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여행 그리고
직장인에게 해외 출장이란 어떤 것일까?
여러 사람이 다방면으로 많은 이야기를 킴에게 해주시는데, 조금 더 심플하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국제사업에서 해외 출장 업무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둘째, “현지에 가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출장 가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사람.”
킴은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인데, 그렇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하는 것이 회사원 아닌가? 이제 킴은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킴은 꿈을 꾼 거야. 그것도 아주 즐거운 상상을 하는 꿈을….”
캐나다 자원봉사로부터 시작하여 스리랑카에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너무 즐거워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는 킴이지만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잘했어, 이제 정착해야지”
그럼 그동안의 삶은 정상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격려의 말인 줄 알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다.
킴은 원래 비행기에 갇히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데,
(비행기 탑승을 킴은 ‘가둔다’로 표현한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해외 출장 나가는 방법’이 킴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외 출장을 가려면 기안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그 업무가 거의 논문 준비 수준으로 방대하여 며칠을 꼬박 집중해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원은 해외 출장에 대한 허락을 윗선에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것과는 별개로 출장의 담당자로서 현지 일정을 짜야 한다고 한다.
킴의 방문국 및 도시는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이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12월 둘째 주에,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고려인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이 행사에 왜 참석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일정에 카자흐스탄이 갑자기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뭐 닭갈비 집에서
“이모 여기라면 사리 넣어 주세요.”처럼
“이봐, 카자흐스탄도 추가해 봐”
막 던지신다.
이렇게 일정 추가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자흐스탄에 몇 년 전 우리 회사의 높은 분이 방문하여 사업을 논의하셨다는 것이다.
“킴님, 잠깐 회의실로 오시라는데요?” 옆의 분의 말씀을 듣고,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대뜸 명함 비슷한 팜플릿을 한 장 주시면서
“이번에 출장을 갈 때, 여기를 한번 들러보세요.”
윗분들의 일을 시키는 방법은 정말 시원하면서도 간단하다. 옛날 어르신들이 다 그러하신가? 그런데 문제는 자리에 돌아와서 팜플릿을 곰곰이 살펴보니 이게 영어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팜플릿의 알파벳 중에 영어랑 비슷한 것도 있는데, R이 좌우가 뒤집혀 있는 것도 있고, 이게 오타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만들어진 글자체였다.
“이게 대체 어디서부터가 병원 이름이란 말이냐?”
구글에서 키르기즈어라고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예전 소련의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키르기즈어와 러시아어가 혼용되어서 사용된다고 나온다.
그제야 킴은 이 북한병원 팜플렛이 러시아어라는 것을 알았고 즉시 컴퓨터에 러시아어 자판을 깔은 다음 구글에서 검색해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자라서, 병원 이름 입력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는 것은 비밀이다. 입력 후 엔터를 치는 순간, 킴은 이 병원이 실제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윗분을 못 믿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