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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희 Aug 28. 2022

떠돌이 우리 회사에게 첫 사옥이 생겼다.

첫 사옥을 이전하고, 우리만의 사내 문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고 이전 글의 조회수가 갑자기 터지(?)면서...

다들 사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글은 뭘 써야 하나 고민하다 두 달이나 흘러버렸..)

그래서, 우리 회사의 거쳐 온 근무환경과 새로운 근무환경, 사내 문화에 대한 고민들을 먼저 풀어볼까 한다.



우리가 지나 온 공간들

프론트원에서 내려다 보이던 전망

우리 회사는 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시작했고, 첫 입주공간은 LG유플러스 마곡사옥 내 사무실이었다. 최대 10명도 채 수용되지 않는 7-8평 남짓 작은 사무공간을 지원받았고, 초기 멤버들은 이 공간에서 1년가량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스타트업들의 입주공간인 공덕에 있는 프론트원 건물에서 디캠프의 지원을 받아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근무하게 되었다. 나는 20년 9월에 합류해서, 면접은 마곡 오피스에서 보고 근무는 프론트원에서 시작했다.

프론트원은 서울신용보증기금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덕역 4번 출구 1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인데, 디캠프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입주공간으로 운영 및 관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창업 지원 공간'이다. 층별로 투자사가 있고, 해당 투자사의 투자를 받은 포트폴리오들(회사들)이 사무실을 지원받아 근무하고 있다.

회의실에서 보는 야경이 멋있었던 프론트원

위워크 공유 오피스에서 근무를 해 본 경험이 있었음에도, 프론트원은 정말로 완벽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칸막이가 없는 오픈형 사무공간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일상 대화가 타 회사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조용히 근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고, 회의실을 예약해서 업무 얘기를 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 콜박스도 층별로 여러 개가 있고 17층 라운지에는 라운지 엑스 카페와 소파, 자유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테이블 공간, 피트니스룸이 있었다. 지하 1층에는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직원식당이 있고, 1층에는 수신부터 발신까지 가능한 메일룸 디포스트가 있다.(우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다닐 때도 알았지만, 프론트원은 정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이었다. 떠나보니 더 격하게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진다. 하하.


마곡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센터

프론트원을 '졸업'한 후, ('디캠프'는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스타트업 보육기관이고, 지원 지간이 지나서 떠나게 되면 학교처럼 '졸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매우 귀욤) 우리 회사는 마곡에 있는 서울창업허브 엠플러스센터에 12월 말 입주했다. 엠플러스센터 또한, 스타트업을 위한 오피스 지원 공간이고 신축 입주라 건물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오픈하진 않았지만 피트니스 센터와 탁구, 게임기,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 공간도 있었고, 규모는 작아도 매일 커피 원두와 함께 얼음을 제공하는 라운지 공간과 층별로 회의실과 콜박스, 싱크대 정수기가 구비되어 있었다.




벌써, 네 번째 공간


엠플러스센터는 20명 남짓 근무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모든 본사 인원이 근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서울역 인근에 추가 사무공간을 얻어 부서별로 떨어져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매주 임원진 및 실무진 회의 진행 시 이동해야 하는 문제, 서울 외곽에 위치한 마곡 오피스에서 출발하여 영업을 해야 하는 본사 영업직군 직원 분들의 교통 문제, 좁은 공간에서의 많은 인원이 근무하면서 생기는 블루투스 전파장애 문제, 꽁지(회사의 마스코트 같은 운영팀장님의 반려견)의 건물 출입 문제 등 크고 작은 여러 문제를 경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계속되는 회사의 성장으로 인해 늘어가는 인원들을 한 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고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강남 지역으로 사무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사전 답사에서 촬영한 사진들

임원진 분들의 빠른 의사결정 덕분에 2월 중순쯤 강남구에 있는 2층 단독사옥을 렌트하기로 결정하였고 신사옥 TF 방에 초대되어, 업무환경 조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하철 역에서 도보 5분 이내의 거리에 위치한 주택을 개조한 1,2층 단독사옥 구조의 사무공간이었고 이전에도 사무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어서 큰 부분의 공사는 필요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사무공간, 회의실, 사무장비(프린트기, 파쇄기 등), 화장실 등 상시 청소가 되어있는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를 하다 이전을 고민하다 보니 기존 직원들에게 불편한 부분들이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현실적인 범위 안에서 "최소 시공 범위"에 대한 내용을 제안했고, TF팀원 분들의 동의를 얻어 시공을 진행했다.


1,2층 전체 도배와 도장

건물 외부 간판 시트지 로고 시공

연구소 출입문 시공

1,2층 백월 로고 시공

1층 라운지 계단 타일 제거 및 시트지 시공

층별 화장실 내 비데 설치  

층별 정수기 설치


가장 먼저, 사옥 외부에 회사 로고와 우리가 운영하는 브랜드를 시트지로 시공했다. 또, 주차공간에 힙한 고깔과 외부 주차를 막기 위한 NO PARKING 사인물을 만들었다. 항상 만차인 공간이라 요즘은 막상 사용할 일이 잘 없지만, 사옥관리나 주차 관련 문제도 경영지원팀의 새로운 업무가 되다 보니 약간의 민원이라도 줄여보고자 사인물을 제작하여 비치하게 되었다.

도배와 도장이 끝난 이후에는 각 공간에 필요한 적절한 사인물들을 제작하여 셀프로 시공했다.


기존에 계단이나 곳곳에 붙어있던 시트지들도 말끔히 긁어내 이전 흔적들을 지우고, 떼어내기 어려운 사인물들은 덧방으로 진행했다.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계단, 서랍장, 싱크대 등 필요한 공간에 주방용품, 인쇄용지, 휴지, 쓰레기봉투, 커피, 사무용품, 구급상자 등 시트지를 시공해서 직원들이 직접 물품을 찾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트지를 바로 시공하기 어려운, 이전 사인물들을 제거하고 나서 지저분한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는 사각 폼보드+시트지로 가려주었다.


시트지는 디자인 후 보조 시트 작업이 가능한 업체에 시트지를 발주했고 폼보드를 구매해서 시트지를 부착하여 재단했다. 이렇게 하면 업체에 맡기지 않고, 최소금액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전에 붙어 있던 로고는 떼어내기 어려워 덧방으로 시공했다. 조직의 변경과 좌석 이동이 잦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공간에 해당하는 부서명은 벨크로(찍찍이) 부착해서 만들었다.  사인물도 디자인 , 5T 포맥스로 발주하여 셀프로 재단하고 시공했다.

1,2 백월 공간은 아크릴 스카시로 로고를 제작해서 부착해주는 업체들을 서칭하고 견적을 내서 인건비를 포함하여 가장 합리적인 업체로 시공을 진행했다. 아크릴 스카시 단가가 괜찮으면 인건비나 출장비가 비싸서, 기존에 진행해왔던 업체로 시공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


처음으로 단독사옥을 얻어 우리만의 근무 공간이 생기다 보니, 대표님께서 좀 더 우리만의 "사내 문화"가 담긴 긴 "슬로건"같은 "문구"들로 회사의 근무 공간이 꾸며지기를 바라셨는데, 이 부분은 디자인 파트에서 단독으로 진행하기보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에 대한 경영진 분들의 고민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슬로건 시트지 관련 시공은 입주 후에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 함께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어떤 마음 가짐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지
우리의 경영진은 어떤 미션, 비전, 경영이념을 갖고 일하고 있는지


에 대해 직원들에게 공유한 적이 없었다.

이전에는 워낙 소수의 인원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거창하게 하지 않아도 모두가 우리의 방향성을 찾아서 느끼며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었는데 인원이 30명, 40명, 그리고 50명을 넘고 우리의 단독 사옥이 생기고 나니 이런 고민들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왔달까?

배민이나 다른 스타트업들을 보면 근무 환경 내에 '어떤 방식으로 직원들이 업무 할 지에 대한 경영자의 마인드'를 공표해 놓기도 하는데 Top-down으로 슬로건을 정해서 공간을 꾸밀지, 아니면 반대로 직원들의 목소리로 공간을 꾸밀지 고민하다 "사내 슬로건 공모전"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이 커져 "첫 타운홀 미팅"도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게 되었는데, 분량이 많아 이 내용은 다음번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메인이 되는 공간이 바로 회사 1층 거실 계단이었다. 거실 계단에 일부 떨어진 타일을 업체를 통해 모두 제거한 후, 흰색 시트지를 발라 다소 밋밋했던 계단에 슬로건을 부착하기로 했다.

슬로건 공모전에서 나온 직원들의 아이디어들을 시트지로 제작하여, 계단과 사무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 문틀 등 우리가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위치에 셀프로 시공해 주었다.


시트지를 붙이고 꾸미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어떤 과정과 내용을 담을지 고민하고, 직원들이 함께 우리 근무 공간을 만들어 간다는 것에서 의미 있는 시간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글을 마치며,

22년 3월 말 갑자기 떠돌이 우리 회사에 첫 사옥이 생겼고, (비록 렌트지만, 이 정도 월세를 낼 만큼 컸다니) 이전부터 함께 근무해 온 직원들은 스타트업 지원 오피스 공간들에서의 경험과 비교해서 작은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역할들이 직무적으로든 직무 외적으로든 주어지고 이 과정에서 위기의 순간이 오기도 했고 더 단단해진 시간이 쌓이기도 했다. 작은 불편과 불만들로 분위기를 좀먹지 않으려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우리만의 규칙들을 만들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에 마음의 열어 "그러려니"하는 여유를 두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외부환경만큼이나, 내부 환경도 수시로 변하는 곳이니까. 모두 같이, 재밌게, 서로에게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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