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서 Nov 11. 2024

이런 인간 어떻게 생각하세요? 욕 나옴 주의

독단적 이기주의

난 지금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특수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수업을 같이 듣는 사람 중 한 사람이 우리 모두 하루 수업을 대체해서 답사를 간다고 얘기했다. 그것도 아침에. 특수 대학원은 직장인이 대부분이라 야간 대학원으로 수업이 구성되어 대부분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침부터 출발하는 답사를 우리 반 사람들의 의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정하여 통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답사 장소는 시외에 있는 한 박물관. 그리고 답사 얘기를 꺼낸 사람은 이 박물관의 직원이었다.(참고로 장소는 이녀의 잘못과 무관함)


이 통보를 듣고 난 좀 어이가 없었다. 수업을 빼고 가는 답사를, 그것도 낮 일정인 답사를 야간 대학원 사람들의 동의도 없이 잡다니. 더 웃기게도 이 박물관녀는 현재 일반 대학원 사람이었고 우리 특수 대학원 수업을 굳이 신청해서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일반 대학원 사람이 특수 대학원 수업에 대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게 보기 좋진 않았다.


난 몇 가지 의문이 생겼다. 

첫째, 왜 굳이 아침부터 박물관을 그것도 시외까지 가야 하는 그녀의 직장으로 답사를 가야 하는가? 

둘째, 이 녀는 무슨 생각으로 야간 대학원 사람들에게 상의도 없이 아침 답사를 통보하는가?

셋째, 수업 시간에 나를 비롯한 야간 대학원 사람들과 인사도 교류도 없던 이 사람은 왜 갑자기 리더 행세를 하는가?


이 의문은 모두 반전과 함께 나중에 풀리게 되는데 그게 더 사람을 빡치게 만들게 된다.(기대해도 좋음)

오전 일정이다 보니 출근 때문에 못 가는 사람이 당연히 발생했다. 어떤 사람은 그래도 수업 대체이기에 연차를 내거나 자신의 일정을 조정해서 꾸역꾸역 참가하기도 했다. 야간에 수업 잘 듣고 있는 사람들한테 일반 대학원 사람 한 명이 질러놓은 일 때문에 이게 다 무슨 난리인지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더 황당한 것은 바로 이거다.


"선생님들 차 다 있으시죠? 우리 일반 대학원 학생들이 차가 없어서 그날 좀 태워서 와 주세요."


뭐라고? 우리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까지 태워서 고속도로를 타고 시외에 있는 네 직장으로 와 달라고? 이건 무슨 멍소리인지 모르겠다. 이 답사를 주최한 본인은 정작 아무것도 안 하고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해서 기다리겠다는 심산. 그리고 우리를 이동 수단 및 기사로 쓰겠다는 매우 불손한 심산. 정말 무례하고 이기적인 심산. 난 이런 인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 너 같은 인간은 역시 그 박물관에도 있구나.'


우리가 시외에 있는 그녀의 박물관으로 가는 명분은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수장고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수장고를 보러 거기까지 생 아침부터 학생들을 태우고 간다라. 그 정도로 수장고가 매력적이지 않은데 어쩌지?? 알고 보니 그녀가 박물관에서 진급 대상자에 올랐다고 했다. 수장고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너의 퍼포먼스를 회사에 보여주는 게 목적이었구나! 우리를 들러리 세워 네 직장에 너의 영향력을 과시해 보여 점수를 따겠다는 그 엉큼한 심산이 있었구나!그래, 그러면 설명이 되지. 왜 평소에 살갑지도 않던 이녀가 나서서 우리를 꾸역꾸역 거기로 가게 만들었는지. 이게 그녀의 본심이든 아니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비이락이라고 정황상 합리적 의심이 충분하니까.


"우리 답사 날 점심이랑 커피를 교수님이 사신다고 했는데 전 그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우리 2만 원씩 걷어서 식사랑 커피로 쓰는 게 어떨까요?" 


수업 시작하기 전 그녀가 마치 저는 개념 찬 사람인 양 말했다. 이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없었고 사람들은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그리고 출발 전 날부터 그녀의 무례한 언행은 시작되었다. 출발 전 날 모임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10시로 변경한다는 톡을 단톡방에 또 통보했다. 본인 말로는 출근 시간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라는데 뭔 잡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1시간 거리인 시외 박물관에 10시에 도착하려면 9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11시보다 10시가 덜 혼잡하다니? 그리고 본성이 드러나는 톡을 밤 10시가 다 되어 날렸다.


'회비 내신 분들 인원수만 식당 예약하면 되는 거죠?'


특수 대학원 학생들은 연령층이 꽤 높다. 온라인이나 인터넷 뱅킹에 약하신 분들도 있고 톡 메시지를 잘 확인 못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 저보다 훨씬 나이도 학식도 지위도 높으신 선생님들인데 '돈 안 냈으면 안 오는 거지?'라는 식으로 톡을 보내는 건 무슨 깡일까? 그래 너 돈 관리 얼마나 잘 하나 볼게.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불손한 심산으로 잡은 일정은 하늘까지도 알아보는 것 같이. 비까지 내리는 걸 보고 난 굳이 이 뭐 같은 들러리 여정에 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난 같이 수업을 듣는 연세가 좀 있으신 선생님 한 분을 태워가야 했기에 나 때문에 그분의 일정까지 망칠 수 없어 기왕 가는 거 기분 좋게 가자 생각하며 길을 나섰다. 세상 똑똑한 척 다하는 그녀가 짠 일정은 이랬다.


10시: A박물관(여긴 지 직장 아님) 도착 후 관람

11시 30분: 점심 식사

13시: B박물관(그녀의 직장) 및 수장고 관람

14시: 커피


이 일정에서 또 열이 받는 건 우리 특수 대학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날 16시부터 강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일정 후 16시 강의까지 가려면 적어도 14시 30분에 출발을 해야 여유롭다. 우리의 의사, 스케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답사를 잡은 그녀의 만행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시간에 쫓기며 답사를 즐겨야(?) 했다. 이런 스케줄도 문제였지만 문제는 첫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발생한다.


'박물관 휴관: 공사 중'


휴관일이자 공사 중인 박물관에 여러 사람이 들어서자 박물관 내에 있던 직원들이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마치 우리가 온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저희 A 대학교 학생들인데 혹시 오늘 답사 연락 못 받으셨나요?"

"답사요? 무슨 답사요? 저희 오늘 공사 때문에 휴관인데..."

"그럼 혹시 같은 시에 B 박물관 XXX 직원분 모르세요? 아마 이분이 연락하셨을 건데..."

"XXX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


첫 번째 코스인 A 박물관에서 우리의 일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휴관이자 공사 중인 건 더욱 충격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충격은 그치지 않았다. 이 사달을 만들어 놓고 그녀는 지 직장인 B 박물관 회의가 있다며 A 박물관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하... 지금 다시 생각하며 쓰면서도 욕을 쓰고 싶은 충동이 마구 샘솟고 있다. 이런 봄날 개나리 같은 경우가 다 있나. 일을 자기가 다 벌려놓고 지는 지 직장에 회의라며 코빼기도 안 보였다. 그리고 비까지 내리는 날 공사로 휴관인 박물관 입구에서 우린 어색하게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연차까지 내고 유류비에 톨비까지 쓰며 오게 만들고 지는 평소와 같이 출근해 회의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한마디로 자긴 조금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박물관 관계자분께서 많은 인원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마음이 쓰였는지 조용히 참관을 허락해 주셨다. 하... 우리가 왜 이분들에게 민폐가 되어 눈치를 보며 관람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와 용납이 되지 않았다. 이 맹랑한 게 이 많은 불러놓고 장소 예약 및 섭외를 아예 안 했다. 게다가 교수님도 세 분이나 동행한 단체를. 비 오는 아침부터 꾸역꾸역 차에 여러 사람을 태워 먼 길 온 이 사람들의 답사를. 하... 진짜 그날따라 자동차 한 대가 계속 떠올랐는데 그게 바로 시발차였다.


그렇게 첫 일정을 마치고 그녀가 예약을 한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난 가는 길에 주유를 해야 해서 제일 늦게 식당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아무도 그녀의 옆에 앉지 않아 내가 앉게 되었다. 뭐 원래 말 섞어본 적도 없지만 옆에 앉았음에도 난 밥만 먹었다. 그리고 밥값은 한 교수님께서 이미 결제를 하셨다고 하여 감사의 박수를 쳐 드렸다. 그럼 여기서, 기억해야 할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교수님에 대한 감사와 우리가 걷은 돈은 아직 쓰지 않았음이다.


마지막 코스인 그녀가 학예사로 일한다는 직장 B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뭐 별다를 거 없는 박물관을 구경하고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다는 그녀의 비기인 수장고를 보러 갔다. 수장고에 가는 순간 왜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 곳인지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이다. 볼 거라곤 그냥 대형 금고 철문 같은 문들과 슈퍼마켓에 가끔 봉지 빵이 막 들어왔을 때 보이는 빵 상자 같은 플라스틱 상자들이었다. 유물은 다 봉인되어 있고 가려져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고작 이딴 걸 보여주겠다고 여기까지 이 많은 사람을 오게 만든 그녀의 담력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보여준 사람을 수장시키고 싶었던 수장고를 본 후 박물관 2층에 있는 카페로 갔다. 카페 음료는 다른 교수님께서 또 결제를 해주셨다. 여기서 또 기억하자. 그녀가 걷은 돈은 아직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결제를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늦게 온 두 분이 음료를 주문했다. 이미 교수님께서 결제를 한 후라 추가로 결제를 개인이 해야 한다는 말이 들렸다. 추가 결제? 왜? 네가 걷은 돈은?? 두 분은 어리둥절하면서 결제를 했고 우린 돈 문제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가 나타나 하는 말이 가관이다.


"제가 돈 걷은 걸 깜빡했어요. 결제한 카드 주시면 제가 취소해 드릴게요."


하... 진짜 이쯤 되면 나 욕 한번 해도 되지? 이런 시발차 같은 게 무슨 개뼈다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건지. 출발 전 날 돈 안 내면 빠지는 걸로 알겠다며 국세청보다 더 징한 징수를 해놓고 뭐? 돈 걷은 걸 깜빡해?? 뭐 이딴 녀가 다 있지? 우린 이 대사를 듣자마자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 다른 분들의 수업 시간이 쫓겨 시킨 음료도 다 마시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리고 대부분 돌아서며 말했다.


"나 같으면 그래도 내 직장에 온 손님들인데 그냥 커피는 내가 샀겠다."

"그러게 여기까지 불러놓고 기념품 하나 안 챙겨주네."


그렇게 뭣 같은 답사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있다. 바로 그녀가 걷은 돈.

보통 상식적으로 돈을 걷었고 행사가 끝나면 얼마 중에서 얼마를 썼고 남은 돈은 어떻게 할지 바로 단톡방에 올라오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녀는 돈을 쓰지 않았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아는데도 일주일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반전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 특수 대학원 수업 때 자기가 주도해서 돈 걷자고 해놓고 일반 대학원 단톡방에 '특수 대학원 선생님들께서 돈을 걷자고 했다.'라고 하며 일반 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징수를 한 것이었다. 특수 대학원 선생님들이 걷자 했다? 야 이녀야... 네가 걷자고 바락바락 걷더니 뭐? 우리가 걷자고 해서 걷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난 특수 대학원 생이라 일반 대학원 방에는 없어 몰랐는데 나중에 단톡방 메시지까지 보고 치가 떨렸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 원래 이 답사는 일반 대학원 수업 때 일반 대학원 학생들끼리 가는 걸로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대학원 학생들이 차가 없어 시외까지 이동할 차량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특수 대학원 선생님들 거의 다 차 있으니까 그쪽에 얘기해서 같이 가죠."


하... 나 이제 욕 좀 할게. 이 정도면 욕해도 되지? 야 이, 시발 차야. 우리가 너희들 운전기사냐? 진급에 미쳐 지 회사에 잘 보이려고 우리를 기사에 들러리에 아주 알뜰살뜰 잘도 부려먹었다. 그리고 돈 문제는 더 지저분했다. 일반 대학원에서 쓰지 않은 돈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표정이 굳어지며 '누가 돈 얘기 꺼냈냐? 그때 두 분 음료를 결제해서 돈이 애매하게 남았다'라며 안색이 가을 단풍처럼 다양했다고. 아니 이녀야, 이게 네가 얼굴 붉힐 일이야? 그리고 돈이 애매하게 남은 건 또 뭐임? 두 명은 음료값 제외하고 돌려주고 나머진 걷은 2만 원 그대로 돌려주면 되는 이 심플한 계산이 어디가 애매하다는 거지? 그 머리로 진급하겠다규?? 돈 얘기가 일반 대학원에서 나오자 찔렸는지 우리 수업에 와서 말했다.


"남은 돈은 종강 때 식사비로 쓸까 하는데 어떠세요?"


난 너라는 아이가 참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왜 돌려준다는 옵션은 자꾸 빼는 건지. 그리고 종강 때 식사하러 못 오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지. 행여 네가 이 돈 중에 단 돈 1원이라도 먹을 생각이거나 넌 회비를 안 내고 먹을 생각이라면 그 생각 버려라. 왜냐면... 넌 공무원이고 우린 학생이야. 넌 공무원이고 우린 학생이야!(김하늘 버전) 알겠지?


한 사람의 개인적 이기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금전적, 시간적 피해를 본 정말 분노가 치미는 답사였다. 아니 답사가 아니라 답답이었다. 이렇게 여러 사람 피해주면서까지 노력하니까 이녀는 진급하겠지? 어딜 가도 이런 인간들은 꼭 있다. 


윗 사람한테 잘 보이기 위해 아랫사람 괴롭히는 사람.

교수님한테 잘 보이기 위해 학우들 생각 안 하고 지 발표만 길게 하는 사람.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사람.


이런 인간들의 공통점이 실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력이 없으니 경쟁자나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족속들. 기억했으면 한다. 너의 이런 방법이 계속해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향후 부작용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그리고 너의 윗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하... 남은 학기 동안 같은 이녀와 계속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게 착잡할 뿐이다. 여러분 주변에도 이런 인간...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대처 하나요?




https://brunch.co.kr/brunchbook/samrangjin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종심 선정작 소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2024년 12월 10일 출간 전 브런치 연재 중


작가 인스타: @author.otho

작가의 이전글 이순신, 그의 죽음은 숨겼으나 그의 삶은 알려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