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쥐방울 Mar 22. 2024

초등학생이 남자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긴 겨울이 끝나가고 아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유치원을 졸업한 엄마들끼리 하교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이면 새 학기 적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하소연으로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그중 어느 엄마는 딸아이가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나 신기하고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유치원에 비해 일찍 일어나서 등교준비를 하는 달라진 일상에 적응해 가고, 초등학생의 엄마가 된 초등맘은 유치원에 비해 이른 하교를 맞이하는 일상에 적응해 간다. 그렇게 너도나도 정신없이 3월을 지내오며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셋째 주에는 교실에 공식적으로 가볼 수 있는 공개수업이 열렸다.


1학년 공개수업은 학부모들의 참석비율이 학년 중 가장 높았고, 아이들도 학교에서 부모를 마주하니 유달리 기뻐하느라 칠판 앞에 서계신 선생님께 시선을 집중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또한 참석한 부모님들도 아이와 가까운 경우에는 아이에게 활동을 독려하거나 자세를 고쳐주는 등 가만히 지켜보기가 힘들어 보였다.


공개수업을 마치고 진행된 학부모 총회에서는 학교 현황에 관련된 여러 사항과 1년간 계획된 행사를 안내받기도 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남교원의 인원수였다.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는 남교원수가 17명으로 지역 내에서 교장선생님을 포함해 가장 많다고 알려주셨다.


그러고 보니 최근 신문에는 저출산의 여파로 초등학교의 통폐합 소식이 주기적으로 등장해 자주 접했던 것이 떠올랐다. 반면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은 아이들이 많은 편에 속해서 전교생이 1400명에 달하고 한 반에 평균 27명인 과밀학급인데 최근 증축을 진행했는데도 교실수가 부족하다고 하셨다.


내심 추측은 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수치를 듣게 되니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국가에서는 미래의 인력이 부족해질 걱정을 하며 저출산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 부모들은 아이를 양육하기 좋은 환경으로 주거지를 선택하기에 이런 현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느껴졌다.



초등학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이 90%가 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6년간 한 번쯤은 남자 교사분을 만나면 좋겠다고 내심 바라고 있었다. 마음처럼 운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입학식과 총회를 참석한 결과 학년당 한분씩은 남자 담임교사분이 계셔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11%의 확률이라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 다양한 성별의 친절한 어른을 경험해 보는 것이 아이에게는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되고 도움이 될 것을 알기에 품어본 희망이다. 공개수업이 며칠 지나고도 학부모들의 교실 속 아이에 대한 후기는 이어졌다.


발표시간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는 아이도 있고, 남자 담임선생님의 신박한 수업과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 아이가 다양한 어른과 좋은 교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학부모로서 교사와 아이를 믿고 그저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일 뿐이다.


곧 있을 1학기 학부모상담에서는 가능한 한 민원보다는 아이가 이만큼 적응할 수 있도록 애써주신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사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생님 같은 분이 교사가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화장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