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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Mar 14. 2024

쪼그라들지 말자

기억이 드문드문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나를 까내리는듯한 타인들을 제법 스치며 살아왔고 꽤나 쌓인 말들은 나를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말린 어깨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그 시절엔 그런 말들에 대응할 답변도 딱히 마땅치 않았고, 이후에는 곱씹어보니 더욱 타인에게 묻기 어려운 질문 같아 수다쟁이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중학생 때는 교사 부모님 아래에서 외동으로 자라며 공부를 잘했던 친구가 남자친구 없냐고 툭 던진 질문에 처음으로 이성교제를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나 사춘기 소녀는 생각에 잠겼었다.


대학생 때는 4년 내내 각종 교내 근로로 학교를 누비고 있었는데 집안 환경이 넉넉했던  어느 익숙한 교직원은 이번학기도 근로하냐며 안쓰럽게 물었었다. 만약 지금이라면 농구의 노룩패스를 시전 했을 것이다.


결혼 이후에는 20대 중후반에 5년 연애 후 결혼한 거면 첫사랑 혹은 연애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빌미로 안타깝거나 믿기 어려워 놀라워하는 사람들을 마주했었다.


3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5인가족이 되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집의 평수를 물으며 타인을 가족처럼 안타까워하는 이를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평균과 멀어지는 것도 체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나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이 들려오면 내가 뭔가 잘못해오고 있거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대응은커녕 어찌 반응해야 할지도 몰라 마냥 내가 작아지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나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졌던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던 것이고, 나는 나만의 길을 가고 있던 것이었다.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가 선택해 온 길이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골똘히 생각을 시작하는 과정은 불편하지만 그 생각에 마침표를 찍게 되면 쪼그라들었던 마음마저 다리미로 쫙 편 것만 같아 무척 개운한 느낌이다. 이제 누구도 나의 마음을 작아지게 할 수는 없다. 행여 쪼그라들더라도 방법을 알고 있으니 나는 다시 펼쳐내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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