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조망의 힘
'모 아니면 도'와 같은 말을 좋아한다.
흑과 백 사이 회색 지대의 어디쯤이 불편해서 늘 빠르게 결론을 내리려 했다. 결정과 정의를 통해 사람이나 상황, 내 마음까지도 빠르게 ‘통제’하려는 것이다. 때문에 정의되지 않는 대상이나 결정 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면 마음이 답답해졌고 그렇게 생겨난 조급함은 이따금씩일을 그르치게 했다.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했다고 느낄 때, 섣부른 결정으로 후회할 때, 지나고 보니 더 좋은 선택이 있었단 걸 알게 됐을 때 등 돌아보면 모두 급하게 통제하고 결정하려던 것이 화근인 일들이었다.
최선을 다하고도 일이 뜻대로 흐르지 않았던 어느 날, ‘세상만사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1000분의 1은 될까?’는 의문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나의 의지와 다르게 흘러가곤 하던가. 노력은 아주 중요한 가치임에도 개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빠르게 통제하고 정의를 내리는 행위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어지러운 내 마음을, 한 사람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았던가. 먼 곳을 바라보듯 여유 있게 바라보았던가. 나는 그저 결정하고 판단하기에 급급했다.
관찰: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봄
조망: 먼 곳을 바라봄. 또는 그런 경치
때로는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정의 내리지 않아야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있다. 그러니 나는 오래도록 내 마음을 들여다 보길, 여유 있게 있는 그대로를 보는 사람이길 바란다. 더 이상 내 통제 밖의 것들로 내가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을 관찰하고 조망하는 힘이 필요하다.
삶이라는 커다란 그림에서 하루라는 일상은 한 번의 붓질이다. 잘못 그려졌다 느낄 때,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을 때는 잠시 붓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는 것을 멈추고 멀리 떨어져 나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고요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기다리면 분명 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테고 그 잠시의 여유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보내줄 것이다. 때로는 그림에 얼룩이 튀기도 하겠지만 그리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멀리 떨어져 보면 티도 안날 얼룩이 내 그림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그려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