기간을 가지면서 찾아온 아이를 지켜내지 못한 미안함도 들었고 임신이 되지 않는 이유를 자꾸만 나에게 찾으려고 했다.
'내가 술을 마셔셔 안되었나?'
'내가 라면 먹어서 안되었나?'
'내가 살이 쪄서 안되었나?'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해서 안되었나?'
나에게 찾는 임신이 안되는 이유는 수십가지였다. 그리고 난 나를 상처입히고 좌절하고 실망하며 울었다. 인공수정을 실패하고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를 시작하며 2-3일 늦는 생리에 혹시나 하는 마음은 진정이 되었다. (헛된 기대였다. 내가 혹시 늦은 착상? 이라며 기대했다.) 그리고 쉬기로 결심했으니 남편하고 술도 막고 직장동료를 만나 술도 먹었다. 그리고 마음껏 밤거리를 조금 뛰기도 했다.
아이보다, 임신을 위한 노력보다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시험관을 시작하면 아마 이런 생각을 가지는게 어렵고 한달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 있지만 그 동안 나를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내가 임신을 하고 싶은 이유, 아이를 가지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로 했다.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라는 책은 딩크부부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임신중절과 사람들간의 관계, 한국사회의 문제, 아이를 위한 정책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읽으면서 내가 진짜 '아이'를 원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특히 나는 인생을 퀘스트로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를 초조하게 만든다. 라는 이 문장은 정말 생각해볼 거리는 제공했다.
나의 마음이 아이를 낳고 보통이라는 가정의 궤도에 들어가, 아이를 낳아야 진짜 어른이라는 한국사회의 정서가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고 임신에 집착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년을 살면서 평범의 궤도를 걷기 위해 노력했다. 공부했고 취업했고 결혼도 했다. 그런데 그 속에 나는, 나는 무얼해야 행복한 사람일까..? 집을 사기 위해 걱정하며 돈을 아꼈다. 돈을 아끼며 가장 먼저 포기한 것은 취미생활이다. 그 흔한 원데이 클래스도 사실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리고 악기를 배우고 싶었는데, 대학생때 용기를 내서 피아노를 조금 배운 것 빼고는 악기도 배우지 못했다. 이놈의 돈돈돈, 집을 사고 아이를 낳고 싶은 내 욕망으로, 지금은 임신을 준비해야하고 돈을 많이 들어가닌까 나의 취미 생활을 포기했다.
이건 사는게 아니다. 아이는 나의 인생을 꾸며주는 도구가 아닌데 혹시 내가 그런 마음으로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정말 아이를 원하는게 맞을까..? 난 정말 아이의 인생을 이끌어줄 수 있는 멋진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준비가 된 것일가..? 아니 임신이라는 것이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준비 없이도 서로 배우면서 커가는 것이겠지만,, 나는 과연 내 마음은 편하게 아이를 바라볼 수 있을까..?
어쩌면 지금은 나의 취향을 알고 나를 돌아봐야하고 내가 더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이었나보다. 나는 지금 그 시간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