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불치병
햇빛알러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약 2만 명 정도 앓고 있는 질환이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고, 판별하기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지만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햇빛알러지(햇빛알레르기)란 광과민성으로 불리는 질환으로 햇빛 노출 후 가려운 붉은 발진이 나타나거나, 물집이 잡히거나, 피부염,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는 병이다. 의학적으로는 다형태광발진, 우두모양물집증, 만성광선피부염, 일광두드러기 증상이라 말한다.
나 같은 경우는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햇볕 아래에 나가면 곧바로 코가 간질거리면서 재채기를 한다. 두세 번 재채기를 하게 되면 뭔가 개운해지면서 그제야 햇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에 붉은 반점들이 돋아나게 된다. 그 상태로 계속해서 햇빛 아래에서 버티게 되면, 반점들은 좁쌀만 한 쥐젖처럼 커지게 되는데 너무 가려워서 계속 긁게 된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밖에서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해질 때까지 놀다 오곤 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상한 반응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밖에 안 나가서 놀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햇빛알러지는 정말이지 난해하다.
햇볕을 못 받게 되면 비타민D가 합성되지 않고, 또 감정적으로도 우울해진다고 자주 산책을 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긴팔을 입고 나가자니 너무 덥고 귀찮아서 결국 저녁노을 즈음에야 나가서 산책을 한다. 큰 병은 아니고, 목숨에 지장 받는 그런 심각한 병도 아니라서 그냥저냥 버티면서 살고 있다.
이제 곧 산자락에 가을의 색이 입혀질 것만 같다. 살면서 처음으로 가을이 이처럼 기다려진 적이 없었다. 예쁜 단풍을 입은 산에 다녀오고 싶다. 햇빛알러지라서 오래는 못 나가서 놀겠지만, 이따금씩 허파에 바람이라도 쐬야 하지 않을까.
나 같이 햇빛알러지를 앓고도 잘 살아가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제발 치료법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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