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눈으로 본 '글쓰기'와 '오리지널러티'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고, 한 때 미국 아이비리그인 프린스턴 대학교의 교수까지 했었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사이트를 얻고 싶어 요새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어보았다. 글을 쓰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 몇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리지널러티(Originality)'
첫 번째,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사운드, 문체, 형식, 색채 등...) 특정 부분을 캐치하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그 독자적인 스타일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내재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자리에 머무르면 안 된다.
세 번째, 그 독자적인 스타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흡수되고 인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퍼스널 브랜딩이다. 바로 그것과 직결되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특히 다르게 강조하는 부분 한 가지는, 그는 굳이 지금 당장 인기를 얻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즉, 대중이 창작자의 매력을 조금 늦게(혹은 심지어 한 세대가 지난 이후에)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예전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현상과 같다.
납득할만한 작품들을 하나라도 더 많이 쌓아 올려서 몸집을 만들고 자기 나름의 작품계열을 입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멍 때리고 가만히 있느냐? 그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스스로 자가발전하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작곡을 했던 베토벤, 1만 3천점 이상의 작품을 그린 피카소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도 똑같이 경험했던 것처럼. 그때 당시에는 대중들의 반발을 샀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심지어는 권위적인 작품으로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시니컬한 사람들은 이걸 '희망고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글쎄... 그게 정말 희망고문이 되는 건지는 창작자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뜨뜻미지근한 흔한 반말밖에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설령 네거티브라고 해도 분명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어중간한 반응보다는 '확실한' 반응이 좋다는 말은 즉, 자신의 개성이 '뚜렷할수록' 좋다는 의미와 같다. 애매한 포지션은 애매하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이전 마케팅 책에서 다루었던 세스 고딘의 '린치핀'에서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방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아주 확실하고 분명한 매력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글(혹은 계획했던 프로젝트)을 끝까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도포기한다. 소위 말해 슬럼프를 겪으면서 작업을 중단하게 되는 것인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단 한 번도 슬럼프를 겪은 적이 없다고 스스로 말했다. 과연 그런 이유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을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즐거운가'라는 것이 한 가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뭔가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데 만일 거기서 자연 발생적인 즐거움이나 기쁨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걸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지 않는다면, 거기에는 뭔가 잘못된 것이나 조화롭지 못한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즐거움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부품,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깨끗이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p.106
일단 그는 소설을 쓰는 것이 '즐거워서' 시작한 사람이다.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즐거움이 없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로써 하는 행위는 어차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건 각자의 의견이 너무 팽팽하고 서로 맞는 말들이라 본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다음 글을 보면 그는 이렇게 글을 즐겁게 쓸 수 있는 어찌 보면 좀 더 현실적인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이 써지지 않는 슬럼프 기간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내 경우에는 소설을 쓰고 싶지 않을 때, 혹은 쓰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지 않을 때는 전혀 글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가 슬럼프를 겪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글을 쓰고 싶을 때만 썼기 때문이다. 좀 허무하기도 한데,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순히 글쓰기만이 아니라 번역일도 겸했기 때문에, 굳이 글쟁이로 돈을 못 벌어도 번역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했던 이유이다. 생계가 걸린 채로 글을 '어떻게든' 써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아무래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어떻게 보면 플랜 B를 갖고 좀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상황이 하루키만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하루키만의 글쓰기 팁이 더 들어있다.
자기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나 매일매일 눈에 들어오는 광경, 일상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재로서 자신 안에 받아들이고 상상력을 구사하여 그런 소재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스토리를 꾸며나가면 됩니다. -p.136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누군가의 죽음을 목격하는 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에피소드, 혹은 무언가 심오한 글이 아니더라도, 동네 공원에 보이는 꽃, 하늘에서 내리는 비, 그 소리 등 접근하기 쉽고, 가벼운 일상소재 속에서 스토리를 꾸며나갈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무겁고 심오한 주제들만 다루다 보면 분명히 어느 순간 뭘 써야 할지 막막해지는 순간이 오고, 하루키 본인도 주변에 이런 이유로 작업을 중단한 작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굉장한 공감을 많이 했다. 나 역시도 뭔가 임팩트 있는 글들만을 써야 한다는 어떤 고집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내가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을 망설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읽고 있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글을 쓰고 읽기 좋아하는 브런치 작가들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