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별화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학부모상담 일정이 정해졌다. 첫 번째 출산 때보다 두 번째 출산이 더 떨리고 무서웠던 것처럼 자꾸만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상담에 참여하기로 했으니 가서 뭐라도 말해야 할 텐데 머릿속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확실한 건 하나 있었다. '상담 마치면 맥주 한 캔 따야지'
그렇게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왔다. 가만히 앉아만 있다 올 수는 없으니 몇 달 전 받았던 발달검사 결과지라도 챙겨갔다. 그리고 작고 소중한 캔맥주도 함께. 약속된 시간에 맞춰 방문하기로 한 도움반에 왔으나 아직 이전 상담이 마치지 않은 것 같아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분 정도 흐르자 통합학급 선생님도 이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 인사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웃고 계셨다. 3월과 달리 무척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셨다. 새 학년 적응기인 봄에 많이 힘드셨을 텐데 지금은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라고 말씀드리니 아이들이 잘 적응해서 그렇다며 또 미소를 보이셨다.
1학기 개별화회의 당시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어안이 벙벙하고 낯설기만 한데 아이가 엄마 얼굴을 보고 따라 하는 것처럼 자꾸만 선생님 얼굴을 보니 나도 눈꼬리와 입꼬리가 얇아졌다. 그러다 보니 박장대소하거나 하품할 때처럼 눈물이 찔끔 선행학습 하려는 듯했다. 회의는 시작하기도 전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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