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살아가며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남성은 여성보다 진화 속도가 느린 것처럼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은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론에 집중하면 그 편차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남편은 느리지만 계속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생명 기원 이래 종간 진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듯 인류 기원 이래 남성과 여성의 진화도 다르게 진행되었다. '진화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보면 인류는 오랜 기간 동안 세상을 움직이는(지배하는) 힘의 원천이 물리적 힘이었기 때문이다. 진화는 누적되어 DNA에 새겨져 남성 중심의 신화는 지속되고 그 격차는 절대 좁혀지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근래 들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물리적 힘에서 지적 힘으로 급격하게 변하면서 격차는 좁혀지고 순간 속도만을 보면 오히려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가속도가 더해진다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지도 모른다.
지적 힘은 엄밀히 말하면 세상을 움직이는 다양한 힘의 총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진화의 결과 여권 신장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남성의 자각과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힘이 더해져 여성은 남성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아닌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로 좁혀보면 가족제도 변화가 남녀 간 진화 속도가 달라지는 가장 큰 기폭제가 되었다. 대가족 제도에서 소가족 제도로 바뀌면서 절대적 힘의 간섭이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대가족 제도에서는 부모 자식 세대가 한 공간에서 공존하다 보니 부모라는 절대권력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것도 가부장주의를 당연시하는 시아버지라는 존재는 절대적인 힘의 간섭이었다. 소가족 제도로 바뀌면서 아내는 가장 큰 장애물을 제거한 것이다. 심지어 남편조차도 그 영향을 받는다. 드디어 아내들은 진화에 탄력을 받아 남편보다도 속도가 빨라졌다.
남편들이여 아직도 과거 물리적 힘이 작용하는 남성 중심의 세계를 꿈꾼다면 그것은 진화가 아닌 퇴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진화의 일부다. 아내들이여 남편의 진화가 느리다고 너무 타박하지 마시라. 상대적으로 느린 진화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서서히 진화한 결과 근래에 이르러 여성의 진화가 비약적으로 빨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남편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생존에 대한 희망을 잃으면 성장을 멈추듯 남편들이 돌연 진화를 포기할 수도 있다. 결과는 파국이다. 비록 남편의 진화 속도가 느리더라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과 '진화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