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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Aug 22. 2023

오픈마인드의 힘

드디어 출근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일정도 없는 휴가를 맞이했다.

아무리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즐겁고 보람된다 할지라도 엄연한 직장인이다. 출근과 동시에 퇴근이 기다려지는 일개미로서 고작 며칠간 부여받는 휴가는 참으로 귀하게 다가온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개학으로 인하여 각자의 사회로 나아간 빈 공간.

늘 정신없이 보내던 시간이 공허한 빈틈투성이로 가득 찼다. 휴가 시작 일주일 전부터 알차게 보내야겠다며 갖가지 계획은 다 세웠었는데, 막상 이 순간에 도달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게으름이 온몸을 감싼다.

잠시 누워서 뒹굴거리며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한 프로그램에서 푸르른 들판 위에 피어있는 메리골드가 나왔다. 


한국 이름으로는 금잔화.

덩치도 크지 않고 올망졸망 모여서 피어있는 오렌지 색의 작은 뭉텅이들. 모르고 지나치면 그저 길가에 피어있는 잡초와 같은 취급을 받고도 남을 듯싶은 꼬맹이. 한 철만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러 가지 약재 효능도 있고, 뱀도 물리쳐준다니 작은 거인이 따로 없다.


보통 8월에서 11월 초까지 짧은 생을 사는 작은 꽃들도 그 영향력이 있을진대 한평생 나로 산다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로운 존재일까?'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내다 세상 빛을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남모르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예전 어떤 육아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라는 교수 한 분이 나와 아이는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가지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었다. 그것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싹을 틔우고 예쁜 꽃으로 자라나는데 정작 그 모습이 제대로 나오기 전까지는 무엇일지 알 수가 없다는 것. 너무 많은 씨앗 중 어떤 것이 영양을 흡수하고 무슨 모습으로 보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처럼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은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일까?

분명 나에게도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라는 충분한 영양제를 받고 활짝 핀 부분이 있을 테다. 아직까지 내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 그런데 제대로 발아되지 않은 나머지 씨앗들은 그저 묻어두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실제로 1994년 중국에서 발견된 1300년 된 연꽃 씨앗이 발아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오래된 씨앗조차 주어진 환경이 알맞다 생각되면 시간이 흐른다 할지라도 제대로 세상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나조차도 하고 싶고, 원하는 부분에 몰두하여 매진한다면 아직 내 안에 드러나지 않은 장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결론까지 다가갈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삶에 주어진 사명 같은 것이 아닐까 믿어본다.


기껏해야 100년 남짓 사는 인간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낸다는 건 내 안의 씨앗들에게 너무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어린아이처럼 나를 돌보아 줄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 지지를 어른이 된 지금까지 무턱대고 기다리기만 한다는 건 나태함의 결정체가 될 것이다.


내 한 몸 스스로 건사해야 하는 어른은 단지 몸뚱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팔다리가 온전하던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내면이 바로 서서 자신을 꾸려가는 것에 대한 의미다. 이제 나의 꽃은 내가 직접 길러내야 한다. 죽을 때까지 부모의 품 안에서 똥 닦아달라며 기대는 무기력한 삶이 아닌 직접 꾸려가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어른이 할 일이다. 그러니 안 된다는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말아야 한다.


직접 해보지 않고서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태어나서 뒤집기를 하고, 혼자 앉기도 하며, 두 다리로 서서 걸음을 제대로 걸을 때까지 수도 없는 넘어짐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공포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다리의 힘은 길러지지 않을 것이며 중심이라는 것을 잡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나에게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자.

잠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지언정 다시 발가락에 힘을 빡 주고 일어선다면 결국 달리기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두 뺨에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저 앉아서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단순한 시원함이 아닌 상쾌함을 느끼려면 '못 해' 보다는 '한 번 해볼까?' 하는 오픈 마인드를 가져보자.


절대 안 된다 생각했던 문제들이 내가 몰랐던 장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진흙 속에서 잠들어있던 나만의 연꽃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은 이 세상 누구도 모른다. 직접 두 팔 걷어붙이고 덤벼들어야 할게 되는 것이다.


달랑 3개월 꽃을 피우고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메리골드의 기특함을 마냥 흘려보내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드러누웠던 몸을 일으켜 오늘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속 다짐을 실행에 옮겨본다. 


혹시 누가 알까?

그렇게 싹 틔운 나의 씨앗은 세상을 구할 대단한 놈일지.

그것이 바로 오픈 마인드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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