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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 Apr 07. 2024

당위성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소개

밀란쿤데라 (1929~)

192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밀란 쿤데라는 피아니스트인 루드빅 쿤데라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음악학을 공부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는 대학에 가서도 문학과 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에는 세문학을 가르치는 강사 생활을 하기도 했다


당시 공산주의 체제였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그는 '반공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공산당에서 쫓겨났었고. 이후에 공산당에 재입당한다. 하지만 그는 1970년에 공산당에서 두 번째로 추방당하고 그가 쓴 작품들은 고국에서 출판이 금지되고 만다. 1968년 '프라하의 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1975년에 프랑스로 망명한 이 후 시민권을 취득해 줄곧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1984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프리디리히 니체라는 묵직한 철학자를 소개하며 시작하는 이 작품은 1968년에 있었던 프라하의 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4명의 남녀의 사랑과 삶을 통해서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결코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줄거리를 서술하는 시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술술 읽히는 편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애독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988년에는 이 작품이 영화화 되기도 했다.


등장인물

토마시: 체코 사람으로서 외과의사. 결혼하여 아들 하나가 있지만 이혼한 상태.

사비나: 토마시의 또 다른 연인이자 화가

프란츠: 사비나를 사랑하는 대학교수

테레자: 체코의 한 작은 마을의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 토마시를 만나 부부가 됨.


주요 줄거리

토마시는 외과과장 대신에 시골의 작은 마을에 왕진을 하게 된다. 그곳의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테레자와 만나게 된다. 테레자는 안나 카레리나를 읽고 있던 토마시에게 운명적인 끌림을 얻는다. 그 후에 그녀는 무작정 토마시를 찾아 프라하로 간다. 토마시는 테레자를 받아들여 자신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사실 토마시는 한 여자와 오래 살 수 없는 여성 편력을 가진 상태이다. 이것이 그가 이혼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사비나라는 여자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토마시의 이러한 성격을 잘 이해하는 여자였다. 사비나는 토마시의 새로운 여자인 테레자에게 언론사에 일자리를 주선하기도 할 정도이다. 하지만 테레자는 자신의 남자라고 생각한 토마시가 다른 여자들과 자유분방한 관계를 갖는 것을 싫어한다 그녀는 토마시의 바람기 때문에 끊임없이 괴로워한다. 토마시는 테레자의 괴로움을 달래주기 위해서 그녀와 결혼하고 강아지를 선물하기도 한다.


그 무렵 프라하에는 소련군이 진주하는데, 다시 프라하에 불고 있던 민주화 바람을 진압하기 위해서였다. 토마시와 테레자, 사비나는 소련군 치하의 고국을 떠나 스위스로 이주한다. 스위스로 이주하고 나서 어느 날, 테레자는 돌연 프라하로 돌아간다. 그녀를 그리워한 토마시도 프라하로 되돌아간다. 프라하로 돌아간 테레자는 한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고, 토마시는 본업인 외과의사로서 일하며 지낸다. 그는 과거에 한 신문에 공산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의사 생활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는 결국 창문닦이가 되어 살아가는데, 그러던 어느 날 토마시에게 그의 아들이 찾아온다. 아들은 토마시에게 정치범의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데, 토마시는 고심 끝에 그것을 거절하고 만다. 그 와중에도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로 인해 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는데 테레자는 남편에게서 다른 여자의 채취를 느끼며 괴로워한다. 두 사람은 결국 시골로 향하는데, 전원생활을 통해 그는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들은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스위스 제네바에 남아있던 사비나는 프란츠라는 유부남 대학교수를 만나게 된다.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마침내 그는 가정을 버리고 사비나와 결혼하려고 한다. 사비나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사비나는 어느 날 프란츠를 갑자기 떠나버린다. 그녀는 미국으로 가서 화가로서의 삶을 살아나간다. 사비나를 떠나보낸 프란츠는 자기를 연모하는 여학생과 동거 생활을 하던 중에, 당시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캄보디아에 의료봉사를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강도를 만나 습격을 당하고, 제네바로 돌아왔으나 결국 주고 만다.


감상평

먼저 이 소설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까 한다. 이 작품의 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인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점을 던져주고 있다. 인생을 무겁게 보는 테레자와 프란츠, 반대로 가볍게 대하려고 하는 토마시와 사비나, 네 사람의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인생과 존재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서 네 사람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갈등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는 독자들에게 인생과 존재를 가볍게 대할 것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 곳곳에서 자주 보이는 독일어 문장이 있는데, 바로 'Es muss sein'이라는 문장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그래야만 한다'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당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사람이라면 어때야 한다', '누구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등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당위성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당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장의 당위를 따르지 않는 토마시의 모습이나, 결혼이라는 사랑의 당위를 거부하는 사비나의 모습을 통해 인생을 가볍기 대하기를 원하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인생을 무겁게 대하는 사람들은 '당위'에 대한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토마시와 사비나, 프란츠의 다소 허무한 죽음을 보여줌으로서, 이처럼 허망한 인생 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무겁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번째로 이 작품의 배경을 왜 '프라하의 봄'으로 했는지를 생각해보려한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공산화 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불었더 민주화의 열풍을 소련군이 진주함으로서 무참하게 짓밟은 사건이다. 20세기는 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상들이 난립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이데올로기의 경연장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나치즘이나 파시즘, 공산주의까지 상당히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이 나타났다. 이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아까 언급한 '당위성'의 국가와 사회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는 이래야한다. 사회는 저래야한다는 '당위'가 바로 이데올로기라할 수있다.


밀란 쿤데라는 국가와 사회의 당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있다. 소설의 말미에 토마시가 정치범 석방을 위해 탄원서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데올로기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토마시와 테레자가 보낸 가장 행복한 시기는 이런 당위성으로부터 도피한 시골생활이었다. 인생에 대한 무거운 접근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에 대한 무거운 접근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인 것 같다. 작가는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프라하의 봄을 선택한 것같다. 이 사건은 체코의 역사상 가장 확연하게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이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이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 아닌가싶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 속에 등장한 '안나 카레리나'에 대해 생각해보겠다. 토마시와 테레자가 만날 때 토마시가 읽고 있었던 책, 테레자가 토마시를 찾아왔을 때 들고 있던 책, 바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다.

왜 하필 안나 카레리나일까? 안나 카레리나의 주인공인 안나는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당위에서 벗어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브론스키와 동거한다. 결론적으로 안나 카레리나는 존재에 대한 가벼운 접근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나 카레리나를 탐독하고 있던 토마시는 이미 존재의 가벼움을 내면에 체화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안나의 남편인 카레닌의 이름을 강아지에게 붙이는 행위는 존재를 무겁에 대했던 작중인물인 카레닌과 테레제가 자신을 동일시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안나 카레리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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